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中企]②자금난 대책 쏟아내지만…현장은 "택도 없어"

정부 정책금융 대책 환영했지만…기업대출 고금리에 어려움 여전
美금리인상·中수출급감에 '벼랑끝'…"中企·금융 상생제도 마련해야"

편집자주 ...경기 침체·생산성 하락 등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나날이 치솟는 대출 이자를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운 만큼 중소기업들은 금리가 늦게 오르기만을 바라는 처지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해결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중소기업은 은행이 정하는 금리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은 고금리와 자금난에 쓰러지는데 시중 은행들은 고금리로 대출을 늘리며 사상 최대 이익 달성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불만이 나오는 겁니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정부의 총 80조원 규모 신규 정책금융 공급 정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던 중소기업계가 최근 은행과의 수평적이지 않은 거래 관행을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 상당부분이 이자 감면(우대금리 적용)에 초점 맞춰진 가운데 기준이 되는 기업대출 금리가 낮아지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연초 고금리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금융이용부담 완화를 지원하기 위해 총 80조원(금융위 50조원·중기부 30조원) 규모의 신규 정책금융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기본 방향은 △3고 현상 대응·수출기업 자금 공급(22조8000억원) △혁신기업 성장(52조3000억원) △취약기업 재기지원(8조9000억원) 등이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요 방안은 수입기업의 결제부담 및 수출기업 비용부담 경감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중기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지난달부터 '중소기업 매출채권팩토링' 사업 신청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중진공이 인수하고 조기 현금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매출채권팩토링 사업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 공포안도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팩토링 사업을 이용하면 구매기업이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도 중진공이 판매 기업에 자금 상환을 청구하지 않는다. 판매기업은 구매기업의 매출채권을 조기 현금화할 수 있어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막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팩토링 사업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매출채권 인수 할인율은 연 4% 내외로 적용돼 지난해보다 0.5%p 인하할 예정이다. 상환연장 제도도 신설해 구매기업이 15일 단위로 네 번까지(최대 60일) 상환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금융사들도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장기 금리안정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기업당 최대 20억원까지 3년간 저리로 대출한다.

KB금융그룹도 대한상공회의소와 손잡고 중소기업에게 최대 1.0%p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5000억원 규모 'KB 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SLL형) 상품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권의 간접지원 규모는 중소기업들이 처한 자금난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다. 중소기업 대출은 미상환 가능성이 높아 은행은 은행 대로 리스크 관리 측면서 오히려 현시점보다 금리를 더 높여야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2022.8.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중소기업계는 정부와 금융권의 대책에 대해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들이 부담하는 이자를 경감하기 위한 신규 정책금융 지원은 환영하지만 △기업대출 고금리 △금융사별 예대금리차 확대 △대중 무역 적자 확대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연속 인상 등 다양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경영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은 회사채 발행이나 직접금융 등 유동성 확보 수단이 제한적이어서 은행대출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달 말(지난해 12월~올해 2월 말 3개월 취급 분)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는 연 6.44%로 여전히 높다.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어려움도 문제지만 기존 대출이자 가중으로 한계 기업이 늘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은행의 고객은 중소기업인데 고객인 중소기업이 은행에 사정해야 하는 관계"라면서 "금융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은 갑을 관계에 놓여 있다. 이제는 금융권의 고통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금리 인하 △저금리 대환대출 한도와 지원범위 확대 △5000억원 상생 기금 확대 및 상생금융지수 신설 등을 촉구했다.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기업과 은행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금융권에 이익이 집중됐다는 게 문제"라며 "은행권은 지금 벌어진 예대금리차를 완화할 여력이 있다. 정부도 은행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