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따라올 100만 손님 노숙할 판"…내년 서울 숙박대란 예고[숙박 없는 K-관광]①
서울 호텔 가동률 85% '만실'…WYD 단체 수용에 턱없이 부족
공유숙박은 규제 장벽, 신규 공급은 연 1000실 제자리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외래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데, 서울에는 이들을 재울 방이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가 이 질문을 현실로 끌어올리고 있다. 등록 참가자만 50만 명, 주요 행사에는 최대 10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국제행사다.
16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서울 호텔시장은 이미 객실 공급 여유가 크지 않은 상태다. 한국호텔업협회가 집계한 서울 호텔 객실은 6만 1723실이지만 올해 7월 평균 객실가동률(OCC)은 85%대를 기록했다. 특히 3~4성급은 88~90% 수준까지 올라갔다. 통상 호텔업계에서는 OCC가 85%를 넘으면 사실상 만실 수준으로 본다.
높은 가동률은 단순한 성수기 현상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수요 회복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리테일 부동산 전문 에이전시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의 '2026 서울 호텔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호텔 OCC는 79.2%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객실당매출(RevPAR)은 20만 7345원으로 2019년보다 67% 상승했다.
반면 신규 객실 공급은 더디다. C&W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서울의 연간 신규 호텔 공급은 약 1000실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보다 공급 속도가 둔화한 가운데 부지 확보와 건축·금융 비용 상승 등이 신규 호텔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
수요는 빠르게 돌아오는데 객실은 느리게 늘어나는 구조다. 대형 행사처럼 특정 시기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면 추가 객실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서울은 이미 객실 공급 부족이 현실화해 주말 주요 지역에서는 호텔 예약을 잡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여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WYD)가 열린다.
WYD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모이는 국제행사다.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기 개최지를 서울로 발표하면서 한국 개최가 확정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은 레오 14세 교황이 2027년 서울 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2027년 대회는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진행된다.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는 전국 15개 교구에서 사전 행사가 열리고,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본대회가 이어진다. 본대회에서는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교황 환영행사, 십자가의 길, 밤샘기도, 파견미사 등이 예정돼 있다.
본대회에는 해외 40만 명, 국내 10만 명 등 50만 명의 참가자가 예상된다. 파견미사에는 최대 70만~8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며 행사 전체 규모는 최대 1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
모든 참가자가 호텔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대회 기간 대규모 인원이 서울에 집중되는 만큼 호텔 객실 역시 일정 물량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WYD 준비단은 호텔들과 객실 확보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정오섭 사무국장은 "일반 고객 수요만으로도 객실을 채울 수 있는 호텔 입장에서는 단체 계약을 맺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호텔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참가자를 위해 조직위는 가정 홈스테이를 모집하고 있으며, 물량이 부족할 경우 서울시 공공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학교·자치구 시설·대학시설 등을 대상으로 임시 숙박시설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의 2026년 2분기 등록현황을 보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6567곳, 1만 694실이다. 한옥체험업도 415곳, 745실이 등록돼 있다. 서류상 적지 않은 숫자지만 이것이 곧 실제 공급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공동주택 등에서는 주민동의와 같은 별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주민동의서 문제가 신규 공급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대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사무국장은 "문체부 등록지침상 공동주택관리규약에 관련 내용이 있을 경우 주민동의서를 받도록 한 규정이 일부 지자체에서 다세대·다가구주택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국장은 "공동주택관리규약이 없는 다세대주택이나 공동주택이 아닌 다가구주택에도 주민동의서를 받아오라는 규제가 신규 창업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노후건축물 제한도 공급을 제약한다.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업종 특성상 신규 창업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질 수 있지만, 주택의 연식 등에 따른 제한이 걸려 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도심 공유숙박 제도 역시 명확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국내 수요까지 탄력적으로 흡수하기도 어렵다.
정 사무국장은 공급 구조에 대해 "코로나19 시기 신규 공급이 거의 없다가 코로나19가 종식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6000여 개의 숙소가 신규로 공급됐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공급도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주민동의·건축물 요건·숙박 대상에 관한 제도 등의 문턱을 넘어야 비로소 실제 객실로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WYD는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대규모 수요지만 서울의 숙박 공급 문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방한 외래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7월 방한객은 1280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9%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K-관광 4000만 명 시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지방관광 활성화와 관광 인프라 확충, 관광객 입국 편의 개선 등을 추진하고 4000만 명을 넘어 5000만 명 시대까지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에서도 호텔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가 2026년 2분기까지 승인한 호텔업 사업계획은 249건, 5209실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신축은 24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존 건축물의 용도 변경 등이어서 승인된 객실 전체가 단기간에 신규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호텔은 사업계획 승인 이후 실제 객실 운영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승인된 사업 물량만으로 향후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문제다.
한편, 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29년 외래객 3000만 명, 2025~2029년 서울 신규 호텔 공급 1만 실을 가정해 객실 수급을 추산한다. 현재 지표를 적용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1만 실 이상의 객실이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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