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없으면 집에도 못 들어가고 버스도 못 탄다?"…외산 몰아낸 중소기업

[K-히든챔피언]⑤쓰리에이로직스, NFC칩 시장점유율 80%
도어록에서 콜드체인까지…확장성 주목해 2006년 첫 국산화

이평한 쓰리에이로직스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쓰리에이로직스 사무실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5.2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분당=뉴스1) 윤다정 기자 = "삑, 승차입니다."

카드를 교통카드 리더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풍경은 이미 일상이 됐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혁신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승차권을 사거나 현금을 준비해야 했다. 잔돈이 없어 담배 가게에서 껌을 사는 광경은 일부 세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 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기술이 바로 NFC(근거리 무선통신)다. 이제는 대중화된 디지털 도어록과 카드키에도 NFC 기술이 숨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한 회사가 국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반도체 설계 기업 쓰리에이로직스(3ALogics) 얘기다.

지난 26일 경기 분당 쓰리에이로직스 본사에서 만난 이평한 대표는 "앞으로 NFC의 용도는 무한정으로 넓어질 것"이라며 NFC기술이 바꿔놓을 미래를 그려보였다.

◇"내가 시킨 치킨, 누가 빼먹진 않았을까"…NFC 이용하면 '걱정無"

첫 질문은 'NFC 기술이 어디에 쓰이는가'였다.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닌 카드 한 장이었다. 신용카드와 비슷하게 생긴 이 카드의 작은 금속 판에 소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휴대폰을 가져다 대자, 소금물의 염도가 스마트폰 앱 화면에 표시됐다. NFC 기술을 이용하면 염도 측정기의 부피와 크기를 신용카드 정도로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쓰리에이로직스는 이같은 NFC 기술 시장의 확장성을 알아보고 국산화에 일찍부터 공을 들여 왔다. 현재 국내 도어록 시장의 70~80%가량을 점유하는 등 토종 기술의 위력을 톡톡히 과시하는 중이다.

NFC는 10㎝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13.56㎒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해 데이터를 교환하는 무선 통신 기술이다. 대표적인 적용 분야는 디지털 도어록 등 현관 출입통제, 교통카드와 같은 전자식 결제 등이다. 판독·해독 기능을 하는 '리더'(reader)와 정보를 제공하는 '태그'(tag)가 한 쌍으로 구성된다. 도어록과 교통카드 리더기가 '리더', 출입카드와 교통카드가 '태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쓰리에이로직스가 개발한 NFC 칩 제품들. 2021.5.2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NFC는 2010년 무렵부터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시작된 뒤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다른 무선통신과 달리 동력원이 필요 없다는 장점 덕분에 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 대형마트에서 상품 가격을 일제히 변경·표시할 때 쓰이는 ESL(전자적 가격 표시기), 완구, 헬스케어, 무선충전, 차량용 디지털 키, 정품인증, 스마트 물류, 의약품·혈액·식품 콜드체인 등에도 NFC가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 대표는 "태그는 배터리가 없어도 리더로부터 오는 전력을 받아서 스스로 동작하고 데이터를 보내 준다. 저렴하고 싸게 만들 수 있는데다 수명은 거의 무한대"라며 "이런 장점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응용 분야에 필수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는 배달음식이 중간에 개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도 쓸 수 있다. 회로와 NFC 태그칩을 내장한 스티커를 부착하고, 휴대폰에 내장된 NFC 리더칩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만일 스티커가 중간에서 찢어진다면 휴대폰이 인식할 수 없어, 개봉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가도 개당 10~2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유통업계에서도 부담 없이 채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채택·사후관리…'무명 국산부품' 불신 씻고 "도어록 점유율 80%"

쓰리에이로직스 창업 멤버들은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 업계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바람이 전자태그(RFID) 기술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하고 NFC 기술 개발에 몰두해 왔다. 유비쿼터스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환경을 이른다. 사명 역시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느 기기에서든'(any devices)의 머릿글자인 알파벳 'A'에서 따 왔다.

이 대표는 "RFID 기술 중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NFC다"라며 "2004년 창립 당시에도 (NFC가) 전자결제와 도어록에 많이 쓰여서 당장 개발하더라도 캐시카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창립 2년 만인 2006년에는 NFC 리더 칩을, 2014년 NFC 다이나믹 태그 칩을, 2018년 오토모티브(Automotive)용 칩을 처음으로 국산화하는 데 잇따라 성공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굴지의 대기업 출신 인사들이 모여 있어 설계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었고, 개발 수행까지도 순조로운 편이었다.

이평한 쓰리에이로직스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쓰리에이로직스 사무실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5.2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문제는 인지도였다. 이 대표는 "처음 개발해서 업체들을 찾아갔을 때는 (제품을) 잘 안 보려고 했다. 이름도 없는 회사에서 국산 칩을 만들었다는 이유였다"며 본격적인 상용화 전까지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그러던 중 2006년 삼성SDS가 자사의 디지털 도어록에 쓰리에이로직스의 NFC 리더 칩을 채택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신생 업체가 대기업을 '뚫었다'는 것이 타 업체들에게도 일종의 보증수표가 된 셈이다.

이 대표는 "어떤 업체들은 외산 칩을 쓰다가 기술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서 우리에게 해결해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며 "우리가 가서 문제를 잘 해결해 주니 그때부터 우리 칩을 쓰기 시작했다. 필요하면 언제든 기술 지원을 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업체들이) 가지고 난 뒤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갔다"고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결과 국내 도어록 제품에 들어가는 NFC칩의 80%가량은 쓰리에이로직스의 제품이다. 쓰리에이로직스가 국산화에 성공하기 전에는 NXP반도체(네덜란드)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었다. TI(미국),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소니(일본) 등이 나머지를 나누어 먹었던 국산화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다.

쓰리에이로직스는 현재 국내 유수 대기업들의 가전과 차량, 스마트 도어록, ESL 등에 쓰이는 NFC 칩을 납품하는 등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올해 매출 예상 목표는 500억원으로 2018년 매출(200억원)과 비교해 약 150% 성장한 규모다.

앞으로는 주력 분야인 디지털 도어록과 ESL, 출입통제 외에도 센서와 물류 분야까지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외부에서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으니 1년 안에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서 투자자들에게도 대가를 돌려줘야 할 것"이라며 "NFC에서 시작했지만 IoT 등 여러 가지 분야의 칩을 개발하는 등 분야를 서서히 넓혀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평한 쓰리에이로직스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쓰리에이로직스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5.2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외세 휩쓸리지 않는 국내 기술이 중요…대-中企 '상생' 필요해"

쓰리에이로직스는 이같은 국산화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BIG3(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전문기업',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외세에 휩쓸리지 않고 국내 기술로 산업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의미로 적합한 회사들을 선정한 것이라 본다"며 "외산에 의존하던 NFC칩을 개발해 국산으로 대체가 가능해져 선정된 것 같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9년 일본의 보복 조치가 결과적으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의 토양이 되었던 만큼, 반도체 이외 타 분야에서의 국산화 전망도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다.

이 대표는 "(보복 조치) 전에는 대기업들이 국내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이후에야 서서히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들여다보니 이미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 조금만 투자하면 만들 능력이 되는 회사도 많았고, 결국 국내 제품으로도 반도체 생산이 문제 없을 정도가 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