"페인트 떼고 반도체·2차전지"…삼화·노루·조광 '첨단소재' 전환 속도
배합·합성 기술로 반도체·첨단소재 공략…'탈(脫)도료' 가속
전통 제조업 한계 극복 위해 고부가 산업 포트폴리오 재편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 페인트 업계가 건축·자동차 도료 이미지를 벗고 반도체·2차전지(이차전지)·방산을 아우르는 첨단소재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도료 시장 성숙에 직면한 업체들이 도료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배합·합성·접착 기술을 전자·에너지 소재로 확장하며 '탈(脫) 페인트'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P삼화(000390·옛 삼화페인트공업)는 최근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인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EMC·Epoxy Molding Compound) 제품의 양산(상용화) 체제를 구축하고 글로벌 모바일 기기 부품사에 공급을 시작했다.
SP삼화는 2018년 EMC 연구개발에 착수한 지 7년 만에 안산공장에 전용 양산 설비를 자체 설계·구축했다.
이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 차세대 모바일 기기용 라인업까지 갖추며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 첫 발을 뗐다.
EMC는 열·습기·충격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반도체 칩을 보호하는 고부가 소재로 글로벌 소수 업체가 시장을 과점해 왔다. SP삼화가 반도체 패키징 소재 밸류체인에 진입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SP삼화가 개발한 EMC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의 고질적인 난제인 '워페이지'(Warpage·휨 현상)를 크게 줄인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2020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으로부터 에폭시 수지 제조 원천기술을 이전받은 뒤 2022년 타블렛형 EMC를 개발하고, 2025년에는 전기절연성과 열전도성을 동시에 확보한 반도체 패키징용 유무기 복합재 특허를 취득했다. 현재 EMC 5개 라인업 중 3종은 양산에 들어갔고 2종은 양산 수준 품질 검증을 마쳤다. 사명까지 SP삼화로 바꾸며 고부가 소재 비중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노루페인트(090350)는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2차전지 첨단소재와 특수도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항공기·선박·무인기 등에 적용되는 스텔스 도료는 국방과학연구소와 20년 넘게 축적한 전파 흡수 구조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레이더 전파를 흡수해 피탐 가능성을 낮추는 방산 핵심 소재로 부상했다.
터리 화재 위험을 줄여주는 기능성 2차전지 배터리 소재 13종과 수소연료전지·수전해 제조용 소재 3종 등 방산·에너지·친환경을 아우르는 고부가 제품군을 키우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2021년 분사한 전기·전자소재 자회사 'CK이엠솔루션'을 앞세워 2차전지용 갭필러와 방열 접착제를 개발·생산하며 '배터리 방열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갭필러와 방열 접착제는 전기차·스마트폰·드론 배터리팩 내부 틈새를 메우면서 셀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빠르게 분산시키는 소재다. 충격 고정과 방열 기능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만큼 도료업계가 강점을 지닌 점도가공·접착 기술 등이 활용되는 영역이다.
강남제비스코는 2차전지 파우치용 폴리에스터 접착제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접착제는 전극·분리막·파우치 필름을 일체화해 기계적 안정성과 내열·내전해액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영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에 더해 건축·자동차 도료 시장 성숙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페인트 업계가 고부가가치 사업군으로 확장하려는 추세"라며 "1세대 산업화 당시 태동한 전통 제조업 전반에서 반도체·2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으로의 사업 재편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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