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셰프' 김태형 "일주일에 매출 2배, 성수연방 덕에 성공했죠"

'에덴' 리드보컬 출신 '피자시즌' 창업, 한국식 뉴욕 피자로 '대박'
OTD,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 최대 10년 보장 "소상공인 시너지가 성공비결"

김태형 피자시즌 대표.(오티디코퍼레이션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피자를 먹었는데 너무 짠 거예요. 원래 짜게 먹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왜 미국 피자는 짜게 먹어야 하죠?"

서울 성동구 '성수연방'에서 만난 김태형 피자시즌 대표(32)는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미국 피자'를 만들기 위해 피자집을 차렸다"며 빙긋 웃었다.

'목숨을 걸어도 5년 안에 절반이 망한다'는 창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치고는 다소 소박한 창업계기다. 하지만 그에겐 든든한 '믿는 구석'이 있다.

김 대표는 2013년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2'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전문 셰프다. '절대 미각'이라는 수식어답게 미려한 감각으로 독창적인 음식을 선보인 실력자다.

그런 그가 국내 최대 셀렉 다이닝(Select Dining) 기업인 '오티디(OTD)코퍼레이션'과 손을 맞잡았다. OTD는 오버더디쉬를 시작으로 파워플랜트, 마켓로거스, 디스트릭트Y 등 내로라하는 '핫플레이스'를 일군 '맛집계 미다스의 손'이다. 성수연방이 OTD의 가장 최근 작품이다.

검증된 솜씨에 OTD의 유통 인프라가 뒤를 받쳐준 덕 김 대표는 창업 4개월 만에 서울 이마트 창동점에 첫 번째 프랜차이즈까지 냈다. <뉴스1>은 지난달 27일 유명 셰프에서 피자집 사장으로 변신한 김 대표를 만났다.

◇피자집 사장님 변신한 김태형 셰프 "매주 매출 2배 늘어"

"20대 청춘을 연예계에 바쳤어요. 하지만 요리를 하고 누군가에게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할 때가 가장 행복했죠"

김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20대 초반 가수로 데뷔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3인조 밴드 '에덴'의 리드 보컬로 활동하다가 2013년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2에 도전하면서 셰프의 길을 걸었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워본 적이 없었지만 특유의 재능 덕에 '절대 미각'이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단숨에 준우승 자리까지 올랐다. 재능을 발견한 뒤로는 음악 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요리 연구를 하며 '진짜 셰프'를 꿈꿨다고 한다.

고르고 골라 선택한 메뉴는 바로 '뉴욕 피자'다. 김 대표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미개척된 분야가 바로 피자"라며 "한국의 맛으로 재해석한 뉴욕 피자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대표 메뉴가 '4머쉬룸 앤 에그'다. 100% 자연치즈에 국내산 버섯 4종과 달걀이 곁들여진 '한국식 뉴욕 피자'다. 반죽부터 치즈, 버섯, 달걀까지 김 대표의 꼼꼼한 검수를 통과해야 화덕에 올라간다.

정직한 고집에 손맛까지 더해져서일까. 피자시즌은 지난 1월 문을 연 이후 매주 매출이 2배씩 뛰며 훨훨 날았다. 입소문을 탄 덕에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성수연방 대표 맛집이 됐다.

김 대표는 "체감상 매출이 1.5배에서 2배씩 늘고 있다"며 "일주일에 3~4번씩 피자를 맛보러 오는 단골도 꽤 된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연방에서 김태형 피자시즌 대표(32)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티디코퍼레이션 제공)ⓒ 뉴스1

◇"성공 비결은 성수연방서 창업한 덕"…OTD 셀렉 다이닝 비결

김 대표는 피자시즌의 성장비결을 묻는 말에 망설임 없이 'OTD의 성수연방에서 창업한 덕"이라고 말했다.

OTD는 공간기획자 손창현 대표가 설립한 셀렉 다이닝(유명 맛집을 한 공간에 모은 컨셉형 레스토랑) 전문기업이다. 2014년 오버더디쉬 건대 스타시티점을 시작으로 파워플랜트, 마켓로거스, 디스트릭트Y 등 전국 맛집이 집결한 핫플레이스가 줄줄이 탄생했다.

OTD의 셀렉 다이닝 사업은 '소비자는 어떤 음식점을 찾을까'라는 기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했다. 이른바 '평타'는 치는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진짜 맛집'만 선별하는 '취향 저격형' 사업이다. OTD 직원들이 전국 맛집을 돌며 직접 맛보고 입점업체를 선정한다.

성수연방은 OTD가 새롭게 도전한 '셀렉 다이닝 2.0' 버전 사업이다. 맛집을 한데 모은데 그쳤던 기존 사업을 확장해 제조·소비·유통까지 3박자가 가능한 '복합 식음료 문화 공간'을 추구한다. 뉴욕 첼시마켓을 벤치마킹했지만 한 발 더 진화한 공간이다.

OTD는 성수동 구두공장 건물 2개 동(250평)을 통째로 사들인 뒤 트렌드에 맞게 리모델링했다. 1층에 피자시즌을 비롯한 맛집 10개 점을, 2층에는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제조공정을 들였다. 성수연방에 들어선 점포 중 3곳이 성수연방에서 식품을 제조해 판매한다.

OTD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해썹 인증을 받은 제조공정을 갖추고 제조·소비·유통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복합시설은 성수연방이 유일하다"며 "소비자는 언제든 제조공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연방 관리부터 임대료 혜택까지…"소상공인 성공이 기업 비전"

"저기 중정(中庭) 보이죠? 성수연방 중정은 계절마다 새롭게 바뀝니다"

김 대표는 가게 바로 앞에 꾸며진 성수연방 중정을 가리키며 "이곳이 핫플레이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한다.

성수동 골목 한켠에 자리 잡은 성수연방 입구로 들어서면 좌우로 늘어선 건물과 한가운데 마련된 성수 파빌리온이 한눈에 들어온다.

긴 통로처럼 지어진 파빌리온은 겨울에는 '성수설원'으로, 봄에는 초록이 우거진 화원으로 꾸며진다. 성수연방을 방문한 시민들은 파빌리온 안을 거닐며 사진을 찍거나 의자에 앉아 조경을 감상한다.

파빌리온을 빠져나오면 만날 수 있는 '맛집'도 성수연방의 인기를 견인한 공신들이다. 성수연방 1층에는 OTD 대표 편집숍인 띵굴과 인덱스카라멜, JAPA 브루어리, 피자시즌, 존쿡델리미트, 창화당이 입점했다. 2층에는 라이프스타일 서점 아크앤북과 샤오짠 팩토리가 있다. 하나같이 쟁쟁한 맛집들이다.

김 대표는 "성수연방에 있는 점포가 하나같이 유명 맛집이다 보니 손님들은 '맛집 투어'를 하다가 우연히 피자시즌에 들려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성수연방에 가게를 낸 것만으로 얻는 반사이익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성수연방은 강북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임대료와 관리비는 파격적으로 저렴하다. '소상공인이 잘 돼야 기업도 잘 된다'는 OTD의 경영방침 때문이다.

OTD는 성수연방 사업과 동시에 이름없는 소상공인 브랜드를 키우는 '오버 더 드림(Over The Drea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관리비를 최대 10년까지 보장하고 점포 인테리어와 설비 등 창업비용까지 전액 제공해 소상공인의 잠재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도 오버 더 드림 프로젝트의 1호 소상공인으로 선정돼 창업비용 2억원을 지원받았다. 8년 계약 기간 동안 분할상환하면 된다. 그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시세보다 저렴하고 8년 동안 인상되지 않아 부담이 없다"며 "장사가 너무 잘 돼 6월부터는 직원 임금을 높여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연방 전경(오티디코퍼레이션 제공)ⓒ 뉴스1

◇"소상공인 판로 확대도 기업 비전…하반기 해외 진출"

OTD의 파격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OTD는 성수연방을 비롯해 자체 브랜드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도 개업 4개월 만에 이마트 창동점에 첫 피자시즌 프랜차이즈를 입점했다. OTD의 셀렉트 베이커리 스토어 '동네빠앙집'을 통해서다.

OTD 관계자는 "OTD의 비전은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라며 "실력과 가능성이 검증된 소상공인을 지원해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면 사업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력은 있지만 경영노하우나 판로가 부족한 소상공인을 위해 홍보를 대행해주거나 OTD의 유통채널을 이용해 판로를 넓혀주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성수연방 프로젝트를 궤도에 올린 OTD는 제조·소비·유통에 '배달 서비스'를 추가하는 셀렉 다이닝 3.0 프로젝트 시행을 검토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아시아권으로 사업 모델을 진출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매일 아침 성수동 식자재마트로 직접 장을 보러 다닌다는 김 대표는 "OTD이 아니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반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돈도 노하우도 없는 제가 성수연방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금세 망했을지도 모르죠. 가진 건 실력뿐이었거든요. 그래서 늘 음식에 진정성을 담으려고 합니다. OTD와 피자시즌의 공통점은 '진정성'입니다. 그게 성공비결이죠"

dongchoi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