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껴야 지원받았는데"…中企 지원절차 확 바꾼다(종합)

정부 지원사업 제출 서류 간소화·행정 정보 연계 추진
어려운 지원사업에 정책 브로커 횡행…관리·감독 강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제4회 중소기업 정책 현장투어'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1/뉴스1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정부의 지원사업을 중소기업이 한눈에 확인하고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가 정보 전달 방식을 개선한다. 중소기업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컨설팅 명목으로 접근하는 '브로커'의 부작용까지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중기부는 중소기업 분야 네 번째 정책 현장투어를 개최했다. '중소기업 지원 전달체계'를 주제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는 사업 공고부터 신청까지 이어지는 과정 중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애로를 직접 듣는 자리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한성숙 장관은 "중기부 장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이 중소기업 지원 전달체계"라며 "중소벤처24, 소상공인24 홈페이지, 온누리상품권 앱 등을 직접 보고 느낀 솔직한 심정은 '많이 부족하다'였다"고 말했다.

이어 "단편적인 예로 공공기관 홈페이지에는 팝업창이 너무 많이 뜬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부족한 시간을 쓰지 않도록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제4회 중소기업 정책 현장투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1/뉴스1
파편화된 공고…제출 서류도 한가득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들은 중기부의 지원사업 공고를 확인하는 과정부터 사업을 신청하는 과정까지 직접 겪은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정승호 더캡슐 대표는 "사업공고가 고시되는 경로가 비즈인포(기업마당), K-스타트업 창업지원포털, 지자체 창업지원센터 등 여러 채널이다"며 "어떤 공고는 모든 채널에 올라오고 또 다른 공고는 하나의 채널에만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하나의 통합 채널에서 업력, 업종 등을 필터링해서 필요한 분야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사업 신청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사업계획서가 너무 복잡하고 자금 신청을 위해 필요한 제출 서류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영태 나노일렉트로닉스 대표는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하려면 일주일 이상 서류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의 성장세를 평가하려면 재무제표 등 객관화된 자료를 활용할 수도 있는데 단계마다 서류를 제출하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혜인 아이트럭 대표 역시 "사업자등록증, 재무제표 등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10가지가 넘는다"며 "한 번 자료를 제출하면 다음 정부 사업에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정책 브로커 수수료만 15%…"지원사업 절차 쉬워져야"

이처럼 정부 지원사업이 복잡하다 보니 컨설팅 명목으로 접근해 이를 중소기업 대신 신청해 주는 이른바 정책 브로커도 횡행하고 있다. 문제는 브로커들이 성공 보수로 과도한 수수료를 수취한다는 점이다.

김정혁 사이버테크프랜드 대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사업계획서 작성을 어려워해 브로커를 활용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며 "15%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양동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업금융처장은 "제3자(브로커)를 활용하더라도 지원사업이나 정책자금 대상 선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들의 부당한 개입을 법률적으로 제지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보가 부족한 비수도권 기업들은 브로커로 불리는 제3자의 컨설팅이라도 받아야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브로커의 도움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사업의 편리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날 업계의 애로를 청취한 중기부는 제출 서류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행정 정보를 연계하고 AI를 활용해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족하고 파편화된 정보는 기업마당과 중소벤처24 플랫폼을 통합해 해결하고 문제로 지목된 정책 브로커도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