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일한 만큼 벌고 싶은데"…근로시간제 재검토에 생산·기술직 '불만'

"일부 업종에겐 필요한 제도…생산·기술직 MZ 의견 들어야"
중소기업계 "법인데 안 지킬 수 있나…직원들 눈치 본다"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 붙어있는 구인구직 안내문에 근로시간이 적혀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바쁠 땐 69시간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휴가를 쓰거나 짧게 일하면 되죠. 집중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는 MZ세대도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제 유연화 개편안이 대통령 지시로 재검토에 들어가자 일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의견 청취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사무직 근로자가 중심이 된 'MZ노조'와 간담회를 가지자 생산·기술직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선 "사무직만 MZ세대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노사합의에 따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까지 확대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놨다. 주52시간제 연장근로시간 총량은 유지하되, 업무가 몰리는 등 집중 근로가 필요할 때 몰아서 일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경기 소재 한 설비업체에 다니는 30대 B씨는 "주당 69시간 근무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지금처럼 하면 된다. 마치 정부 개편안이 모든 회사, 근로자를 69시간 노동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히려 불법으로 몰래 야근하고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근로시간을 유연화해 나중에 쉴 수 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절기상 '경칩'인 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차가운 음료를 손에 들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게임회사에 다니는 30대 C씨는 "근무 공간이나 시간이 기본 틀(40시간) 안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몇 달이나 분기를 기준으로 바빠지거나 아니거나를 반복하기에 덜 바쁜 시기에 휴가를 가거나 활용할 길이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20대 김모씨도 "일반 (사무) 회사보단 특수하게 일이 몰리는 업종에게 적합한 제도다"며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과 인력이 필요한 고용주 입장이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MZ세대 중에서도 다양한 직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30대 이모씨는 "불만이 있다면 당연히 의견을 수렴해 수정하는 게 맞다"며 "다만 의견 수렴이 편파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MZ세대도 나이, 직업이 다양하기 때문에 폭넓게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노동 지옥이 열릴 것'이라는 일부 MZ세대의 걱정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대 69시간의 정부 개편안에 따른 연간 최대 근로시간은 2528시간으로 현행 주 52시간제를 기준으로 할 때(2712시간)보다 적다.

서울 구로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D씨는 "일이 없고 야근할 필요가 없는데 수당을 지급하면서 일을 시킬 회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일 년에 딱 두 번 주52시간을 초과할 때가 있지만 그밖에는 주 40시간도 채우지 못한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