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엔 산타가 없다?…12월 지배하는 '괴물'

착한 아이에게 성 니콜라우스, 못된 아이에게 크람푸스 찾아와
중세·이교 전통이 공존하는 알프스 겨울 풍습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성 니콜라우스와 못된 아이를 혼내는 크람푸스를 분장한 어른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아이들(오스트리아관광청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12월의 오스트리아 거리에서는 아이들이 산타를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뿔 달린 괴물이 행렬을 이루고 사람들은 '거친 밤'에 들릴 소리를 통해 새해의 운세를 점친다.

크리스마스 직전, 알프스산맥을 둘러싼 이 작은 나라에서는 지금도 중세의 풍습과 이교도 의식이 뒤섞인 신비로운 겨울 전통이 이어진다.

최근 오스트리아관광청은 한국 여행객들에게 이 독특한 알프스의 겨울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크람푸스(Krampus) 퍼레이드와 '라우나흐테'(Rauhnächte) 등 현지의 시즌 전통을 집중 조명했다.

크람푸스 분장을 한 어른에게 엎힌 아이가 활짝 웃음 짓고 있다.(오스트리아관광청 제공)
악을 쫓는 존재 '크람푸스'…어디서 왔을까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겨울 전통은 성 니콜라우스와 함께 등장하는 '크람푸스'(Krampus) 행렬이다. 신의 처벌을 상징하는 무서운 외모와 달리, 기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켈트족이 겨울의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뿔과 가죽을 두르던 의식에서 유래했다는 설, 고대 유럽의 악귀 몰이인 '페르히텐' 전통과 연결된다는 설 등이 존재한다.

역사적 기록도 남아 있다. 바트 호프가슈타인 전통기록 연구자인 호르스트 비러(Horst Wierer)에 따르면 크람푸스를 언급한 가장 오래된 자료는 서기 400년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기록이다.

젊은이들이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떠들썩하게 돌아다니는 풍습을 '비기독교적'이라고 비판한 내용이다.

오늘날 크람푸스 행렬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가슈타인 계곡(Gastein Valley)이다.

매년 12월 5일, 약 100개 팀이 수작업 가면과 염소·숫양의 털로 만든 전통 의상을 착용한 채 마을을 행진한다. 어깨로 서로를 밀어 악을 쫓는 의식 '렘펠른'(Rempeln)도 이어진다.

겨울에 눈으로 뒤덮힌 오스트리아 풍경(오스트리아관광청 제공)
라우네흐테를 준비하는 사람들(오스트리아관광청 제공)
라우나흐테의 신비로운 풍습

크리스마스와 주현절(1월 6일) 사이의 기간을 오스트리아에서는 '라우나흐테'(Rauhnächte, 거친 밤)라 부른다. 이 시기에는 각종 민속 전통이 이어지며 지역마다 3~12일로 기간이 다르다.

가장 긴 밤인 12월 20~21일에는 미래를 점치는 로젠(Losen) 풍습이 있다. 외진 길이나 교차로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새해 징조를 해석하는데 기쁜 노랫소리는 결혼을, 톱질 소리는 죽음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불길함을 몰고 온다고 전해지는 '와일드한 사냥' 전설도 라우나흐테의 주요 요소다. 유령 무리가 한밤중 질주한다는 믿음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 기간 빨래를 널지 않는 풍습이 남아 있다.

또 연기 의식도 이어진다. 향기로운 유향(frankincense)을 피워 집과 마구간을 정화하는 전통으로, 악령을 몰아내기 위한 겨울 의례다.

오스트리아에서 산타클로스 역할을 하는 성 니콜라우스(오스트리아관광청 제공)
산타가 아닌 성 니콜라우스가 선물을 주는 나라

오스트리아에는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12월 6일 '성 니콜라우스의 날'에 아이들이 선물을 받는다.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성 니콜라우스와 못된 아이를 혼내는 크람푸스가 한 팀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겨우살이를 문 입구에 걸어두고 그 아래에서 키스를 나누면 행운이 온다는 풍습, 12월 4일 성 바르바라의 날에 꺾은 가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꽃을 피우면 새해의 행운을 의미한다는 '바르바라 가지' 전통도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오스트리아의 겨울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넘어, 민속과 전설, 이교적 풍습이 공존하는 독특한 계절 문화가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