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고 홍콩서 왔어요"…롯데월드 뒤흔든 23년 게임의 힘

방학 아닌 평일 낮에도 인산인해…외국인 관광객 '체감 절반' 육박
롯데월드 역대급 투자 승부수…10년 상설 운영으로 'K-게임 성지' 구축

메이플 아일랜드 존 에오스타워(롯데월드 어드벤처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롯데월드, 역대급 변화인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의 상징인 성을 중심으로 왼편에 펼쳐진 광경은 그동안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게임 속 세상을 오프라인으로 옮겨놓은 '메이플 아일랜드'다. 노랑, 빨강, 초록, 보라…알록달록한 색감이 시선을 와락 사로잡는다. 기존 매직아일랜드가 고전적인 동화 속 성이었다면, 지금은 성을 기준으로 왼쪽은 '게임 세상', 오른쪽은 '동화 세상'이 공존한다.

실내 어드벤처 만남의 광장에 마련된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만들기'ⓒ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방학도 아닌데 인파가…벚꽃 아닌 '메이플'이 불렀다

지난 7일 화요일 오후, 평일 낮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현장은 붐볐다. 방학 시즌도 아니었고 벚꽃은 이미 상당 부분 떨어진 뒤였다. 그 자리를 메운 건 '메이플 아일랜드'를 찾은 방문객들이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가 아니더라도 강렬한 색감과 귀여운 조형물이 주는 시각적 자극은 동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인 아일랜드 입성에 앞서 실내 어드벤처 만남의 광장에 마련된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만들기' 앞에는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흡사 유명 아이돌 공연장 같은 열기였다. 비치된 QR코드로 페이지에 접속해 전신사진을 찍으면 본인과 닮은 아바타가 생성된다. 옷과 머리 모양을 취향껏 꾸미고 이름을 붙여주니, 어드벤처 내 메인 타워 대형 스크린에 기자가 만든 캐릭터가 크게 떠오른다. 방문객이 직접 콘텐츠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에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매직아일랜드로 향하는 길목ⓒ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엄마 아빠 추억, 아이 새 경험…외국인까지 '메이플'에 빠졌다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넥슨이 출시한 온라인 게임이다. 귀여운 캐릭터를 키우며 모험을 떠나는 방식으로 2000년대 중후반 PC방을 점령하며 초등·중학생 사이에서 '국민 게임'으로 군림했다. 당시 10대였던 유저들은 이제 30~40대가 됐다. 크고 작은 시즌 업데이트가 이어질 때마다 커뮤니티가 들썩이는 지금도 '살아있는 게임'이다. 부모는 추억으로, 아이는 새로운 경험으로 같은 공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유다.

매직아일랜드로 향하는 길목마다 배치된 메이플 캐릭터 포토스팟 앞에서는 방문객들이 스마트폰을 높이 치켜들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감상 외국인과 한국인이 절반씩이었고, 일부 구간에서는 외국인이 더 많게 느껴질 정도였다.

현장에서 만난 엘리사(러시아 출신, 태국 거주)(11)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도 가봤지만 이곳은 훨씬 더 독특하고 색감이 예쁘다"며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를 전혀 몰랐지만 이곳이 좋았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카일 람(11)은 방문 계기로 유튜브를 꼽았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여기서 노는 영상을 보고 엄마한테 가자고 졸랐다"며 "5일짜리 한국 여행에서 가장 새로운 걸 도전해 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핑크색 레코드판 모양의 핑크빈 테마로 바뀐 자이로스핀ⓒ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12m 높이를 빙글빙글 오르내리는 드롭형 '에오스타워'와 그 뒤로 롤러코스터 '스톤익스프레스'가 보인다.ⓒ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고소공포증 기자도 '올 클리어'…"짧으니까 탈 수 있었다"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어 놀이기구 앞에서 늘 손사래를 치던 기자였다. 유치원생보다 겁이 많은 수준.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어트랙션마다 이용 시간이 2~3분 내외로 짧게 설계돼 부담이 낮았다. '돌의 정령' 모양 비클을 타고 2회전하는 롤러코스터 '스톤익스프레스', 12m 높이를 빙글빙글 오르내리는 드롭형 '에오스타워'까지 결국 신규 어트랙션 3종을 모두 탔다. 공포감보다 공간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집중하게 되는 적절한 스릴이었다.

디테일도 빈틈이 없었다. 메인 게이트 앞 '캐릭터 광장'에는 핑크빈, 예티, 돌의 정령 조형물이 늘어섰고 '에오스타워' 뒤편에는 보스 몬스터 파풀라투스가 버티고 섰다. 골목 곳곳에서 리본돼지와 주황버섯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메이플스토리 IP를 접목한 기프트샵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메이플 스토리 캐릭터 굿즈ⓒ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역대급 투자 규모…굿즈 품절 행렬

이번 프로젝트는 롯데월드 역사상 손꼽히는 규모의 자본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예산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롯데월드 측은 간담회에서 "역대 프로젝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규모 투자"라고 강조했다. 10년이라는 장기 운영을 목표로 공간을 사실상 재건축 수준으로 바꿨다.

인기는 굿즈 판매로 이어졌다. 루디브리엄 콘셉트의 기프트숍 '메이플스토어'는 입장하는 데만 10분 대기. 안에 들어가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롯데월드에서만 살 수 있는 '주황버섯 인형 모자'와 '에오스타워 드링크 보틀' 등 인기 상품 매대는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추가 물량 확보에만 약 한 달이 걸린다는 관계자 설명이 굿즈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해열 롯데월드 마케팅부문장은 "굿즈의 인기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이미 품절된 품목이 속출하고 있다"며 "추가 발주를 넣어도 제작과 수급까지 한 달가량 소요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오성민 수석 역시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게임 속 아이템을 현실에서 소유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