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로 '찐' 주주환원 하는 이 회사…매커스, 3년간 80% 소각
[자사주 쌓아둔 中企]⑤매년 200만 주씩 총 600만 주 소각
소각 발표 직후 상한가…해외 투자자도 주식 매수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자사주를 꾸준히 늘려 중견·중소기업 중 5위에 오른 매커스(093520)가 보유량의 80% 이상을 소각하는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사주 보유 기업의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일부 기업들이 최근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자사주 보유량이 높은 기업들도 뚜렷한 소각 계획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매커스는 자사주 소각이라는 확실한 주주 환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매커스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자사주 소각 발표 직후 매커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해외 투자자가 신규 주주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시장이 주목하는 모습이다.
29일 매커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7월 22일 보유 자사주 747만 2904주 중 80%에 해당하는 600만 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3년간 매년 200만 주씩 자사주를 소각하는 계획이다. 매커스는 해당 내용 발표 이후 곧바로 200만 주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약 115억 원 규모다.
매커스는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 계획 외에도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약속했다. 연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매커스는 "배당 및 자기주식 매입 후 소각 규모 등은 향후 이사회에서 탄력적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매년 진행하는 자사주 취득 및 현금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7월 22일 매커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매커스는 이달 기준 국내 상장 중소·중견기업(금융사 제외) 중 자사주 보유율 5위 기업이다. 200만 주 소각을 완료한 현재 매커스의 자사주 보유율은 38.64% 규모다.
소각하기 직전 매커스의 자사주 보유율은 46.2%로 만약 소각을 하지 않았다면 자사주 보유율 상위 4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매커스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사주 보유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5년 65만 주,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50만 주를 취득한 매커스는 2020년부터 매년 최소 80만 주 이상을 사들였다.
매커스가 내세운 자사주 취득 목적은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였다. 자사주를 다시 매도하지는 않았지만 소각 역시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아 온전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7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 논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매커스는 주주 환원 정책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매커스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슈 이후 많은 투자자와 주주들이 (향후 계획을) 문의했었다"며 "정부 정책 방향을 따르는 게 맞는다고 판단해 회사 경영진이 직접 소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소각하는 것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순차적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 이에 따라 200만 주씩 3년간 소각하자고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자사주(200만 주) 소각에 따라 매커스의 최대 주주인 신동철 공동대표의 보유 지분은 5.75%에서 6.55%로 증가했다. 성종률 공동대표의 보유 지분 역시 4.57%에서 5.21%로 증가했다.
현재 매커스의 주요 주주는 △자기주식 38.64% △피델리티매니지먼트앤리서치컴퍼니LLC 10.03% △미리캐피탈매니지먼트LLC 8.9% △신동철 6.55% △성종률 5.21% 등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으로 매커스의 자사주 보유율은 계속해서 낮아질 전망이다.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 현재 보유한 자사주를 약속한 대로 소각한다면 회사의 자사주 보유율은 14.49%까지 낮아진다.
다만 3년간 자사주 매입 후 소각 계획도 밝힌 만큼 세부 자사주 보유율은 달라질 수 있다.
매커스의 주주 환원 정책 발표 이후에는 해외 투자자의 자금 유입과 차익 실현 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자금 유입으로는 미국 투자자문사 미리캐피탈매니지먼트LLC를 꼽을 수 있다. 미리캐피탈은 매커스 지분을 추가매수해 총 보유 지분율이 8.9%에 달한다. 지난 8월 공시 기준이다.
차익 실현도 있다. 2018년 매커스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문사 '피델리티매니지먼트앤리서치컴퍼니LLC'는 보유 주식 161만 4692주 중에서 19만 4382주를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매도에도 불구하고 매커스의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피델리티 지분율은 9.99%에서 10.03%로 소폭 상승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자사주가 많은 회사들은 자사주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 등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로 디스카운트 되는데 매커스의 경우 2.04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 전) 공동대표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약 11%로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자사주 소각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매커스는 비메모리 반도체인 FPGA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등을 판매하고 기술 지원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루션' 기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전문기업의 제품을 국내로 들여와 영업하는 반도체 유통업체로 볼 수도 있으나, 고객사에 적합한 반도체를 선정하고 설루션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개발 파트너로서 반도체 회로 설계 등 기술 지원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커스의 연결 매출액은 약 19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연결 영업이익은 약 269억 원으로 2% 증가했다.
올해 실적도 호조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약 13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0억 원으로 71% 증가했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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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나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