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층간소음 부르는 TV 소리 그만…음량 낮아도 잘 들리네"

제이디솔루션, 초지향성부터 무지향성까지 제품군 확보
초지향성 스피커 '브릭' 한 발짝만 벗어나도 '음소거'

KOBA 2025에 참여한 제이디솔루션의 '하룬제' 스피커 2025.5.20/ⓒ뉴스1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TV 음량을 높이지 않아도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고 난청이 있는 시니어층에게 적합하죠."

설명을 듣고 전시회 부스 한에 마련된 TV 앞 소파에 앉았다. 전시 부스는 사방이 뚫려 있어서 근처 부스, 관람객들의 소리로 매우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청각보조 기능'을 켜니 TV 소리가 주변 소음을 뚫고 귀에 또렷이 박혔다. 무리하게 TV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그랬다. 층간소음을 예방하고 시니어에게 적합한 기술이라는 설명이 단박에 이해됐다.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KOBA 2025)에 참가한 제이디솔루션은 일상과 공공을 넘나드는 음향 솔루션 4종을 이번 전시회에 출품했다.

그중에서도 제이디솔루션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신제품 '하룬제'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룬제는 TV 장식장 위에 작은 인테리어 제품처럼 놓여 있었다. 납작하고 기다란 기기는 주변과 잘 어울렸다.

하룬제는 청각보조 알고리즘과 지향성 음향 기술을 적용한 사운드바다.

청각보조 알고리즘은 TV 소리의 주파수를 분석해 대역이 큰 음성 성분(모음)은 보존하고 대역이 작은 음성 성분(자음)은 증폭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 덕분에 고령층이나 난청이 있는 청각 약자들은 TV 소리를 크게 키우지 않아도 적절한 음량으로 시청할 수 있다. 음량을 계속해서 높여야만 TV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일반 음향 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인 구조다. 층간소음의 원인이 되는 '높은 TV 소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지향성이란 특정한 영역으로 소리를 모으는 기술로 일반적인 음향 기술과 달리 초음파 기술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좁은 영역에 집중해 소리를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

제이디솔루션 하룬제(제이디솔루션 제공)

시끄러운 주변 환경 속에서도 하룬제 앞에서는 TV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TV 자체 음량을 높이지 않아도 '청각보조 기능'을 켜면 음량이 커지는 효과를 냈다.

늦은 밤 TV로 영화를 보거나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옆집에 피해가 되지 않을지 걱정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충분히 유용할 듯했다.

제영호 제이디솔루션 대표는 "현재 하룬제 2000대가량이 일본에 샘플로 수출돼 판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6월에 정식 출시한다.

제이디솔루션이 공략하는 일본 시장은 고령 인구의 증가로 청각보조 기능을 탑재한 음향기기가 보편화된 상태다. 제 대표에 따르면 현지 업계 1위인 일본 업체가 최근 3년간 30만 대의 청각보조 기능을 탑재한 음향기기를 판매했다.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청각보조 기능을 탑재한 여러 기기가 성장 기회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시니어 시장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 급증하고 있는 난청, 세대 간 층간소음 문제 등 소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이디솔루션 초지향성 스피커 '브릭미니'가 천장에 설치돼 있다. 바닥에 표시된 발자국에 올라 서면 소리가 들린다. 2025.5.20/ⓒ뉴스1 이정후 기자
"한 발짝만 벗어나도 안 들려"…활용도 높은 초지향성 스피커

이날 제이디솔루션은 초지향성 스피커인 '브릭'과 '브릭미니'도 선보였다. 브릭은 지향각이 5도 이내로 매우 좁은 편이다. 즉 소리의 근원으로부터 5도 이내 각도에만 소리가 전달된다는 이야기다. 브릭미니는 초지향성 기술은 보유한 채 소형화·경량화한 모델이다.

브릭미니를 체험하기 위해 발바닥이 그려진 장소에 올라섰다. 천장에는 브릭미니가 설치돼 있었고 스피커에서는 새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한 발짝만 옆으로 이동하면 새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약 1.5미터 옆에 마련된 또 다른 브릭미니에서는 물소리가 들렸다. 바로 옆에 새소리가 들리는 브릭미니가 있었고, 칸막이도 없었으나 두 소리 간의 간섭은 없었다.

제이디솔루션은 해당 기술을 전시회나 박물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려한 영상과 함께 소리 간섭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쓰임새가 높다.

제영호 제이디솔루션 대표 2025.5.20/ⓒ뉴스1 이정후 기자
교육 현장에는 무지향성 스피커…오디오 기술 넘나든다

이 밖에도 학교나 학원에서 쓸 수 있는 '아우림'도 선보였다. 아우림은 앞선 제품들과 다르게 무지향성 스피커다. 특정 영역이 아닌 전체 공간에 소리를 골고루 전파하는 제품이다.

스피커(아우림)와 앰프, 마이크로 구성된 제품은 교육 현장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 출시 이후 현재 전국 2000개 교실에 아우림이 보급된 상태다. 올해 매출 규모는 80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개발을 시작해 내놓은 고출력 이동형 비상방송 스피커 'PES'도 주목을 받았다. 지향각 15~20도인 PES는 최대 300미터 거리까지 133㏈ 규모로 소리를 전달할 수 있어 군중에 정보를 전달할 때 용이하다.

한편 그동안 조달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정부와 기업 간 거래(B2G),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 분야를 넓혀 온 제이디솔루션은 올해 B2C 제품 출시로 사업 영역을 한 단계 더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제 대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소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제이디솔루션의 목표"라며 "안전 메시지, 광고 메시지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술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