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직구 불똥 튈라"…트럼프 관세 정책에 역직구 업계 '촉각'

트럼프 보편 관세 현실화 시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역직구 주요 품목 미리 현지에 배치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2월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1.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역직구'(해외 직접 판매) 관련 물류 및 구매 대행 업계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했던 보편 관세 공약이 우리나라로 확대될 경우 미국으로 국내 제품을 판매하는 역직구 시장도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온라인 면세점 구매가 대부분인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직구 1위 국가로 전용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했거나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역직구 시장의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역직구된 국내 제품 규모는 34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역직구 규모가 1조 6971억 원에서 1조 7225억 원으로 1.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역직구 1위인 중국은 온라인 면세점으로 구매해 공항에서 수령하는 규모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역직구 시장 1위는 미국이다. 미국은 면세점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 이하다.

인천 중구 인천공항 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 검사를 하고 있다. 2024.11.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처럼 성장하는 미국 역직구 시장에 발맞춰 국내 중소형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물류 기업들은 전용 풀필먼트센터를 국내와 해외에 구축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해외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들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여부나 세부 품목이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동맹국과 비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의 행보에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매 대행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는 확정된 사안이 없어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다만 어느 정도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역직구 물품을 미국으로 운송하는 물류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역직구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형 물류사보다는 역직구에 특화한 중소형 물류 업계의 긴장감이 더 높은 모습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물량을 미국으로 미리 보내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과거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중국 업체들이 선박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국내 중소형 화주의 예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된 적이 있었다. 이 경우 물류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반면 역직구 시장의 피해가 생각보다 미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요 역직구 품목인 중저가 화장품의 경우 중국과 경쟁 관계인데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 우리나라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뷰티 플랫폼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국내 브랜드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K뷰티가 대세인 흐름은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중저가 시장은 중국과 경쟁 관계인데 중국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