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타고 외국인 몰려오는데 잘 곳 없어…도시민박 규제 손질 시급"

3천만 외래객 시대 대안 '도시민박', 규제에 가로막혀 '불법 양산'
진종오 의원 "현장 목소리 담아 관광진흥법 개정 추진…사후 관리 체계 구축"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 자리한 한옥숙박 시설들의 모습. ⓒ 뉴스1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K컬처 열풍으로 외래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도시민박을 둘러싼 제도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전 진입 규제 중심의 현행 주민 동의 제도가 오히려 불법 숙소를 양산하고 주민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사후 관리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민박업협회 주최로 열린 '건전한 도시민박 조성을 위한 민원 대응 및 주민 상생방안 간담회'에서 업계·전문가·주민·정부 관계자들은 현행 주민 동의 제도의 한계를 공통으로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3000만 관광객 목표에 발목 잡힌 숙박 인프라…도시민박이 대안

한주영 강원대 교수는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목표 달성을 위한 숙박 인프라 문제를 짚었다.

그는 "정부가 3000만 명 유치 목표를 2030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겼지만, 한국의 숙박 인프라는 이를 수용하기에 부족하고 그마저도 대도시에만 집중돼 있다"며 도시민박이 핵심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민박은 건물을 새로 지을 필요 없이 공급을 유연하게 할 수 있고 'K컬처'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는 '로컬 스테이' 관광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행 주민 동의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교수는 "일부 지자체는 법적 근거도 없이 단독·다가구 주택에까지 주민 동의서를 요구하고 미제출을 이유로 등록을 거부하는 과잉 규제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전 규제가 오히려 합법적 등록을 막아 미신고 불법 운영을 양산하는 규제의 역설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준 한국민박업협회 국장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그는 "동의를 받고 운영을 시작했는데 소음 문제가 생겨도 호스트 연락처를 모르니 밤새 민원이 쌓이고 결국 몇 달 만에 폐업한 사례가 있다"며 "주민 동의서는 주민 피해를 해소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협회 대안으로는 일본식 안내판을 통해 호스트 연락처를 공동 현관에 게시하고 협회 민원 접수 센터와 지자체 분쟁조정위원회로 이어지는 3단계 자율 분쟁 조정 체계를 제시했다.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민박업협회 주최로 열린 '건전한 도시민박 조성을 위한 민원 대응 및 주민 상생방안 간담회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지자체마다 제각각 기준…"진입 장벽만 높이고 갈등은 못 풀어"

13년 차 운영자인 차병철 한국민박업협회 이사는 "코로나 이후 2년간 수도권에서만 공유숙박 업소가 2000개소 이상 늘었다"며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전했다.

그는 "주민 동의서가 '투어리피케이션' 예방보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 속도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게 현실"이라며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돈을 요구하거나 관리비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도 주변에서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구는 인접 세대만 동의받으면 되고 어떤 구는 건물 전체 동의를 요구한다"며 "심지어 신규 사업자에게 영어 테스트를 보는 지자체도 있다"고 말했다.

망원동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했던 김동현 씨는 "운영 기간 중 단 한 번도 주민 민원을 받지 않았다"며 "사후 관리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주민 동의 문제로 새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파트 전체에서 단 한 명만 반대해도 영업 신고증이 발급되지 않는 구조가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순두부 할머니 가게를 살린 공유숙박…"지역 관광의 입구, 막지 말아야"

성북동 운영자 표공자 씨는 공유숙박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접 기여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재개발로 문을 닫을 뻔한 인근 순두부 할머니 가게에 외국인 투숙객을 연결했더니 구글 리뷰가 쌓이고 살아났다"며 "공유숙박 운영자가 외국인 관광객이 지역과 만나는 입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성북구 내 지역 소상공인·청년들과 관광 컨소시엄을 구성해 로컬 투어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주민 측에서는 신당동 주민자치위원장 김용성 씨가 상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신당동은 외국인 비율이 25%에 달할 만큼 이미 공존은 현실"이라며 "공유숙박을 하는 분들도 우리 주민인데 주민끼리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동의 방식보다 동네 발전이 집값에도 긍정적이라는 인식 전환이 더 효과적"이라며 "행정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은경 한국관광공사 쇼핑숙박팀장은 "10년 전 일본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민박 운영 사실과 연락처를 안내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주민들이 연필로 응원 메시지를 써두는 문화가 있었다"며 "즉각적 대처가 가능해 민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공사는 올해 민박업 안전 교육, 세부 운영 매뉴얼, 지자체 실무 매뉴얼 제작 등 3대 사업을 추진하고 GEO 분석 기반 인공지능(AI) 마케팅으로 홍보 전략도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석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진흥과 과장은 "지난해 도시민박업이 관광진흥법상으로 규정됐고 서울·부산에서 내국인 대상 실증 특례도 운영 중"이라며 "3000만 관광객 목표를 위해 공유숙박을 포함한 다양한 숙박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제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진종오 의원이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건전한 도시민박 조성을 위한 민원 대응 및 주민 상생방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관광진흥법 개정하겠다"…안심번호·우수업체 표창도 제안

토론을 마친 뒤 진종오 의원은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그는 "주민 동의 문제가 지역별로 기준이 다르고 공동주택 관련 기준도 잘못돼 있어 관광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보좌진들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또 안심번호 제도화와 지역 상생 우수업체에 대한 표창 제도도 제안했다. 진 의원은 "문체부나 관광공사에서 숙박업 운영자에게 안심번호를 제공하고, 지역과 상생하며 운영을 잘하는 업소에는 블루리본 같은 우수 업체 표창을 줘서 경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를 향해 "K컬처 300조 달성 목표를 내세웠는데 이대로 가면 안 될 것 같다"며 "도시민박 제도 개선에 더 많이 신경 써달라"고 촉구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