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붐비는데 알맹이 없다”…여행사, 역대급 호황에도 실적은 '글쎄'
출국자 수 코로나 이전 완벽 회복…시장 커졌지만 여행사 수익은 '빨간불'
'자유여행' 쏠림 심화…효자 노릇 하던 '동남아 패키지' 부진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엔데믹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해외여행 시장과 달리, 정작 여행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전체 출국자 수는 역대 최대 호황기였던 2019년 수준을 이미 넘어섰지만, 여행사 수익의 핵심인 '패키지여행' 수요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 국민의 해외관광객 수는 2680만 308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역대 최대 호황기였던 2019년 같은 기간(2637만 1937명)보다 약 43만 명이나 더 많은 수치다. 12월 수치까지 합산하면 연간 2871만 명을 기록했던 2019년 연간 실적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이 연일 북새통을 이룬 배경이다.
하지만 여행사들의 4분기 성적표를 뜯어보면 딴판이다. 낙수 효과는커녕 '속 빈 강정'에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행 대장주 하나투어(039130)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전체 해외 송출객은 1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 겉보기엔 성장한 것 같지만, 내실이 없다. 수익성이 낮은 '항공권·호텔' 단품 구매자(FIT)가 21%나 급증한 반면, 여행사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패키지 이용객은 60만 명 수준으로 고작 1% 성장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모두투어(080160)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모두투어의 12월 월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송객 인원은 23.4% 급감하며 아예 역성장을 기록했다. 본업인 패키지 송출객마저 10.6% 감소했고 체질 개선을 위해 줄이고 있다지만 항공권 판매(-42.5%) 이탈 속도도 너무 빨랐다.
'역대급 출국 인파'에도 여행사가 웃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동남아'에 있다. 겨울철은 전통적으로 따뜻한 동남아 패키지여행이 성수기지만, 이번엔 달랐다.
하나투어 자료를 보면 전체 패키지 비중의 38.5%를 차지하는 동남아 지역 송출객이 전년 대비 15% 이상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캄보디아 등을 중심으로 불거진 '한국인 납치·감금 범죄' 공포가 확산하며 동남아 전반에 대한 여행 심리를 위축시킨 것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분석이다.
중국(+28%)과 일본 여행객이 늘었지만, '효자' 노릇을 하던 동남아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증권가는 여행사들의 4분기 실적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하나투어의 4분기 영업이익을 266억 원으로 추정하며 "역대 최대 실적이긴 하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와 패키지 성장 둔화를 고려하면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폭발적으로 상회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리딩투자증권 역시 모두투어의 영업이익률을 3%대 낮은 수준으로 전망했다.
결국 여행업계의 지난 4분기는 "사람은 2019년보다 더 붐볐지만, 실속은 없었던 시기"로 요약된다. 엔데믹 이후 폭발하던 '보복 소비' 효과가 사라지고 여행 패턴이 '가성비 자유여행'으로 재편되면서 여행사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업계는 다가오는 2026년 1분기 실적 반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설 연휴와 겨울방학을 포함한 1분기는 전통적인 최대 성수기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는 부진했던 동남아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중국과 일본 지역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순히 사람을 많이 보내는 것을 넘어,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패키지 비중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올해 실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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