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한 척 통째로 못 빌려"…호르무즈 봉쇄에 中企 피해 큰 이유

소량 화물 구조에 운임 부담↑…중소기업 물류 취약성 노출
물류업계 "장기화시 대기업도 피해 우려…과도한 해석 경계"

3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6.3.31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중소기업은 물량이 적어 물류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대기업에 비해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물류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자체 물량이 적어 해운사와의 협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널뛰기 물류비는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수출지원센터에 따르면 중동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접수는 총 422건으로, 구체적 피해 284건이다. 그중 운송 차질(170건·59.9%)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물류비 상승(96건·33.8%) 등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의 화물을 기반으로 선사와 계약을 맺거나 물류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기존 정기 노선이나 민간 해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운임 상승이나 노선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이를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선박 단위로 물량을 확보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같은 상황에서도 운임 부담과 지연 리스크를 더 크게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중동발 리스크는 단순 수출 차질보다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이어지면서 부담을 키우고 있다.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비중이 높은 만큼, 중소 제조업체들은 생산 차질까지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출 자체보다 원재료가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더 크다"며 "중소기업일수록 대체 공급선 확보가 어려워 타격이 더 크게 체감된다"고 전했다.

물류업계 "대기업도 피해, 국적선사 이용하지만…"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 뉴스1 김영운 기자

물류업계에선 사태 장기화 시 대기업도 피해를 예상하는 시각이다. 대기업이 국적 해운사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물류망을 갖추고 있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특정 선사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국적선사를 대부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적선사 이용 비율이 연간 25% 이상일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을 정도로 이용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적선사를 모두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선박 스케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에선 중동 항로를 이용하는 화장품 제품 등은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선적 지연과 운임 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같은 배에 화물을 싣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계만 피해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물량 규모나 대응 여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소업체의 경우 물류에서 차질이 생기면 대체할 조직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며 "결국 체급 차이로 봐야 한다. 대기업은 손실을 감수하고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 대응력과 공급망 구조 차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가 큰 셈이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총 1조 9374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확정했다. 수출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4622억 원이 편성됐으며 수출바우처, 긴급물류바우처 등을 통해 피해 최소화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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