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건자재, 원료 수급난 심각…"가격 인상폭, 더 커질 수 있다"

PVC 등 원재료 대부분 석유화학 기반…"생산 감축 우려"
원료 중단 제품, 가격 줄인상 가능성…"건설 현장 멈출 수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3공장 앞. 2025.8.11/뉴스1 ⓒ 뉴스1 김동수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신민경 기자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가격 인상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료 수급난도 문제지만 아예 구하지 못하는 원재료도 있어요.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다음달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중동 상황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건자재와 페인트업계 등 전방위로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페인트업계의 경우 원재료 가격 급등에 수급 차질에 따른 가격 인상 조치에 나서고 있으며 건자재업계는 건설자재 공급 차질로 건설 현장 공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건자재 기업들은 주요 원재료인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MMA 중 상당수를 NCC(나프타분해시설)에서 수급하고 있다.

특히 최근 LG화학이 NCC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석유화학 '셧다운' 우려가 커지면서 건자재업계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고 있다.

건자재업계 한 관계자는 "50% 선까지 (석화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제품 생산량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규모가 큰 업체들은 당분간 어떻게든 버티겠으나 영세업체는 지금 당장 생존 문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계약 물량이 남아있어 당장 수급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중대형 업체 역시 2분기, 3분기 실적에 연쇄적인 충격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건축 제품 중 철근과 콘크리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석유화학 제품"이라며 "석유화학 가동률 하락은 자재 수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3.24 ⓒ 뉴스1 안은나 기자

석유화학 기반 원재료 사용이 많은 페인트업계는 이미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노루페인트(090350)와 삼화페인트(000390)는 전날(24일) 유가 급등에 직접 노출돼 있는 '신나류' 제품 가격을 각각 최대 55%, 40%가량 인상했다고 밝혔다. 다른 제품군 역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KCC(002380)와 강남제비스코(000860)는 4월부터 가격을 인상한다. KCC는 4월 6일부터 건축용 도료와 발전소용 플랜트 도료, 공업용 도료 등의 제품 가격을 최대 40% 올린다. 강남제비스코는 같은 달 1일부터 품목별로 최소 15% 인상한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 확대로 인한 원자재 수급 불안정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부득이하게 가격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페인트 산업은 수지·용제·안료 등 석유화학 기반 원료 비중이 높아 중동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근 유가가 급등하고 나프타 수급난이 심화하면서 용제류 등 주요 원자재 조달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용제 및 페인트 만드는 원재료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또 원재료에 따라 구하지 못하는 품목도 있어 최대폭으로 인상 조치가 불가피 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석유화학 기반 원재료 확보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재고는 2~3주 분량에 불과하고 지난달 80% 수준이던 NCC 가동률은 최근 60%대 후반으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대체 공급선도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생산 정상화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 상황이 누적 40일 이상 이어질 경우 NCC 가동률을 50% 선으로 내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원재료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건설자재의 가격 상승과 수급 차질은 건설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승준 연구원은 "석유화학 플랜트 가동률이 하락해 주요 자재 생산 및 수급이 중단되면 공사 현장이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