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없는 中企 67만곳'…M&A형 제3자 기업승계 '속도'
고령 CEO 증가 속 후계자 부재 28.6%…제조업만 5.6만곳 승계 공백
특별법·플랫폼·절차완화·비용지원…'M&A 승계 전주기 지원' 추진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힘들게 키운 기업, 물려줄 사람이 없습니다.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한 한 대표는 이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정부가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 문제 해소를 위해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업 승계 활성화 지원에 나선다. 단순한 폐업 문제가 아닌 경제 구조 리스크 차원으로 의제가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최고경영자(CEO)를 둔 중소기업은 약 236만개로, 이 중 후계자가 없는 비율은 28.6%에 달한다. 이를 적용하면 약 67만 5000개 중소기업이 승계 공백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으로 한정해도 약 5만 6000개 기업이 후계자 없이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제조업 중소기업 60세 이상 CEO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4년 기준 44.8%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 기업이 원활히 승계되지 못할 경우 고용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 등 연쇄적인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기업승계 정책은 가업상속공제 등 친족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그러나 자녀 부재, 승계 기피 등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제3자 승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고령 CEO 중소기업의 M&A 기반 승계 수요는 약 21만 개 수준으로 추정되며,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증가율을 반영할 경우 2034년에는 30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M&A를 단순한 기업 매각이 아닌 '지속 경영을 위한 승계 수단'으로 보고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중기부는 그동안 M&A형 기업승계가 활성화되지 못한 배경으로 △법적 근거 부족 △중개시장 신뢰 부족 △복잡한 절차 △높은 비용 부담 등을 지목했다.
현재 중소기업 관련 M&A 제도는 벤처 투자비 회수나 사업전환 등 특정 목적에 국한돼 있어, 기업승계 전반을 포괄하는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보 비대칭과 플랫폼 부재로 매수·매도 기업 간 매칭이 어렵고, 일부 중개·자문 시장에 대한 신뢰 부족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상법상 절차가 중소기업 현실에 비해 과도해 거래 지연 요인이 되고 있으며, 컨설팅·실사·수수료 등 전 과정에 걸친 비용 부담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특별법에는 △M&A형 기업승계 정의 △지원 대상 및 제외 기준 △사후 관리 체계 △정책금융 연계 △지원 인프라 구축 등이 담겼다. 법안은 발의됐으며, 상반기 입법 완료를 목표로 추진된다.
또한 중기부는 매수·매도 기업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승계 M&A 전용 플랫폼도 구축한다. 해당 플랫폼은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올해 상반기 시범 운영한 뒤 하반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개 기관 등록제를 도입해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기관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신뢰도 높은 M&A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적용되던 M&A 절차도 간소화한다. 정부는 주주총회 소집 통지 기간 단축, 채권자 보호 절차 간소화 등 상법 특례를 도입해 거래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소규모 합병 요건 완화와 영업 양수·도 절차 간소화도 포함된다.
아울러 컨설팅, 기업가치 평가, 실사, 중개 수수료 등 M&A 전 과정에 걸친 비용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승계 이후에도 설비 투자와 성장 사업 연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제도 정비와 함께 현장 지원도 확대된다. 중기부는 '기업승계 M&A 컨설팅 지원사업'을 공고하고 총 140개 사를 대상으로 지원에 나선다.
기초컨설팅 100개 사, 종합컨설팅 40개 사로 나눠 진행되며, 기초 단계에서는 전략 수립과 기업 진단, 시장조사 등을, 종합 단계에서는 기업가치 평가, 실사, 협상·계약 등 실제 거래 전 과정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대표자 연령(55세 이상)과 친족 승계 계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되며, 회계법인·법무법인 등 전문기관이 참여한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기업승계를 단순한 폐업 관리가 아닌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이 M&A형 기업승계 정책을 통해 CEO 고령화와 흑자 폐업 문제를 완화한 사례도 참고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한 기업승계 문제는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리스크"라며 "M&A를 통한 제3자 승계를 활성화해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의 원활한 승계는 지역경제와 제조업 기반 유지를 위한 국가적 과제"라며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협력하고 관계 부처와도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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