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협③]3년째 개성공단 문 두드리는 기업들…"버릴 수 없는 꿈"

북미 교착속 정부 추진 의지에 희망 "방북 허가 돼야"
기업들, 생산여건 악화 활로모색 차원에서 경협 접근 필요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금강산기업협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열자! 개성공단·금강산'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19.3.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 = "중소기업 협동조합 10곳 중 6곳은 남북 경제협력(경협) 참여 의사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중소기업 협동조합 214개사를 대상으로 한 남북 경협 인식 조사 결과에서 56.6%가 참여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당시 응답자들은 남북 경협에 참여 의사가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3년을 맞은 지난달에도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개와 활성화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를 높였다.

◇북미회담 '빈손'에도 경협 기대감 여전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남북 경협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애드벌룬을 지속해서 띄우고 있고 북미회담 후 처음으로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도 '민생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나오는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안 한다(NO)"라고 잘라 말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11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외교는 살아 있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최종적이며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미국 내부에서도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식 일괄 타결에 매달리다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을 설득할 여지가 전혀 없지 않은 셈이다. 이에 업계는 서둘러 강경 일변도인 미국을 설득해 낮은 수준의 경협(금강산, 개성공단)을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수 있어서다.

업계는 그 단초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방북에서 찾고 있다. 정부에서 전해지는 경협 로드맵을 종합해보면 늦어도 상반기 중 금강산 관광, 하반기 중 개성공단 재개 밑그림이 읽힌다. 이와 관련 업계는 2016년 2월 이후 3년째 문닫힌 개성공단에 대해 재개 의지를 재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8차 방북 신청은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남북의 합의만으로 가능한 사안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8차 방북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여부가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입각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시절 개성공단 개설을 위해 대미 협상에 관여한 바 있어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류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된 이후 3년이 넘도록 재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전경. (뉴스1 DB) 2019.2.27/뉴스1

◇업계 "개성공단 방북 허가, 北과 실무 협의 있어야"

이와 별개로 업계는 정부가 지금부터 124개 입주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 모색에도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성공단 중단은 상당수 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져왔다. 과거 2013년 4월부터 9월까지 반년간 잠정 중단됐을 당시 입주기업들 전체의 경영 회복은 2년 가까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입주기업들이 입은 실질 피해액은 투자자산(토지·건물 등)과 유동자산(원부자재 등), 영업손실 등을 포함해 1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당장 재개되더라도 3년간 중단됐기 때문에 경영 정상화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매출이 떨어지고 자산이 (개성공단에) 동결된 상태여서 기업들이 제도권 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센터장도 "3년간 개성공단이 중단돼 절반 이상 설비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관측이 있다"며 "설비 교체에도 자금이 필요한데 입주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정부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한 북측과의 실무 협의도 진척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력 확보 문제가 그중 하나다. 당장 개성공단이 재개되더라도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던 때만큼 인력 동원이 쉽지 않은 데다, 그 조차 인력난이 있었던 만큼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개성공단 근로자는 2015년 기준 5만4763명으로, 이는 기업 수요 대비 2만여명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밖에도 △개성공단 재개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남북 경협 투자보험제도 개선 △중소기업 전용 남북경협기금 조성 △개성공단 내 기숙사 건설, 개성공단 국제화 추진 등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이 지금 시점에 필요하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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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경협 기대 이유…생산여건 악화, 활로 모색 차원

기업들은 임금 상승과 노동력 부족 등 국내에서의 생산 여건 악화를 고려해 경협을 대안으로 여긴다. 개성공단 외에도 남북 교류·협력, 공동 사업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중소기업 중 위탁가공산업 쪽은 큰 설비 투자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해 특히 경협에 거는 기대가 크다. 베트남, 중국 등에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들도 안정적인 틀이 구축된다는 전제하에 '유턴'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위탁가공 교역 활성화를 통해 북한의 산업 생산 기반을 확충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 분야 협력과 북한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산업 협력 등도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공급량이 남한의 3~4%(무연탄, 수력발전 중심)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만성적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분야 협력도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협력사업으로 흑연개발 합작사업, 개성공단 에너지 공급사업 등이 있을 수 있다"며 "개성공단이 2단계(현재 1단계, 100만평 규모) 개발 에너지 공급사업 등도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단기 에너지협력은 중장기 협력사업으로 발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활로 모색 차원에서 북한의 5대 경제특구와 19대 경제개발구도 기업들의 관심사다. 이에 대해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이 협력해 북한 특성에 맞는 사업단지 개발 종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게 있어야 국내외를 상대로 투자자와 입주자 모집 등을 추진할 수 있다"며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같은 종합개발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안정적인 경협 유지와 기업 진출 촉진을 위해 주변국들과의 다자틀 아래 금융 투자·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 금융업계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북방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향후 가칭 북한개발펀드를 미·중·일·러의 민간 자금 중심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것이 남북 경협을 실질적으로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간의 자금을 동원하는 것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퍼주기 논란도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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