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 훔치면 철퇴…예방부터 사후대응까지 손본다(종합)

한성숙 중기부 장관, 기술탈취 중소기업 만나 의견 청취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도 속도…관계 부처 협력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앞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 김완기 특허청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중기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중소기업 대표, 전문가 등이 중소기업 기술탈취 현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8.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빼앗거나 훔치는 행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중소기업이 기술침해를 겪어 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는 피해 입증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실제 피해가 인정될 경우에는 손해 배상액을 지금보다 높여 실질적인 구제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할 전망이다.

피해 중소기업의 의견을 청취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소기업이) 입증 책임 관련해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어서 제도적으로 보완하려 한다"고 말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과 함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한성숙 중기부 장관 취임 이후 중소기업 분야로는 처음 마련된 정책 간담회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완기 특허청장 등 관계 부처 수장들도 모두 자리했다.

한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새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매우 중요한 정책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소중한 의견을 경청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중기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중소기업 대표, 전문가 등이 중소기업 기술탈취 현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8.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연간 중소기업 기술침해 건수 299건…승소 확률도 낮아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제도 개선을 마련해 왔다.

기업 간 거래 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을 의무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기존 3배에서 5배로 강화했으며 기술탈취에 대한 입증 책임을 침해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중기부가 실시한 '2024년 기술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의 연간 기술침해 건수는 약 299건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피해기업당 평균 손실액은 약 18억 2000만 원에 이른다.

특히 거래나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무단 요구하거나 탈취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최근 5년간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도 총 105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술침해 관련 민사소송은 1심 판결까지 평균 1년 이상 소요되고 승소율도 32.9%에 불과하다.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은 턱없이 적다. 평균 청구 금액은 약 8억 원이지만 법원에서의 인용액은 1억 5000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중기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중소기업 대표, 전문가 등이 중소기업 기술탈취 현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8.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기술탈취 중소기업 "피해 입증이 가장 어려워"

한 장관 역시 이날 간담회를 통해 계속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의 원인으로 △기술탈취 피해 입증 곤란 △턱없이 낮은 손해배상액 △취약한 기술침해 사전예방 역량을 지목했다.

그는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은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다"면서 "국회도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 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관련 협·단체가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세부 내용은 달랐으나 많은 기업은 기술 침해에 따른 피해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애로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 공정위, 특허청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손해배상액 현실화 △행정조사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한 장관은 "대부분 피해 입증 책임을 어려워해서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보고 있다"며 "또 하나는 지원 제도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도를) 몰랐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잘 알려 사전에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