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여행업계]③ 동남아도 막혔다…항공권 1년 새 3배 폭등
비엣젯 '인천~푸꾸옥'··제주항공 동남아 6개 노선 운항 중단
미·이란 휴전에도 감편 번복 가능성 낮아…"회복까지 불확실성"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가성비 여행지'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유럽·미주 장거리를 포기한 여행객들이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정작 동남아행 비행기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8일 2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미 감편을 확정한 항공사들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 유가가 즉각 내려가지도 않는다.
9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발 항공유 부족과 유가 폭등으로 인해 동남아 노선의 수급 불균형이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유가 안정화까지의 시차와 항공사들의 보수적 비상경영이 맞물리며 여행객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 중 하나였다. 다낭·푸꾸옥·냐짱(나트랑)은 저렴한 항공편과 물가 덕분에 가성비 여행지의 대명사였다. 그 베트남행 하늘길이 막히고 있다.
비엣젯항공 한국 총판은 지난 3월 23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4월 '인천~냐짱·다낭·푸꾸옥', '부산~나쨩' 일부 운항편 취소를 알렸다. '인천~푸꾸옥' 노선은 4월 8일부터 5월 1일까지 전면 중단한다.
비엣젯항공 측은 "전쟁의 장기화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감당하기 어려운 원가 추가 부담은 물론 베트남 내 제트유의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노선이 직격탄을 맞은 데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항공유 수요의 3분의 2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베트남은 주요 수입처인 중국과 태국이 자국 공급을 위해 수출을 중단하면서 현지 제트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비엣젯항공 관계자는 "5월까지 감편이 확정된 상황이며 6월 이후 운항 정상화 여부도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적사인 베트남항공 역시 4~5월 인천~하노이·호찌민 노선을 일부 비운항 처리하며 공급 조절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에 여행객들은 호텔 예약 취소와 일정 변경 등 혼란을 겪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감편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
제주항공(089590)은 5~6월 인천 출발 방콕·하노이·싱가포르·다낭·푸꾸옥·비엔티안 등 동남아 핵심 6개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좋은 일본 노선은 유지하면서 동남아 노선을 통째로 내려놓는 방식이다. 제주항공은 이미 해당 노선 예약 고객들에게 운항 중단 공지를 발송하고 환불 페널티 면제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5월 5일부터 31일까지 '인천~푸꾸옥' 노선 50여 편 운항을 중단한다. 진에어는 4월 인천발 괌·클라크·냐짱, 부산발 세부 등 8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45편을 비운항하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부산발 괌·세부·다낭 노선 운항을 줄였다. 또 에어서울은 다낭 등 동남아 노선을 추가 비운항 노선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감편을 넘어 진에어·티웨이항공 등 국내 주요 LCC들이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동남아 노선 추가 감편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다. 장거리 노선 포기 수요가 단거리로 몰리는 상황에서 공급이 줄자 항공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스카이스캐너에서 5월 15일 출발 3박 5일 기준으로 조회한 결과 '인천~푸꾸옥' 왕복 항공권은 최저 46만 9000원에서 최고 115만원까지 형성됐다.
'인천~세부'는 81만 9000원~91만 2000원, '인천~방콕'은 58만 5000원~70만 9000원 수준이다. 불과 1년 전 같은 노선 왕복이 20만~30만 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가성비 동남아'의 전제가 무너진 셈이다.
여행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다낭·푸꾸옥 상품 구성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7·8월 성수기 예약을 4~6월에 미리 받아야 하는데 유류비 인상과 항공 비운항으로 조기예약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2~3분기 해외여행 수요는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미·이란의 임시 휴전 소식에도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휴전 기간이 짧은 데다 이미 확정된 항공사들의 감편 스케줄이 번복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분이 실제 항공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또 이번 감편이 항공 운임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특정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줄어들면 남은 항공사들이 공급을 독점하게 되면서 운임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그동안 저렴한 항공편 덕분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였지만 지금은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설령 전쟁이 끝나도 유가가 안정되고 항공사들이 노선을 복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eulb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