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많이오는데 토종여행사는 배 곯는 이유"[관광은 국가전략]③

이진석 KATA 회장 "인바운드 늘었지만, 수익은 해외로 빠져나가"
"소규모 관광의 핵심은 '이동'…지역은 더욱 심각해"

편집자주 ...세계인이 한국으로 몰려든다. 국민도 세계 곳곳으로 나간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적 산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소비나 사치가 아니다.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전략 산업이 관광이다. 저성장, 지역소멸, 인구소멸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문제를 해결할 또 다른 키가 관광이다. <뉴스1>은 기획 인터뷰[관광은 국가전략]을 통해 학계·현장·외국인 시선에서 관광 정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차례로 짚는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이 서울 마포구 한국여행업협회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관광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할 산업"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인바운드가 늘고 K-콘텐츠 열기가 이어지는 지금이야말로 관광산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이를 산업으로 굴리는 시스템은 여전히 멈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의 기획 인터뷰 <관광은 국가전략>을 통해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은 정부와 업계의 거리감이 과거보다 좁혀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 노를 어떻게 저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을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시각이 남아 있는 한 유통·규제·인력 문제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관광을 굴리는 공장은 한국에 있는데, 이익은 해외로

이 회장이 가장 먼저 꺼낸 키워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그는 인바운드(외국인 방한) 관광이 늘어도 실제 수익은 해외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내에 남아야 할 산업의 기반, 다시 말해 관광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공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외국인들이 해외 OTA를 통해 한국 숙소를 예약하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지만, 한국 여행사가 같은 호텔을 예약하면 부가세를 부담한다"며 "출발선부터 국내 사업자가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특급호텔 기준으로 "수수료가 약 20% 수준이고, 경우에 따라 전체 비용의 30% 이상이 중간 유통 과정에서 빠져나간다"는 현장 상황도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건물을 짓고 청소하고 인력을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수익의 20~30%는 해외로 빠져나간다"며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안 하면서 수익만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를 두고 "관광을 굴리는 공장은 한국에 있는데 이익을 가져가는 본사는 해외에 있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여행사와 가이드, 차량, 숙박, 현장 운영 등 실제 관광을 만들어내는 주체들은 국내에 있지만, 기획과 유통의 주도권은 해외 플랫폼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도 문제 삼았다. 그는 "대책을 보면 해외 OTA와의 협력 강화가 대부분"이라며 "정작 국내 여행산업을 키우기 위한 육성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몇 년 뒤 대한민국에 여행사가 남아 있을지조차 의문"이라며 "인바운드가 늘어도 국내 업계는 '랜드사'처럼 하청 역할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이 서울 마포구 한국여행업협회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광호 기자
FIT 시대는 왔는데, 제도는 아직 출발선

이 회장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또 다른 축은 개별·소규모(FIT) 시대의 제도 공백이다.

그는 "FIT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들을 어떻게 편안하게 여행하게 할지 아무도 생각 안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소규모 관광에서 핵심인 '이동' 문제를 짚었다.

이 회장은 "외국은 가이드가 자기 차를 갖고 갈 수도 있는데 한국은 안 된다"며 "4명이 왔는데 차량·가이드 붙이면 너무 비싸져 경쟁력이 없으니 불법으로 간다"고 했다.

인천공항 등에서 불거지는 이른바, '흑차'(불법 콜밴) 논란도 "전부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유자격 가이드가 자기 차로 하게 허용한다든가, 여행사가 소유한 소규모 차량 영업을 허용하는 방식 등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의 불편'도 현장 사례로 풀어냈다.

그는 "중국 대사관 총영사가 가족과 해운대 여행을 갔는데 대중교통만으로는 못 갔다"며 "마지막에 결국 택시를 탔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인을 위해 편리한 것이지 외국인을 위해 편리한 게 아니다"며 "요즘 버스는 현금도 안 받는데 외국인들은 티머니를 모두 가지고 있겠냐"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방은 훨씬 심각하다"며 "인바운드 확대 국면에서 지역 분산을 실제로 작동시킬 '현장 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팝만 외칠 게 아니라, 관광을 설계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는 '일변도'라는 단어를 썼다.

이 회장은 일본관광청 관계자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한국 마케팅이 너무 일변도라면서 계속 K-팝 얘기만 한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팝은 10~20대 소구인데 그들이 돈을 얼마나 쓰겠냐"며 "시장·세대별로 다른 동선을 만들 수 있는 종합적인 마케팅 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바운드 산업의 '품질' 문제도 꺼냈다. 이 회장은 "덤핑 상품은 없고 덤핑 지역만 있다"며 "저가·불공정 판매가 특정 권역과 구조에서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값싸게 팔게 하면 안 된다"며 "'여행상품 품질 인증제', '시민 감시단', '불공정 여행상품 제재(심의)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지'가 어렵더라도 최소한 경고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 틀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이 서울 마포구 한국여행업협회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광호 기자
관광은 무역이다…주고받는 산업으로 봐야 한다

아웃바운드(내국인 출국) 관광에 대한 시각도 분명했다. 이 회장은 "관광은 무역"이라며 "수출도 있고 수입도 있다.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많이 가면 그 나라 사람들도 한국에 관심을 갖는다"며 "우리가 많이 보내니 너희도 보내라고 레버리지로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석 KATA 회장은 "관광정책은 인·아웃바운드의 균형 발전"이라며 "관광을 여전히 복지나 소비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