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쓰러진 '82년' 백병원…도심 의료 공백 현실화하나

서울백병원 폐원 최종 결정…중구 유일 대학병원 사라져
노조, 필수의료 공백 우려…·서울시 “여러 대안 찾는 중”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 발족 및 일방적 폐원 안건 상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편 서울백병원을 운영하는 인제대학교 학교법인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2023.6.1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정연주 강승지 기자 = 1941년 서울 중구 명동에 '백인제 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뒤 82년간 시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온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는다. 중구 지역에 하나뿐인 대학병원의 폐원으로 도심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서울백병원을 운영 중인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병원 경영정상화 TFT(태스크포스 팀)에서 상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논의한 결과 폐원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폐원 시기는 정해놓지 않은 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82년 백병원, 역사 속으로…경영난에 휘청

이로써 백병원은 설립 8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1941년 개원한 백인제외과병원의 후신으로 82년 넘는 역사를 지녔다. 1946년 국내 최초 민립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1975년 서울 도심 유일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1979년 인제대학교를 설립한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병원 경영도 맡아왔다.

서울백병원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상계, 일산, 해운대 등 5개 백병원의 모체병원으로 역할해왔다. 서울 중구지역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은 국제진료센터와 소화기센터, 관절센터 등을 운영해왔으나 수십년간 적자가 누적되면서 더이상 병원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은 이사회 후 "경영 정상화 노력에도 20년간 지속된 1745억원의 적자(의료이익 기준)가 발생했고 외부전문기관 경영컨설팅 결과, 의료관련 사업 추진이 불가하며 의료기관 폐업 후 타 용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대형병원 폐원…도심의료 공백 어쩌나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2008년 이대동대문병원, 2011년 중앙대 용산병원에 이어 서울 강북 도심 지역 대학병원 중 세 번째 사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은 도심 공동화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어들면서 누적 적자에서 보여주듯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더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실정에 이르렀기 때문에 폐원은 수순이었지만 도심 대형 종합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과 같은 대형 악재가 향후 발생할 경우 대형병원의 부재로 인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백병원 노조가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백병원은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대규모 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폐원은 서울 도심의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기능 부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또 병원이 실제로 폐원하게 되면 393명 직원의 고용과 생존권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재단이 협의해 폐원을 대신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병원의 폐원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지자체도 향후 의료서비스 공백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서울시는 도심 내 의료기능을 유지시키고 응급의료 등 공공의료의 급작스러운 기능 부재가 생기지 않도록 도심 내 종합병원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방침을 동시에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백병원 이외에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 일대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 등 4개 종합병원 등에 대해서도 서울백병원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백병원이 폐원한다면 공공의료 서비스 악화가 불가피해 여러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