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상폐 의혹받는 대동전자…가처분 신청에도 소액주주는 '불신'

[자사주 쌓아둔 中企]⑦대동전자 주주들 '고의 상폐' 의혹 제기
대동전자 "의혹 사실 아냐…자료 모두 제출했으나 '한정' 의견"

편집자주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나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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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대동전자(008110)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가운데 일부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고의 상장폐지 의혹을 제기하는 등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2년 연속 감사 의견 '한정'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대동전자는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만큼 고의 상장폐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동전자의 자사주 보유 비율이 33.36%,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비율이 60.4%에 달하는 기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동전자, 홍콩 계열사 감사 자료 미비로 3년 연속 '한정'

3일 대동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8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7월 31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중단과 중지된 주식 거래의 재개를 요구한 것이다.

대동전자가 상장폐지 처분을 받은 이유는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2년 연속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았기 때문이다.

2023년 삼덕회계법인은 대동전자가 지분을 보유한 홍콩 회사에 손상 징후가 발생했으나 이와 관련된 충분한 감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면서 '한정' 의견을 냈다. 또 해당 홍콩 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입수하지 못해 적합한 감사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도 밝혔다.

대동전자는 이듬해에도 같은 이유로 '한정' 의견을 받았다. 2년 연속 '한정' 의견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결국 지난해 6월 18일 대동전자의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거래소에 이의를 제기한 대동전자는 개선 기간을 부여받고 올해 7월 '개선 계획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요청서'를 제출했으나,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는 끝내 대동전자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와 별개로 대동전자는 올해 7월 심의요청서 제출 한달 전인 지난 6월에도 같은 이유로 감사 결과 '한정'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대동전자는 총 3년 연속 감사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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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상장폐지 위해 고의로 '한정' 의견 받아" 의혹 제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대동전자가 고의로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는 최대주주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지만 비적정 감사 의견으로 인한 상장폐지는 정리매매 절차를 밟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주주들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적정 감사 의견의 배경에 있는 홍콩 회사는 2022년까지만 해도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회계법인이 바뀌면서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의지만 있다면 해당 회사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7월 대동전자를 대상으로 회계장부 및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소액주주 A 씨는 "주주명부 열람 건은 승소해 확인했으나 특별한 사항은 찾지 못했다"며 "회계 장부 열람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동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대동전자 "고의 상폐 사실 아냐…감사 자료 요구대로 제출"

대동전자는 주주들이 주장하는 고의 상장폐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동전자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회계법인에서 요구하는 대로 자료를 모두 제출했으나 '한정' 의견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계법인이 감사를 위해 홍콩까지 찾아가 현지 감사인을 만났지만 '한정' 의견이 나왔다고도 했다.

대동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만약 (고의 상장폐지) 의도가 있었다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여러 액션을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자사주를 대량 취득한 것에 대해서도 주주들의 요구를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가치 대비 주가가 낮다는 지적과 자사주를 매입하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았다"면서도 "주주들의 소각 요청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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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비율 높인 대동전자, 최대 주주 포함 시 95% 육박

대동전자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는 주주들이 제기한 고의 상장폐지 의혹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그리고 자사주의 지분율 총합이 95%에 가까워 사실상 최대 주주만을 위한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어서다.

현재 대동전자의 자사주 보유율은 33.36%로 상장 중소·중견기업(금융회사 제외) 중 7위에 해당한다. 2020년 이전 자사주 보유율이 18%였던 대동전자는 최근 5년간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집중 매입하며 보유율을 33.36%까지 높였다.

높은 자사주 비율과 함께 주주들이 지적하는 것은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60.4%의 지분율이다.

현재 대동전자 최대 주주는 창업주 강정명 회장의 아들인 강정우 씨다. 강정우 씨는 28.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싱가포르 회사 DAIMEI SHOUJI PTE LTD(다이메이쇼우지)의 지분율이 29.9%로 더 많지만 다이메이쇼우지는 강정우 씨가 98.59%를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강정우 씨가 과반의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강정우 씨를 중심으로 한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다이메이쇼우지와 친인척인 강정명 씨(1.6%), 강수희 씨(0.8%) 등을 포함해 60.4% 규모다. 회사의 자사주까지 더하면 93.76% 수준이다. 사실상 소액주주는 회사의 경영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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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한국법인…"금융회사에 가까운 구조로 변모"

대동전자는 가전제품의 부품 및 금형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1972년 설립해 1990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대동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301억 원, 영업이익은 약 6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6%, 39.4% 증가했다. 반면 해외 법인을 제외한 별도 기준 매출액은 87억 원, 영업손실은 18억 원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대동전자의 연결 재무제표상 이익률은 높지만 이는 자회사와 관계기업에 의존한 결과"라며 "실질적으로 한국법인(별도 기준)은 영업손실 상태에서 자회사 배당과 금융수익으로 운영되는, 본업보다 금융회사에 가까운 구조로 변모했다"고 분석했다.

그의 지적대로 대동전자의 지난해 별도 기준 금융수익은 약 209억 원으로 매출액(별도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강 대표는 이어 "3년 연속 한정 의견이 나온 것은 관계기업 문제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자사주 비중이 높아 유통 주식 수가 적은 상황에서는 차라리 상장폐지를 통해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정리하는 것이 대주주 입장에서 안정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정이 향후 회사를 해외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기 위한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의 일환일 가능성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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