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은 언제쯤"…자사주 1위 인포바인[자사주 쌓아둔 中企]①

올해만 자사주 세 차례 추가 취득…보유 자사주의 39.3%
'소각 목적'에도 최초 취득 후 8개월째 소식 없어

편집자주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848곳의 코스피 상장사와 1799개의 코스닥 상장사를 모두 합쳐 자사주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시가총액 2000억 원 수준인 중소기업 인포바인(115310)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54.18%인 172만 52주에 달한다.

인포바인의 자사주 취득 목적은 대부분 '주주가치 제고'다. 특히 이 회사는 올 들어 세차례 자사주를 추가매입했는데, 매입 목적을 '소각'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아직 자사주 소각 계획은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인포바인의 자사주 비중이 워낙 높은 만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소각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으나 회사 측의 소각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서 주가도 약세로 돌아섰다.

20일 인포바인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월, 2월, 4월 총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했다. 세 번의 자사주 취득 목적은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 소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자사주 취득은 각각 2월, 4월, 7월에 마무리됐다.

이렇게 취득한 자사주는 67만 9720주 규모다. 이는 현재 인포바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73만 52주의 약 39.3%에 달한다. 보유 자사주의 약 39.3%를 올해 초에 집중적으로 매입한 셈이다. 자사주 취득에는 회사의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약 232억 원이 투입됐다.

대규모 자사주 취득이 이어지면서 인포바인의 자사주 보유율은 현재 54.18%로 껑충 뛴 상태다. 이는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자사주 매입은 대체로 주가에 호재로 여겨진다. 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는 주식수가 줄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자사주를 '소각'했을 때 완성되는 '주주가치 제고' 효과다. 만약 회사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게 되면 오히려 자사주는 오버행(시장에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 매도 물량) 요소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삿돈으로 산 자사주를 최대주주나 오너일가가 자신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지나치게 많은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는 것은 주주가치에 반하는 일로 여겨지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인포바인의 이와 같은 자사주 보유율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한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인포바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최대 주주 지분을 크게 상회한, 지배구조의 심각한 불균형 상태"라며 "54.18%에 달하는 자기주식은 경영권 방어의 강력한 수단인 동시에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핵심적인 오버행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자사주 소각이나 인수·합병 재원 활용 등 기업의 가치를 정상화하기 위한 경영진의 전략적 결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자사주 소각 언제 하나"…약속은 했지만 구체적 계획 없어

주주들은 인포바인이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만큼 빨리 약속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포바인은 올해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공유하지 않고 있다.

단지 "소각을 진행할 경우 이사회를 통해 결의 및 상세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각 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는 이른 시일 내에 소각을 완료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올해 2월 취득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기업의 공시 담당자는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했다면 최대 6개월 안에 소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소각 결정은 주주총회를 거칠 필요 없이 이사회 결의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을 길게 끌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포바인의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강대준 회계사는 "인포바인은 현금 보유량이 많고 부채는 거의 없다. 영업이익률도 높아 자사주 소각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모두 완료한 후에 소각하려 했으나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각을 목적으로 매입했기에 실행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포바인은 원래 올해 세 차례의 자사주 취득에서 83만 주를 매입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67만 9720주만 취득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최대 주주 권성준 대표, 자사주 전체 소각 시 지분율 36%로

인포바인의 최대 주주인 권성준 대표는 현재 회사 지분의 16.59%(52만 9679주)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올해 세 차례 취득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한다면 권 대표의 지분율은 21.07%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인포바인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경우 권 대표의 지분율은 36.2%까지 오른다.

현재 권 대표를 제외한 주요 주주로는 △소액주주 16.32% △미리캐피탈매니지먼트(Miri Capital Management LLC) 6.07% △현종건 외 3인 5.4% △김재수 0.84% △우리사주조합 0.59% 등이 파악된다.

한편 인포바인은 휴대폰인증서 보관 서비스 '유비키'(UBIKEY)를 운영하는 IT 기업이다. 지난해 해당 사업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156억 6300만 원으로 전체 매출의 62.2%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휴대전화 간편 로그인 '슈퍼패스', 국내 통신 3사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부가서비스 사업과 모바일게임 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회사로는 에이치와이넷과 연예기획사인 바인엔터테인먼트를 보유하고 있다. 권 대표는 바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