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만원 패키지도 '완판'… LA 호텔부터 점령한 '손흥민' 유니폼 물결 [르포]
MLS 개막전 최다 인파 갈아치운 '세기의 대결'
'축알못' 기자도 방방 뜨게 한 7만 5000명의 함성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로스앤젤레스=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야구와 농구의 도시로 상징되던 로스앤젤레스(LA)가 이제는 세계적인 '축구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21일 오후(현지 시간), 손흥민(LAFC)과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의 맞대결 소식에 LA 도심은 그야말로 들썩였다.
열기는 이미 경기 전부터 감지됐다. 기자가 묵은 LA 다운타운의 한 호텔 로비에서는 등번호 7번이 새겨진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평소라면 다운타운 중심가에서 경기장까지 15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는 이날 40분을 훌쩍 넘겨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는 일찌감치 거대한 정체에 갇혔고, 차 안에서 보낸 지루한 시간은 창밖으로 보이는 검은색 'SON 7' 유니폼들과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는 대결 포스터들 덕분에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오후 5시 40분, 경기 시작 약 한 시간 전부터 현장의 분위기는 이미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공연장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유수의 리그 경기 현장을 방불케 했다. 경기장 밖 팬 행사는 활기가 넘쳤고, 티켓을 든 관중들은 입장을 위해 게이트 앞에서 한참 동안 줄을 서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해야 했다.
특히 입장 전 거쳐야 하는 소지품 검사는 그야말로 '철두철미'했다. 경기장 안전을 위해 반입 가능한 가방 크기를 엄격히 제한하는 '클리어 백 정책'(Clear Bag Policy)이 시행 중이었는데 가로 16.51cm x 세로 11.4cm 이하의 클러치백이 아니면 아예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 가방만 지참할 수 있었다.
경기장 내부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래플리카 유니폼을 사려는 팬들이 끝 보이지 않는 줄을 만들었고, 푸드트럭과 맥주 판매소에도 끊임없는 행렬이 이어졌다. 축구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축알못' 기자마저 방방 뛰게 할 정도의 열기였다.
주최 측은 2만 2000명을 수용하는 홈구장 BMO 스타디움 대신 7만 7000명 규모의 '메모리얼 콜리세움'을 선택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옳았다. 이날 현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총 7만 5673명으로, MLS 역사상 두 번째 많은 입장객, 개막전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관중석의 풍경은 묘한 동질감을 자아냈다. 인종과 연령은 제각각이었지만, 손흥민이 전광판에 비치기만 하면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하나가 됐다. 기자 역시 취재에 앞서 구입한 유니폼을 입고 현장에 스며들었다.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온 경기장이 일어섰고, 처음 보는 현지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국적을 초월한 '한 팀'이 된 기분을 느꼈다.
특히 이번 경기는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과 현지 '교민'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7번 유니폼을 매개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타지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의 모습에 함께 자부심을 느끼는 과정은 단순한 관람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 뜨거운 동질감은 곧장 경이로운 비즈니스 수치로 증명된다. 래리 프리드먼 LAFC 공동대표에 따르면 손흥민 영입 발표 후 단 몇 시간 만에 유니폼이 매진됐으며, 한동안 전 세계 이커머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유니폼이 바로 그의 것이었다.
여행업계의 반응은 더욱 압도적이다. 놀유니버스가 기획한 1000명 규모의 직관 상품이 금세 매진된 것은 물론, 모두투어가 내놓은 890만 원 상당의 초고가 패키지 상품마저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1인당 90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에도 불구하고 손흥민과 메시의 맞대결을 현장에서 직접 보려는 수요가 빗발친 것이다.
경기는 손흥민의 1도움과 함께 LAFC의 3-0 완승으로 끝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관중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현장의 여운을 즐겼다. 특히 이번 경기를 위해 멀리서부터 로스앤젤레스를 찾은 여행객들은 기대했던 승전보에 뿌듯함을 안고 그 어느 때보다 보람차게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비록 도심으로 돌아가는 길 역시 한동안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이어졌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열기는 손흥민이라는 이름 석 자가 단순한 스포츠 스타를 넘어 LA 관광 시장의 강력한 파급력임을 보여줬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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