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기업 떡하니 인증"…벤처캐피탈協, 부실 심사 도마
유권 해석기관과 협의 없이 요건 적격여부 자체 판단
부적격 판단 후에도 보고 누락해 확인서 6개월여 유지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자격 미달인 기업에 벤처기업확인서를 발급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최근 벤처캐피탈협회에 벤처기업확인 요건 검토 등이 부적정했다고 통보했다.
중기부는 과거 공공기관 중심으로 운영하던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민간 주도로 개편하면서 벤처캐피탈협회 등을 벤처기업 확인 전문평가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탈협회는 2021년부터 벤처기업법에 따른 벤처투자 요건을 심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협회가 심사한 벤처기업확인 건수는 1만 417건에 이른다.
협회는 벤처기업확인 신청 기업이 중소기업 여부, 적격투자자로부터 5000만 원 이상 투자 유치, 자본금 중 투자유치액 비율이 10% 이상인지 등을 충족하는지 심사하고 있다.
감사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요건이 애매한 신청 기업 5곳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유권 해석기관(중기부)과 협의 없이 적격투자로 자체 판단해 확인기관에 보고했다.
이들 5개 기업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온라인소액 투자중개의 방법으로 우선주나 보통주가 아닌 전환사채(CB) 투자를 받았는데 벤처기업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적격투자 여부에 대한 법률상 유권해석이 필요했으나 협회가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
이후 확인기관(벤처기업협회)은 벤처캐피탈협회의 보고 자료를 바탕으로 이들 5곳 기업에 벤처기업확인서를 발급했다.
사후적으로 중기부와 확인기관, 협회가 적격 여부를 판단한 결과. 지분증권 투자 범위가 주식 투자인 우선주나 보통주로 한정돼 있어 5개 기업은 부적격기업으로 분류됐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이후 5곳 기업을 부적격 기업으로 확인기관에 통보하는 과정에서도 1곳을 누락했고 이 때문에 이 기업은 부적격 판단이 내려진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벤처기업확인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감사실은 벤처기업 전문평가기관인 벤처캐피탈협회가 평가인력을 지정해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부적정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벤처기업확인 인력을 4인 이상 지정해야 했지만 M&A 지원팀에 평가인력을 배정하고 이들 직원에 평가 업무를 하도록 했다.
또 협회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전문인력요건을 충족하는 자를 평가인력으로 투입해야 했지만 2025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평가 전담인력(2명) 모두를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외부 파견 인력으로 투입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중기부는 김학균 벤처캐피탈협회장에 벤처기업확인서를 잘못 발급한 것으로 확인된 기업에 대해 벤처기업확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확인기관에 보고하는 등 시정 조치를 하라고 했다.
앞으로 벤처투자유형 벤처기업확인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령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경우 소관부서와 사전 협의를 누락하지 말라고도 했다.
벤처기업확인 평가인력 운영과 관련해서는 적정 요건을 갖춘 인력을 평가 업무에 투입하고 평가인력 지정 절차를 마련하라고 했다.
이외에도 감사실은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 운영기관 간접비를 부적정하게 집행한 사실도 발견했다.
협회는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 운영기관으로 추천기업의 민간 투자 적격 여부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사업비를 수탁·집행하고 있다. 사업비는 사업 수행에 직접 소요되는 실경비에 한해 집행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협회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억 1050만 원의 간접비를 집행하면서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명시하지 않고 사업비 계좌에서 협회 고유사업 계좌로 간접비를 전액 일괄 이체했다.
일괄로 이체한 탓에 사업 수행에 소요된 실경비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중기부는 협회에 간접비 집행 시 실경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사업비 전용 계좌에서 직접 지급하거나 대체 집행 시에는 세부 내역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지적 사항은 개선 중"이라며 "평가인력에 자격을 갖추도록 하는 부분은 내부 인력에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쪽으로 추진 중이다. 나머지 사항도 개선 조치 중"이라고 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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