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쏠림 심각…명문장수기업조차 인재유출 힘들어요"
중소벤처기업부, 명문장수기업 수여식에서 간담회 개최
한성숙 장관 "명문장수기업 상황에 맞는 지원 검토하겠다"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국내에서 45년 이상 회사를 경영해 온 명문장수기업들조차 지역 인력 유출과 기술 인력 부족을 견디기 어렵다며 위기를 호소했다.
이들은 숙련 인력 고령화와 고급 인재의 수도권 집중이 심해지면서 지방에서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지원을 당부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일 서울 중소기업 DMC 타워에서 '명문장수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선배 명문장수기업이 위기 극복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올해 선정한 명문장수기업 10개 사의 애로사항과 건의 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선박 핵심 장비인 배전반을 국산화한 KTE의 구본승 대표는 "부산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인력 수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인력이) 수도권으로 다 가고 나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서는 고급 인력을 쓸 수가 없다. 방산 분야 사업이라 고급 인력이 특히 많이 필요하지만 없다"고 호소했다.
김봉중 광덕에이앤티 대표도 "지방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인력수급 문제가 진짜 크다"며 "기존 인원은 고령화됐고 지방으로 유입되는 청년이나 기술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연구원이나 연구 기술 인력이 필요한데 확보가 어렵다"며 힘을 보탰다.
이들은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 기술인력 양성과 세제 혜택 등 복지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방 특성화고나 지역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강화해 뿌리 기업에서 지역 인력을 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의 관련 교육은 반도체나 바이오 쪽에 치우친 면이 있다"며 "꼭 유지돼야 하는 뿌리 중소기업 쪽에 지원 포커스를 맞춰줬으면 좋겠다. 대기업 수준의 복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식 개선,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구본승 대표는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등 병역특례 등 전문인력 제도를 활용하게 해달라"며 "군인 부족으로 이 부분이 불가하다면 지방 기업 근무자에게 별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명문장수기업에 대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이들 기업의 수출·글로벌화를 위한 비용 부담을 덜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이수연 하이멕 대표는 "명문장수기업 인증이 다른 부처 인증보다 까다롭고 명예롭다"며 "그럼에도 명문장수기업에 부여되는 우대 혜택은 한시적 기업 홍보나 일부 사업 지원에서의 가점 정도로 국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지니어링 기반 회사인 우리는 최근 AI 데이터센터나 글로벌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선진 기업과 경쟁하려면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디지털 전환(DX)해야 한다"며 "하지만 DX에 돈이 들고 인력도 많이 들어 감당하기가 어렵다. 중기부의 DX 지원 사업이 있긴 절차와 행정 부담이 상당하다. 명문장수기업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서류 심사를 간소화하거나 페이버를 주는 방식의 실질적 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무조사도 중소기업에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 부담인데, 가족친화 인증기업처럼 일정 기간 세무조사를 유예해 주는 제도가 있다면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명문장수기업에도 이런 실질적 혜택이 추가되면 기업들이 인증을 더 가치 있게 느끼고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방차랑 유니코정밀화학 대표는 "해외 산유국과의 계약에서는 국제 법무·컨설팅이 필수지만 그 비용이 중소기업엔 큰 부담"이라며 "국제 변호사·컨설턴트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 차원의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규홍 삼창주철공업 대표도 "뿌리기업은 산업 특성상 설비 투자가 필수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뒤처지지 않게 지원해달라"고 했다.
유승우 일진코스메틱 대표 역시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양질의 소비자 데이터가 지나치게 고가라 중소·중견기업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명문장수기업에 맞춘 데이터 바우처 등 실질적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쏟아진 요구에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명문장수기업을 선정해 명예를 드리고 일부 가점 등을 부여해 왔지만 무엇을 (지원)해야 할지 추가로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소기업이나 유니콘 기업을 위한 성장 프로그램은 있어도 그 중간 단계 기업을 위한 제도는 비어있다. 정책 공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명문장수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은 일반 바우처나 경영컨설팅과는 다를 수 있다. 해외 기업과의 계약 단계에서 필요한 변호사 서비스나 여러 전문 영역을 어떻게 지원할지 한번 정리해 보겠다"며 "세무 관련 부분은 국세청과 협의해 보고 조선·선박 분야 통상 문제는 산업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중기부는 이날 45년 이상 건실하게 성장해 우리 경제에 기여한 명문장수기업 10개 사를 선정했다. 명문장수기업은 국내 업력 45년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적·사회적 기여, 혁신활동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한다.
작년까지 선정한 명문장수기업의 평균 업력은 58년이며 지난해 기준 평균 매출액은 1205억 원이다. 명문장수기업 선정 전과 지난해 매출액을 비교하면 평균 22% 이상 증가했다.
올해 선정된 10개 사는 △광덕에이앤티 △금성풍력 △대한과학 △삼창주철공업 △유니코정밀화학 △일진코스메틱 △중앙운수 △하이멕 △KTE △명화공업이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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