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추고, 주문 끊기고…인건비 미지급까지 '악화일로'

물류 차질·원자재 급등에 中企 버티기 안간힘
내수까지 여파로 자금난 심화…"팔수록 손해"

중동 사태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1일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석유집의 꺼져 있는 주유기 앞으로 시민이 지고 있다. 경유와 등유 등을 소매하고 있는 석유집 주인은 높아진 매입가에 단골 손님에게 조차 판매를 할 수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며, 주유기를 꺼놓고 폐업을 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고유가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2026.4.1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중동 상황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계 물류 차질과 원자재 수급 불안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인건비 지급 지연 등 현장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동 사태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애로 접수는 약 500건에 달한다.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물류 지연, 운임 상승, 원자재 수급 차질 등 '삼중고'에 직면했다.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며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용기 제조업체 대표는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며 "납기 지연이 이어지면서 거래처 신뢰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영 압박이 심화되면서 자금난도 가중되고 있다. 인건비 지급이 늦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다른 중기 관계자는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인건비 지급도 밀리고 있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2026.4.1 ⓒ 뉴스1 윤일지 기자
공장 멈추고, 주문 끊기고…현장 피해 현실화

현장에서는 피해 양상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중동에 진출한 한 기업은 납품 지연으로 현지 창고 보관 비용이 계속 늘고 있고,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까지 겹치며 경영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또 다른 제조업체는 화장품 용기를 선발주했지만, 공급업체로부터 납품 시기 미정 통보를 받으면서 완제품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납기 지연은 물론 신규 주문 대응도 어려워진 상태다.

운송 차질뿐 아니라 주문 취소·보류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 기업은 이란 수출 물량을 준비했지만, 전쟁 이후 거래처와 연락이 끊기면서 생산 여부와 대금 회수 모두 불투명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선적 물량이 코르파칸·푸자이라(UAE), 제다(사우디) 항구 등에 장기간 대기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물류비와 현지 보관 비용이 지속해서 증가하며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물량을 국내로 되돌리는 것도 쉽지 않아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포장재·봉툿값까지 급등…내수 시장도 '직격탄'
중동 사태 장기화로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 수급 문제가 계속되는 3일 서울시내 편의점에 종량제 봉투 구매개수 제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6.4.3 ⓒ 뉴스1 이호윤 기자

설상가상으로 나프타 가격 급등 영향까지 더해지며 피해는 내수 시장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플라스틱과 비닐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전 미터톤(MT)당 약 640달러에서 최근 1241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며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포장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상인은 "비닐봉지 가격이 갑자기 두 배 이상 올랐다"며 "이제는 무료로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료 제공에 반발하는 고객도 많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업계에서는 정부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급등에 따른 '포장재 부담 경감 지원' 등 추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지원 확대에도…"버티는 데 한계"

정부는 수출바우처, 긴급경영안정자금, 보증 확대 등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매출 감소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물류비 부담 완화 등이 핵심이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는 공급 대기업, 위탁기업, 배달 플랫폼 등과의 비용 분담 구조를 포함한 상생 방안을 검토하고, 납품단가 연동제 이행 여부도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느 정도 한계치에 달했다는 분위기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겨우 버티는 상황인데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이 상태가 계속되면 도산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기 지원을 넘어 더욱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동상황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 시설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2026.3.25 ⓒ 뉴스1 김성준 기자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