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곳 키운다는 '로컬창업'…"마케팅 부족" 우려도(종합)

중기부, 소상공인 '청년 로컬창업' 간담회…우수사례 공유
"자금 대출 부족" "마케팅 없어" 애로 쏟아낸 소상공인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서울 마포구 드림스퀘어에서 열린 '제5차 소상공인 성장 릴레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2.22/뉴스1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강원도 원주에서 3대째 방앗간을 운영하는 문지연 씨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 나며 위기를 맞았다. 방앗간을 찾는 주 고객층은 '동네 어르신'들. 고령 손님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며 문 씨는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깊었다. 어차피 사업을 접을꺼라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에 도전했다. 자금 지원을 받아 매장을 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시그니처 제품을 개발하며 젊은 층을 공략했다. 그 결과 4년 새 매출이 10배 늘고 3대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문지연 대표는 22일 서울 마포구 드림스퀘어에서 열린 소상공인 성장릴레이 간담회에서 이같은 사례를 공유했다. 간담회를 개최한 중소벤처기업부는 문 씨 같은 '청년 로컬창업가'를 내년에 1만 명 발굴하고, 이들이 성장한 로컬 기업가는 1000곳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강원 원주, 충북 청주 등 지역에서 창업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로컬 브랜딩에 성공한 청년 로컬 창업 우수사례들이 소개됐다.

문지연 대표의 '깨 로스터리 옥희방앗간'은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통해 단순한 방앗간이 아닌 F&B(식음) 브랜드로 탈바꿈한 사례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창의성, 성장 가능성을 갖춘 예비 창업자에게 교육, 상담 및 코칭, 보육 공간과 함께 최대 4000만 원의 사업화 자금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중기부 사업이다.

문 대표는 사업 선정 후 지원받은 자금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름과 떡, 고춧가루 등 기존 제품군을 벗어나 들깨 쿠키, 들기름 아이스크림 등 자체 시그니처 상품을 개발하고 매장 2층을 체험형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그 결과 2021년 5300만 원이었던 연 매출은 올해 5억 2000만 원 안팎으로 10배가량 급증했고 외국인 관광객은 200% 늘어나는 등 원주의 '여행명소'로 성장했다.

문 대표는 "제품을 다시 브랜딩해보자는 생각이 사업을 통해 현실화됐다"며 "글로벌 진출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서울 마포구 드림스퀘어에서 열린 '제5차 소상공인 성장 릴레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22/뉴스1

중기부는 문 대표와 같은 '로컬창업가'를 1만 명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 내용은 지난 17일 대국민 업무보고에도 포함됐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많은 청년이 지역에서 창업에 도전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로컬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 소상공인들은 글로벌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한 소상공인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홍보물 번역부터 상품 기획 등 여러 마케팅적인 고민이 필요한데, 로컬 창업가를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며 "글로벌 관광객이 지역으로 퍼질 수 있는 마케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공장, 설비 확충 과정에서 대출 지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쭈꾸미볶음 식당을 제조기업으로 성장시킨 한 소상공인은 "외형 확장을 위해 공장을 짓고 싶어서 대출을 알아보니 1억 원이 상한선이더라. 이걸로는 공장을 지을 수 없다"며 "브랜드 역량이 입증된 소상공인에게는 대출 한도를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시열 전주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 초기에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중기부가 하고 있는 로컬콘텐츠중점대학 사업과 같이 대학을 활용해서 예비 창업자를 집중 지원해야 효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