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쇼핑' 줄고 '생활형 소비' 늘어…외국인 지갑 달라졌다

구매 단가는 하락, 1인당 소비는 83% 증가
문구·패션·뷰티·웰니스 소비가 성장 견인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2025.10.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방한 외국인의 지갑이 바뀌고 있다. 명품 한두 개를 사던 '큰 쇼핑' 대신 일상과 취향을 담은 작은 소비를 여러 번 반복하는 방식이 한국 관광 소비의 새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16일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방한 외국인의 '쇼핑' 소비 흐름을 분석해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2018년부터 2025년 9월까지의 소비 흐름을 살펴본 것이다.

방한 외국인의 전체 관광 지출 가운데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쇼핑은 관광 소비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축이자 관광산업의 체질 변화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K-쇼핑 패러다임 전환(한국관광공사 제공)
'큰 쇼핑' 줄고, '자주 사는 쇼핑'이 늘었다

2019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외래객의 쇼핑 방식은 뚜렷하게 달라졌다. 구매 1건당 평균 지출액은 15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줄었지만, 1인당 총소비 금액은 오히려 83% 증가했다.

이는 구매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구매 횟수가 124%나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고가 상품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성비가 높은 중저가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소비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적 감성과 취향을 담은 작고 가벼운 'K-라이프스타일 소품'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9월 기준 외국인의 카드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가챠샵이 142%, 문구가 48.7%, 서점이 39.9% 증가했다.

'한국 감성 문구'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아트박스는 영종도(550%), 이수(325.0%), 부산 서면(85.4%) 등 공항과 교통 요충지뿐 아니라 로컬 상권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기성 기념품 위주의 '큰 쇼핑백' 소비에서 벗어나, 개인 취향과 감성을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중심 소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쇼핑 패러다임 전환(한국관광공사 제공)
K-패션·뷰티·웰니스까지 확산…생활형 소비가 새 축

패션 분야 역시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2025년 1~9월 기준 방한 외래객의 패션 소비 건수는 23.4% 증가했으며 액세서리(33.0%), 스포츠웨어(32.8%), 스포츠용품(33.4%), 언더웨어(59.1%)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언더웨어는 팬데믹 이후 성장 속도가 특히 가파른 품목으로, 일본(16.7%)과 미국(15.8%)이 주요 소비국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싱가포르(139%), 대만(114%) 등에서도 소비가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성수2가1동(650%)이 가장 빠른 확장세를 보였고 명동(62.9%)과 연남동(13.9%)에서도 안정적인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이는 K-패션의 디자인 완성도와 합리적인 가격, 여러 개를 구매하기 쉬운 가격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뷰티·건강 제품 소비는 수년째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8~2024년 연평균 19.1% 증가한 데 이어 2025년에도 40.4% 성장하며 K-뷰티와 K-헬스는 한국 방문의 핵심 소비 분야로 자리 잡았다.

화장품(35%), 약국(67%), 건강식품(75%) 모두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올리브영은 명동·강남 등 전통 상권을 넘어 성수연방(381%), 경복궁역(425%), 송도 프리미엄아울렛(536%) 등 다양한 지역으로 소비가 확산됐다.

뷰티 소비 확대는 약국 소비 증가로도 이어졌다. 외래객들은 치료 목적을 넘어 피부 관리와 영양 관리 등 일상형 웰니스 제품을 찾고 있으며 연고·파스·영양제·상비약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약국 소비는 대만(342%)과 리투아니아(304%) 등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홍삼·인삼을 중심으로 한 건강식품은 2025년 75.1% 늘며 K-뷰티·K-헬스 관련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미숙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쇼핑 방식이 고가 중심에서 일상·취향·웰니스 중심의 실용형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 라이프스타일과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업계가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데이터를 지속해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