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시장, 자발적 참여만이 살길"[디지털 풍랑 속 생존기]

2030세대 "전통시장 안가도 불편함 없다"
디지털화 마중물 '총력'…세금 중심 정책 한계 지적도

편집자주 ...전통시장이 외면 받고 있다. 예전에는 마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라도 했지만 e커머스 등장에 값에서도 밀리고 있다. 주차장, 화장실, 쾌적한 실내 환경 등 편의성도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정부가 떠올린 해답은 '디지털화'다. 쪼그라드는 오프라인을 넘어서 온라인을 통해 전통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로그아웃 위기에 있는 전통시장 디지털화를 들여다본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 모습. 2023.4.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1. 20대 직장인 A씨는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선호한다. 쾌적한 환경에서 더 쉽게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어서다. 대형마트 휴무일에 필요한 물건이 생겨도 전통시장에 가는 대신 다음 날까지 기다리거나 온라인 새벽 배송을 이용한다.

#2. 30대 자영업자 B씨는 식재료를 대규모로 구매할 때 창고형 식자재 마트를 주로 이용한다. 일부 식자재는 거래처 식품 회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공급받는다. 3년 간 식당을 운영했지만 전통시장을 가본 적은 없다.

고령의 기존 소비자들은 여전히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대형마트, 온라인 구매가 더 익숙하다.

올해 1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간한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시장당 일평균 고객 수는 4672명으로 2020년(4723명)보다 1.1% 감소했다. 2019년 5413명부터 해마다 줄어든 일평균 고객 수는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2022년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연령대도 고령화됐다. 점포주의 평균 연령은 △2019년 58.8세 △2020년 59.7세 △2021년 59세로 60세에 가깝다. 향후 전통시장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30·40대 상인들의 비중은 2019년부터 18.2%→16.7%→16.4%로 감소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인구 유입이 없다면 전통시장은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통시장 점포주 연령별 분포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집 갈무리)

정부는 전통시장의 디지털화에 존속 가능성이 달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e커머스 매출 실적이 있는 소상공인은 2020년 기준 8.9%에 불과하다. 사실상 걸음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통시장 정책을 연구해 온 변명식 전 장안대 교수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없을뿐만 아니라 따라가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60세에 가까운 점포 사장들은 한 번 고착화된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구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현장체험활동을 나온 대구내일학교 늦깎이 학습자들이 무인결제기(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운 뒤 직접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2023.4.1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향후 3년 동안 상권 정보를 담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키오스크 등 스마트기기를 도입한 스마트상점 인식을 제고할 계획이다. 소진공은 전통시장에 디지털 교육을 도입하고 협동조합 중심의 '디지털전통시장'을 2025년까지 150개로 늘린다.

다만 정부의 노력에도 전통시장이 디지털 전환의 효과를 보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집합교육 형식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교육은 기존 상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고 디지털 환경에 대한 심리적인 벽도 아직 높기 때문이다.

광장시장상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상인들은 온라인과 디지털을 몰라도 장사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200만원짜리 키오스크도 비용이라고 생각해서 도입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소진공의 지원 사업은 시장 스스로 기획한 제안서를 평가하고 선정하는 '바텀 업' 방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반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전통시장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강북구 수유전통시장의 배송센터 모습

전통시장의 활성화 방안이 세금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도 개선돼야할 점으로 꼽힌다.

중기부는 2023년도 전체 예산 13조5205억원 중 4조2605억원을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에 배정했다. 관련 예산은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944억원 △강한 소상공인 성장 130억원 △온누리상품권 2898억원 등이다. 2년치 디지털전통시장 사업 예산은 약 90억원이다.

변 전 교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들은 외부 인력이 중심이 되는 사업단이 추진하는데 지원이 끊기면 그대로 끝나버린다"며 "사업단 업무를 전통시장 스스로 이어 갈 수 있도록 자립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시장의 체질적 한계를 바꾸는 방법은 딱 한 가지"라며 "전국 1400여개 시장 중 15~20%를 정부가 집중 육성해 디지털 전환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다른 시장도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정욱 소진공 시장상권본부장은 "모든 사업의 예산을 100%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기부여 차원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인들 스스로 참여하려는 의지"라며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한 이들은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