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 "가부키 화장품 아닙니다…하얗게 발라야 효과? No"

하얗게 발라야 효과 좋다는 속설 퍼져…사실은 반대
화장품업계 "백탁현상 과하면 오히려 효과↓…피부에 스며들도록 해야"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을 맞아 50대 직장인 김부장(가명)은 골프장에 갈 때면 얼굴에 자외선차단제(선크림)를 듬뿍 바른다. 종일 필드를 돌아다녀야 하는 만큼 행여나 피부가 새까맣게 탈까 봐 얼굴 전체를 하얗게 도포한다. 선크림은 듬뿍 많이 발라야 자외선차단 효과도 높아진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우리나라 많은 중년 남성들은 아직도 골프장에서 '신라의 화랑'이나 '가부키 배우'처럼 하얗게 변한 얼굴을 만든 후 만족감을 느끼곤 한다. 선크림을 듬뿍 발라 '백탁현상'(얼굴이 하얗게 뜨는 현상)이 나타나야 자외선차단 효과도 커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적당한 양을 펴 바른 후 얼굴 전체를 가볍게 두드리면 OK"

28일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국내 대표 전문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생산) 기업들에 따르면 수많은 남성들의 이러한 행동을 두고 명백한 오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백탁현상이 과하면 자외선차단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외선차단제 제조사 및 종류에 관계없이 적당한 양을 균일하게 펴 바른 후 얼굴 전체를 가볍게 두드려 제형이 피부에 스며들도록 해야 효과가 높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2015년 스위스에서 개최된 국제화장품학회에서 일본 화장품기업 시세이도 연구진은 선크림의 균일한 도포가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많은 양을 덜었다면 얼굴을 두드리듯이 얇게 여러 번 덧발라주면 백탁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얼굴에 차단제를 바를 때 적정 사용량은 티스푼 한 개 정도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자외선차단제를 골고루 잘 펴 바를 경우 피부위에 레이어링 되는 정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외선 차단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또 피부를 두드려주면 선케어 제품의 피부 부착성을 높여 자외선 차단제의 지속성도 높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선크림의 올바른 사용은 다음의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며 "첫째, 균일하게 바르고 둘째, 야외나 물가에서 사용한다면 반드시 2~3시간마다 덧바르고, 마지막으로 사용 후에는 반드시 확실하게 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선크림은 제형의 종류에 따라 물에 잘 씻겨 나갈 수 있다. 내수성이 표기된 제품은 상대적으로 물에 잘 씻겨나가지 않지만 일반적인 선크림은 물과 땀에 약하다. 코스맥스는 2~3시간마다 선크림을 덧발라줘야 자외선 차단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 전 완벽하게 씻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인 선크림은 클렌징폼을 이용하면 제거되지만 내수성 제품이라면 물에 잘 안 씻기기 때문에 클렌징 티슈 또는 오일을 이용해 피부에 남아있는 무기 자외선차단파우더를 제거한 후 클렌징 폼으로 세안해야 한다.

자료:식품의약품 안전평가원ⓒ News1

◇골프장에선 SPF 30, PA++ 이상 제품 사용 권장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내놓은 '자외선 차단제 올바르게 사용하세요' 자료에 따르면 무기 자외선 차단제 성분은 피부에 도달하는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산란시켜 자외선을 차단한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성분으로는 '징크옥사이드' '티타늄디옥사이드' 등이 있다. 이 성분은 자외선A 차단에 효과적이지만 백탁현상이 나타나는 단점이 있다.

유기 자외선 차단제 성분은 피부에 도달한 자외선의 에너지를 흡수해 자외선을 차단한다. 무기 자외선 차단제 성분에 비해 백탁현상이 없는 장점이 있지만 민감한 피부에는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무기 성분과 유기 성분을 적절하게 배합한 자외선차단제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코스맥스 연구원은 "초기 선케어 제품은 분말 형태의 무기 자외선차단 소재를 주성분으로 적용해 피부에 바르면 하얗게 반사되는 백탁현상이 두드러졌다"며 "최근엔 유기 소재와 무기 소재를 혼용함으로써 사용감과 함께 백탁현상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자외선을 막으려면 자외선차단지수(SPF) 15∼30 수준의 차단제를 사용하면 무난하다. 그러나 골프장 필드에서는 강한 자외선을 받게 되므로 SPF 30, PA++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면 좋다.

자료:식품의약품 안전평가원ⓒ News1

자외선은 크게 '자외선A'(UVA)와 '자외선B'(UVB)로 구분된다. SPF는 SPF15~50까지의 숫자로 자외선B의 차단 정도를 나타낸다. PA는 PA+에서 PA+++++ 등으로 피부 멜라닌 세포를 증가시키는 '자외선A'를 차단해주는 성능을 표시한다. 숫자가 높고 '+'표시가 많을수록 차단 효과가 높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제품 설명서에 기재된 충분한 양을 피부에 입히듯 골고루 꼼꼼히 발라주고 땀이나 옷에 의해 지워지므로 2시간 간격으로 자주 덧발라줘야 자외선차단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 시 입이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만약 눈 등에 들어갔을 때는 물로 충분히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