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복 日도 우리 제품 쓰죠"…알피에스, 세계 최고 '스핀들' 전세계로

[K-히든챔피언]③ AI 탑재된 '스핀들' 상용화 성공으로 차별화
이동헌 대표, 알피에스2.0 선언…23년 상장, 25년 매출 500억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간판 기업들의 공장이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사실상 힘으로 우리나라를 굴복시키겠다는 '경제침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일본만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일본의 무력 시위를 무력화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산화에 매진한 '강소기업'이다. 일본 보복 조치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 이노비즈협회와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히든챔피언'을 만나봤다.

알피에스 스마트 스핀들 및 V-PLUS 4.0 실물 (알피에스 제공) ⓒ 뉴스1

(대전=뉴스1) 조현기 기자 = "일본에서도 사가는 제품입니다"

지난 16일 대전 알피에스(RPS) 본사에서 만난 이동헌 사장의 말이다. 사람들에게 알피에스의 기술력을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돌아온 답이었다.

이 사장은 "일본은 정밀 부품 세계 1위"라며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일본 기업에서 우리 제품을 사용해본 결과, 일본 제조사에서 생산한 스핀들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다 판단, 교체를 결정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알피에스는 공장 생산라인에서 필수 부품인 '스핀들'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스핀들'(spindle)은 기계 절삭·가공하는 부분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쉽게 말해 스핀들을 활용하면 정교하게 제품을 절삭 및 가공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 스핀들이 사용된 예로는 스마트폰 테두리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사용 중인 스마트폰 테두리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돼있다. 이런 정교한 곡선을 만들기위해선 스핀들이 장착된 로봇 팔이 섬세하게 절삭 및 가공해야 한다.

에어 베어링스핀들은 압축공기에 의해 스핀들 회전축이 부상돼 마찰열·진동·소음 등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초정밀 가공을 할 수 있다. 주로 정밀한 작업을 요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활용한다. 볼 베어링 스핀들은 스핀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볼 베어링이 돌아가면서 고강성·고출력을 발생시킨다. 주로 강한 힘(고강성)이 필요한 제조현장 공작기계·생산라인에서 제품 절삭 등에 사용된다.

알피에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어 베어링 스핀들'과 '볼베어링 스핀들'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췄다. 전 세계적으로도 두 종류 스핀들을 동시에 생산하는 회사는 드물다.

옆에서 이동헌 사장 말을 듣던 부경선 부사장은 "알피에스 스핀들은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제작 할 수 있는 기술력, 자체 기술로 전 과정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 등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우리 직원들도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피에스 에어 베어링스핀들이 스마트폰 테두리를 가공하는 모습 (그래픽 모형) ⓒ 뉴스1

◇ "인공지능까지 탑재된 '스핀들' 상용화 성공"…알피에스, '똑똑한' 제품으로 차별화

알피에스는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소재를 제외하고 '가공→정밀가공→조립→품질검사' 등 스핀들 제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알피에스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스핀들을 개발 완료하고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알피에스 연구소는 최근 스핀들 상태 진단시스템인 'V-PLUS 4.0'을 개발했다.

V-PLUS 4.0은 스핀들 상태를 다각적으로 자체 진단 및 분석할 수 있는 진단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스핀들 마모·과부하·이상 등을 미리 파악해서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V-PLUS 4.0에서 스핀들 마모 경고가 뜨면, 미리 공장 관계자들은 스핀들 주문을 통해 공장 멈춤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동안에는 스핀들이 마모될 때까지 인지하지 못해 공장 생산라인을 1~2달 정도 멈추는 곳들도 많았다.

이 사장은 "기존에는 스핀들이 고장나거나 마모될 경우, 공장에서 주문하고 대기하는 동안 생산라인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다"며 "비가동 시간이 길어져 결국 기업들 입장에서도 손해가 발생했다. 인공지능을 도입한 V-PLUS 4.0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알피에스는 공장 생산라인에 따라 맞춤형으로 스핀들을 생산할 수 있다. 가령 반도체 공정이면 반도체 생산라인에 최적화된 스핀들, 디스플레이 공정이면 그 공정에 최적화된 스핀들을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감있게 말했다.

알피에스는 이같은 노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고, '이노비즈 인증'(강소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강소기업100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게 부여된다. 이노비즈 인증은 기술 경쟁력, 미래 성장성, 고용창출 능력 등을 갖춘 기업혁신형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국가 인증제도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 이동헌 대표, 알피에스2.0 선언 "유럽에서도 우리 스핀들 사용…25년까지 매출 500억원"

이동헌 대표는 창립 20주년인 오는 2025년까지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오는 2023년 상장을 통해 확보된 실탄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 및 전세계가 알피에스 스핀들을 사용하는 '전세계 최고 스핀들 생산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현재 비장의 무기 2개를 준비 중이다. 올해와 내년에 시장을 놀래킬 스핀들 2종을 출시하겠다"며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확실히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해외를 겨냥해보고 싶다. 이제 정밀 부품 나라 1위 일본을 넘어 유럽 기술강국인 독일 시장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장을 통해 얻은 이익은 정말로 구성원들과 확실히 나눌 것이다. 구성원들이 그동안 회사에 쏟은 노력에 대한 혜택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알피에스는 전 사원 해외세미나, 대학 학자금 지원, 큰 폭의 연말 성과급 등 좋은 복지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기부와 기술보증기금 등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두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평상시 중기부와 기보를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솔직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현금 유동성 위기가 왔었다"며 "그 때 중기부 및 기술보증기금이 내민 손길 덕분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서 위기를 넘겼다"고 고백했다.

또 "그때 도와주신 자금이 마중물이 돼서 하반기부터 다시 회사가 탄력을 받아서 회복했고, 지금은 퀀텀점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기회를 잡게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경제 보복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통큰 결단을 많이 내려줬다"며 "이전부터 관심이 많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됐다. 알피에스도 국내 기업들의 니즈(needs)에 발맞추도록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중소벤처기업부·기술보증기금·이노비즈협회 등은 알피에스처럼 강소100 기업들이 수출 보복을 한 일본이 찾아올 수 있을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수출 보복한 일본이 오히려 우리 기업에 찾아올 정도로 알피에스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에 놀랍다"며 "중기부는 알피에스 같은 강소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윤모 기보 이사장은 "기보의 보증지원으로 위기를 넘겨 다행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이 감명깊다"며 "알피에스 같은 강소기업들을 찾아가 예비유니콘특별보증 제도를 비롯해 스케일 업(Scale-up)을 할 수 있는 제도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알피에스는 '작지만 강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강소기업에 딱 맞는 기업인 것 같다"며 "우리나라 대기업을 비롯한 세계 기업들이 알피에스와 같은 작지만 강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 알피에스 본사 건물 전경 ⓒ 뉴스1 조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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