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만나는 6만5000년의 이야기…원주민 예술 여행 5선
시드니부터 퍼스까지…전시·트리엔날레·문화 체험 풍성
선조의 이야기 담은 회화부터 대형 설치미술까지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6만 5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호주 원주민 문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 중 하나다.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지널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은 땅과 선조의 이야기를 예술로 전해왔으며, 오늘날에도 회화·영상·설치 등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호주관광청에 따르면 최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원주민의 날'을 맞아 5개 도시 순회전부터 대형 트리엔날레, 현지 작가 체험까지 호주 원주민 예술 프로그램 5선을 추천했다.
2025년 호주 작가 최초로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개인전을 열어 12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은 에밀리 캄 응와레이(Emily Kam Kngwarray)의 작품 세계가 내년 호주 5개 도시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호주 국립 미술관은 내년 4월 9일 앨리스 스프링스의 '아랄루엔 아트 센터'를 시작으로 케언즈, 퍼스, 뉴캐슬, 태즈메이니아주 버니까지 5개 도시를 순회한다.
응와레이는 호주 중부 원주민 공동체인 안마티에르 출신 작가로, 70대 중반에 캔버스 작업을 시작해 8년간 30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고향의 땅과 식물, 계절, 선조의 지혜를 강렬한 색채와 선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작가의 고향 근처에서 시작하는 이번 순회전에서는 초기 바틱부터 대형 캔버스 작품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시드니 호주 현대미술관(MCA)에서는 오는 10월 19일까지 호주 원주민 작가 토니 앨버트(Tony Albert)의 대규모 단독전 '낫 어 수비니어(Not a Souvenir)'를 선보인다. 관광 기념품과 대중문화 속 원주민 이미지를 재해석한 작품 150여 점을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기념품이 아니다'라는 전시명처럼 친숙한 관광 이미지와 일상 사물을 특유의 유머와 도발적인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익숙하고 유쾌한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원주민의 모습이 누구의 시선으로 소비되어 왔는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원주민 문화나 현대미술이 낯선 관람객도 친숙한 이미지 속 숨은 의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골드코스트 HOTA 아트센터에서는 오는 9월 27일까지 '애프터 더 레인(After the Rain)'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호주 전역의 원주민 작가를 소개하는 호주 국립 미술관의 대표 정기전 '내셔널 인디지너스 아트 트리엔날레'의 다섯 번째 행사다.
'비가 그친 뒤'라는 뜻의 전시명은 시련 이후 찾아오는 새로운 시작과 문화적 유산을 의미한다. 토니 앨버트가 예술감독을 맡아 영상, 사운드, 조각을 결합한 10개의 대형 몰입형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전시장 안을 이동하며 원주민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서는 오는 12월 13일부터 내년 4월 11일까지 'NGV 트리엔날레 2026'을 무료로 개최한다. 3년마다 열리는 이 행사에는 35개국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80개 이상의 프로젝트와 최초 공개 신작 25점을 선보인다.
호주 원주민 작가들은 미술관의 상징적 공간을 작품으로 탈바꿈시킨다. 안젤리나 카라다다 부나(Angelina Karadada Boona)는 비를 가져오는 선조적 존재 '완지나'를 빛으로 재해석해 미술관 입구 워터월에 펼친다. 크리스천 톰슨(Christian Thompson)은 오페라 형식의 영상으로 언어와 문화 전승의 가치를 전한다.
퍼스에서는 원주민 작가이자 문화 가이드인 저스틴 마틴(Justin Martin)이 운영하는 '드주란디 드리밍'을 통해 도심 관광과 예술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해 질 무렵 엘리자베스 키를 걷는 '드리밍 인 더 키' 투어에서는 스완 강을 배경으로 세대를 거쳐 전해진 선조들의 이야기와 퍼스의 과거·현재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2시간 미술 워크숍에서는 원주민 미술의 전통 상징과 색채를 활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현지 작가와 교감하며 원주민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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