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눈앞에 두고 매각…'7년' 묶인 정책펀드·구주 거래 풀어야"
벤처캐피탈 업계 간담회 개최…'8년 만기' 애로 전달
1.9조원 결성 중기부 모태펀드, 구주 거래 활성화 의지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스타트업이 한 분야에서 굵직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통계적으로 최소 10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기업 성장의 결정적인 순간에 펀드 만기나 신주밖에 투자 못 하는 제한 때문에 손바뀜이 일어납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외국계 자본으로 구주가 넘어가는 겁니다."
벤처캐피탈(VC) 업계가 벤처투자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나 건의사항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들은 중기부가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늘려 벤처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도 업계가 바라는 규제 개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 대표 10명이 참석한 이번 간담회에서 대표들의 공감을 받은 주제는 '펀드 만기 연장'과 '구주 거래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송인애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정책 펀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8년의 만기 기한과 신주 투자로 제한된 조건 때문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기업으로의 성장을 앞두고도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송 대표는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VC가) 함께 가야 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만기 혹은 신주밖에 투자하지 못하는 제약으로 손바뀜이 발생한다"며 "마지막에는 결국 외국계로 구주가 넘어가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준표 SBVA 대표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이 대표는 "모태펀드가 출자해 준 펀드를 현재 청산 중인데 수익률이 굉장히 높다"면서도 "우리가 투자해서 유니콘이 됐는데 만기 연장을 할 수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구주를 전부 외국계 회사에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LP(유한책임투자자)로 롤오버(만기 연장) 펀드를 만들어서 기존 펀드를 받아오려 했는데 이것도 막혔다"며 "우리가 들고 있었으면 훨씬 더 모태펀드에 큰 수익을 돌려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정책 자금이 투입되는 정책펀드의 경우 만기 연장이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롤오버 방식이 국내에서는 제약이 많다는 평가다. 만기 연장을 위해서는 LP들의 동의를 모두 받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에 대해 윤효환 한국벤처투자 펀드운용1본부장은 "모태펀드는 GP(운용사)들이 정확한 매도 타이밍을 잡을 수 있도록 펀드를 연장하고 있다"며 "2010년에 결성해 작년에 13배 수익률을 올린 문화펀드는 만기 당시 손실이었으나 14년 이상 기다려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중기부가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새로 마련한 '구주 매입의 주목적 투자 인정'에 대해서도 한시 적용이 아니라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중기부는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구주 매입을 주목적 투자로 최대 20%까지 인정한다. 중간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2026년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펀드의 경우 구주와 신주를 구분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정책 펀드는 신주 투자만 할 수 있도록 구조가 만들어져있다고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구주 거래의 경우 스타트업에 직접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모태펀드 취지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봉덕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모태펀드의 목적은 수익률 외에도 투자한 스타트업을 잘 되도록 만드는 정책 목적을 갖고 있다"며 "그럼에도 올해 구주 매입을 주목적 투자로 인정하겠다는 건 저희 입장에서 큰 결정이기에 시장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업계는 지역 중소형 벤처캐피탈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과 지역벤처펀드에 다양한 LP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을 건의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스타트업 투자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의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데 다양성을 위해 중소형 벤처캐피탈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기부 모태펀드는 이달 중으로 1조 원을 출자해 1조 9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 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펀드 1조 원 이상 조성을 목표로 하고 지방 분야, 창업초기 분야에 출자 규모를 확대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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