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현장인 줄 알았네"…서울 한복판에 뜬 'K-드라마 성지'[르포]
관광공사·스튜디오드래곤, 글로벌 히트작 40여 편 IP 모아
대사·장면·음악·소품·장소 5개 오감존 연출…韓여행 성지로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투명한 유리 진열장 너머로 '눈물의 여왕' 속 이혼합의서와 '빈센조'의 묵직한 금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옆쪽 작가의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자, 벽면을 채운 대형 디스플레이에 드라마 속 명대사가 한 줄씩 그려진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K-드라마의 세계가 서울 한복판에 등장했다.
K-드라마를 보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지만 막상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가도 작품 속 경험을 이어갈 콘텐츠를 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대표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손잡고 팬덤을 실제 여행으로 연결하는 체험형 거점을 마련했다. 18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 4층에서 열리는 'K-드라마 체험 전시관'이다. 글로벌 히트작 40여 편의 IP를 한데 모았다.
21일 찾은 전시관은 드라마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대사·장면·음악·소품·장소)를 차례로 오감 체험하도록 동선이 짜여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드라마 촬영장에 발을 디딘 듯 '호텔 델루나'의 프런트데스크를 재현한 공간이 관람객을 맞았다.
이어지는 대사(Script)존에서는 사랑·위로·성장 등 6개 키워드로 엄선된 명대사 72개가 벽면을 감쌌다. 준비된 작가의 책상에 앉아 마음에 드는 대사를 직접 타이핑하며 나만의 대본을 만들어보는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장면(Scene)존에서는 RFID 키워드 카드를 골라 태그하자, 대형 디스플레이에 화려한 도시와 고즈넉한 전통 마을 등 5개 테마의 명장면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음악(Sound)존의 분위기도 독특했다. 레트로 감성으로 꾸며진 LP 청음 공간에서 헤드폰을 쓰자, 비 오거나 산책할 때 듣기 좋은 드라마 OST가 귀를 채웠다.
청음 후 제공되는 미니 LP 조각은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기념품이다.
동선의 하이라이트는 '여행 연계'다. 각 코너에서 QR코드를 모아 키오스크에 스캔하면, 내 취향에 딱 맞는 촬영지와 여행 코스가 도출된다. 현장에서 곧바로 온라인 여행사(OTA)의 관련 여행상품 구매로 연결되도록 판을 깔았다.
전시관에서 발길을 붙잡는 또 다른 요소는 실제 드라마에 등장했던 소품들이다. 화면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물건을 실제 눈앞에서 마주하면서 작품 속 장면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배우들이 직접 사인한 대본집부터 '폭군의 셰프'에 등장한 '망운록'과 대령숙수복, '빈센조' 속 금괴, '눈물의 여왕'의 유언장과 이혼합의서 등이 유리 진열장 안에 놓였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익숙했던 물건들이다. 특히 '빈센조'의 금괴처럼 작품을 상징하는 소품과 '눈물의 여왕'의 유언장·이혼합의서처럼 극의 서사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배우들의 사인이 담긴 대본집은 완성된 드라마 화면뿐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엿볼 수 있게 한다. 의상과 소품 역시 각각 다른 작품의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관람객이 자신이 좋아했던 드라마를 찾아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소품이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콩나물 총'이다. 이름부터 독특한 이 소품은 실제 드라마에 등장했던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작품을 본 관람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협업은 서울 도심 전시관에 그치지 않고 전국 촬영지 현장으로 확장된다.
백만성 한국관광공사 한류콘텐츠팀장은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강릉 주문진 방파제 앞에 드라마 IP를 활용한 체험몰을 설치하는 방안을 강릉시와 협의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설치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 단계부터 관광 연계를 고려하는 전략도 추진된다. 김지은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IP비즈니스 담당자는 "제작 기획 단계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발굴해 드라마에 담고, 이를 실제 관광 자원화하는 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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