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조 BGF 회장 아들에 '블록딜'…식품·중견 2·3세 경영 본격 '시동'

고속승진·지분확대로 지배력↑…주가요동에 승계작업 속도
중견가구·페인트도 경영교체기 진입…한샘은 사모펀드 매각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과 홍정혁 BGF 신사업개발실장 사장.(BGF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식품·중견기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30·40대가 대부분인 오너가 2·3세들은 경영진 승진과 지분 확대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미중 대결구도, 금리인상 여파로 상장사 주가가 요동치면서 사별로 승계에 유리한 시점도 맞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홍석조 BGF 회장은 아들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홍정혁 BGF 신사업개발실장 사장과 블록딜(시간외매매)을 진행했다. 블록딜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주식 대량 매매를 뜻한다.

이 거래로 홍석조 회장의 BGF 지분율은 32.4%로 줄고 홍정국 사장은 20.77%(1987만8040주) 홍정혁 사장은 10.5%(1005만0812주)의 지분율을 각각 보유하게 됐다.

올해 정기 인사에서 홍정혁 사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 거래로 지분까지 확대돼 2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영원무역 제공)

창업 30~40년이 지난 중견 패션·가구 업체들도 경영교체기에 진입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보유한 영원무역의 '오너가 2세' 성래은 부회장은 지난달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영원무역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만의 고속승진이다. 성 부회장은 2016년부터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영원무역 창업주 성기학 회장은 슬하에 3녀를 뒀다. 차녀인 성 부회장은 자매 중 유일하게 회사 지분(0.03%)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성 부회장에 대한 승계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가구 업계선 손동창 퍼시스 명예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퍼시스그룹이 지분 승계 작업에 유리한 시점을 맞았다.

퍼시스그룹은 2015~2016년 비상장사인 일룸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당시 손 명예회장은 손 사장에게 일룸 지분을 넘겼는데 손 사장 일룸 지분은 2.07%→15.77%로 늘었다.

퍼시스홀딩스는 2017년 시디즈 지분을 일룸에 매각했다. 이로써 손 사장→일룸→시디즈·바로스(상장 55.73%·비상장 55.0%)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손 사장의 현재 일룸 지분은 29.11%로 의결·배당권 없는 자사주 61.29%에 따라 실질 지분율은 75.2%다.

업계는 손 명예회장 장남인 손태희 사장이 지배하는 일룸과 손 명예회장이 지배하는 퍼시스홀딩스가 합병하거나 일룸을 우회 상장하는 방식으로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퍼시스 기업가치 하락은 합병비율 산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퍼시스 주가는 지난해 4월 5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3만원대로 반토막(-45.5%)난 상태다.

박진규 에넥스 회장(대표이사) ⓒ 뉴스1

'싱크대는 오리표 CM송'으로 알려진 에넥스는 2019년 창업주 박유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장남 박진규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며 2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에넥스는 2018년까지 승승장구했지만 박 회장 취임 후 매출은 줄고 실적이 악화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박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수익중심의 내실경영을 통해 흑자전환을 달성하자고 강조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낙폭은 올해 들어 더 커졌다. 최근 B2B 사업 강화에 나선 한샘과 현대리바트의 공세까지 받고 있다.

에넥스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152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9% 감소하고 3분기 누적손실은 153억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적자폭이 약 2.5배 확대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페인트업계 노루그룹은 한영재 노루홀딩스 회장이 장남 한원석 노루홀딩스 전무에 지주사 지분을 블록딜을 동반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넘기면서 장남 승계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한 회장은 5월13일 블록딜로 60만주(보통주)를 계열사인 '디아이티'에 매각했다. 지분율로는 4.51%, 약 70억원 규모다. 한 회장 지분율은 35.08%→30.57%로 감소했다.

디아이티는 장남 한원석 전무가 지분 97.7%를 보유 중인 IT 업체다. 노루그룹에 자원관리(ERP) 등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이번 거래로 한 전무는 지주사 지분 8.26%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됐다. 조용하고 꾸준히 승계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룹 내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노루그룹은 1945년 고(故) 한정대 창업주가 세운 대한잉크제조공사가 모태다.

최명민 깨끗한나라 회장(깨끗한나라 제공)ⓒ 뉴스1

최병민 회장의 깨끗한나라는 장녀에게 경영을 맡겼지만 여의치 않자 장남인 최정규 이사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깨끗한나라는 올해 3월 정기주총서 최정규 기타비상무이사를 사내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최 이사는 구광모 LG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씨의 아들이다. 1991년 6월생으로 올해 만 31세다. 30대가 되자 경영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본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인 기획·회계·금융 분야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는 경영승계를 좌우하는 지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3분기말 기준 최 이사의 지분율은 16.12%(600만2594주)로 누나 최현수(7.70%)·최윤수(7.70%) 대표보다 각각 2배 많은 지분을 가졌다.

깨끗한나라는 1966년 고(故) 최화식 창업주가 세운 대한펄프공업이 모태다.

한편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한샘 경영권을 매각했다. 최근 한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창업주인 조창걸 전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 매각가(약 1조5000억원)가 한샘 현재 시가총액(약 1조1000억원)보다 웃돌고 있다.

업계는 조 명예회장이 승계가 아닌 매각을 선택한 배경으로 아들이 부재하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는데 장남은 2012년 세상을 떠났다. 세 딸은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