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힙해"…K-샤먼 빠진 외국인 MZ들, 인왕산 굿당에 줄 섰다

단순 사주풀이 넘어 '영적 체험'으로 기도터 찾기도
영화·아이돌이 불 지펴… 음지 있던 무속신앙이 킬러 콘텐츠 등극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투어 마지막에 무당과의 개인 상담 옵션을 선택했는데, 저의 영적인 내면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에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한국 여행 중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어요."(호주인 관광객 킴, 클룩 인왕산 투어 후기)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쇼핑이나 미식, K-팝 공연 관람을 넘어 이제는 "점을 보러 한국에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K-샤머니즘'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단순히 재미로 보는 운세를 넘어, 마음의 위안을 얻는 '상담'부터 실제 무속 현장을 찾아가는 '영적 체험'까지. K-무속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힙(Hip)한 관광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주 카페 투어(크리에이트립 제공)
"고민 상담하러 왔어요"…사주 카페, 'K-카운슬링' 성지

이러한 트렌드의 중심에는 한국식 사주풀이를 일종의 '멘탈 케어'(Mental Care)이자 '라이프스타일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외국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다.

인바운드(방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 관계자는 "서양의 점성술처럼 동양만의 독특한 점술인 '사주'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며 "한국인들의 실제 라이프스타일과 고민 해결 방식을 깊이 있게 체험하고 싶어 하는 최신 여행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반응이 뜨거운 '원픽'(One Pick) 상품은 '온라인 신년 운세'다. 한국에 오지 못한 외국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호응이 크다.

오프라인에서는 '직접 소통'이 핵심 경쟁력이다. 통역사 없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역술인이 상주하는 사주 카페가 인기다.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한국어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소' 상품은 영어뿐만 아니라 일어, 중국어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언어 장벽을 낮췄다.

인왕산에서 한국 무속 반나절 영적 가이드 투어를 참여하는 외국인 관광객들(클룩 제공)
"영화 속 장면처럼"…산 오르고 굿당 찾는 '영적 체험'

최근에는 도심 속 상담을 넘어, 한국 무속 신앙의 역사와 배경을 배우는 '영적 체험'(Spiritual Experience)으로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클룩은 현재 신당역 인근이나 종로 피맛골, 야간 궁궐 등을 방문하며 가이드가 한국 샤머니즘의 역사를 설명하는 투어 상품을 운영 중이다.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라, 한국인의 실제 정신문화를 깊이 있게 습득하고 싶어 하는 이색 체험 수요를 겨냥했다.

클룩 관계자는 "외국인 여행객 사이에서 한국의 샤머니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며 "평범한 관광지 외에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려는 경향이 강해 관련 상품을 테스트하고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주풀이나 무속 체험은 '소통'이 핵심인 만큼, 전문적인 외국어 능력을 갖춘 역술인이나 가이드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영어 가이드를 중심으로 상품을 운영 중"이라며 "향후 K-팝 팬덤을 중심으로 한 '최애 아이돌 궁합'이나 '팬 타로' 수요도 인지하고 있어, 외국인 대상 체험 상품으로의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5 한강 불빛 공연(드론 라이트쇼)'에서 1,200여 대의 드론이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 캐릭터들의 모습을 이루며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2025.9.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K-드라마·아이돌이 깐 멍석…외신도 주목한 'K-테라피'

이처럼 '점집 투어'가 관광 산업의 킬러 콘텐츠가 된 배경에는 K-콘텐츠의 힘이 절대적이다.

특히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케데헌)의 영향이 컸다.

K-팝 걸그룹이 낮에는 아이돌로, 밤에는 악귀를 잡는 사냥꾼(무당)으로 활약한다는 설정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팬들에게 생소했던 굿, 부적, 방울 같은 무속 요소가 '힙'하고 '영웅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것이다.

여기에 실제 K-팝 아이돌들이 사주를 보는 리얼한 모습이 더해지며 '체험 욕구'를 자극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제시카(29)는 "사주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이 데뷔 초 사주를 보는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사전 정보 없이 멤버들의 성격을 소름 돋게 맞히는 것을 보고 K-샤머니즘에 강한 호기심이 생겨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CNN 역시 "한국의 젊은이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안을 얻기 위해 점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한국의 사주 문화를 일종의 '대안적 심리 치료'(Therapy)로 소개하기도 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