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도시보다 더 좋은 국내 소도시 여행, 11월에 어때요"
한국관광공사 추천 11월에 떠나기 좋은 요즘여행
남해 로컬체험·묵호 골목 투어·예산 슬로시티 등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대규모 관광지보다 지역의 일상과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작은 도시를 찾는 여행이 늘고 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려는 흐름이 자리 잡으면서다.
16일 한국관광공사는 11월 추천하는 '요즘여행'으로 '소도시 여행'을 공개했다. 요즘여행은 아직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감각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향후 트렌드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여행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는 콘텐츠이다.
이번에 공사가 추천한 소도시는 남해, 동해 묵호, 예산 대흥, 고흥, 담양 창평 등 다섯 곳이다. 각 지역은 규모는 작지만, 고유의 생활문화와 시간을 품은 공간으로, 여행자가 천천히 머물며 지역의 리듬을 체감하기 좋은 곳들이다.
독일마을·미국마을 등 이국적 정취와 금산 보리암, 다랭이마을 등 향토적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경남 남해는 조용한 휴식을 누리기 좋은 지역이다.
남해관광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남해 외갓집'은 현지인이 직접 기획·운영하는 소규모 로컬 체험 프로그램으로, 고향집 같은 편안함 속에서 남해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드로잉 화가 안설별 씨의 '남해 언니네 드로잉 어반스케치' △도자기공방·카페 '티라와 흙꿉노리'의 '티라 삼촌네 외갓집 도자기 클래스' △삼동면 봉화마을 농가에서 진행하는 '광수 삼촌네 친환경 블랙베리 체험' 등 세 가지다. 지역 도공·화가·농부가 가진 고유한 개성과 감성이 녹아 있다.
함께 둘러보기 좋은 명소로 '다랭이마을'이 있다. 바닷가 급경사를 깎아 조성한 계단식 논 700여 개가 겹겹이 이어지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 절경을 따라 조성된 '다랭이지겟길'(남해바래길 11코스)을 걸으며 남해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동해시 묵호항 일대는 서울에서 KTX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접근성 좋은 소도시 여행지다. 주요 명소가 도보 30분 이내에 모여 있어 차 없이도 여행이 가능하다.
동해 DMO가 운영하는 '뚜벅아, 라면 묵호 갈래?' 프로그램은 골목 산책 후 바다 앞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투어로, 개별 포토투어와 가이드 동행 단체 투어 중 선택할 수 있다.
개별 투어는 소품샵이나 로컬 책방에서 스탬프북을 받아 시작한다. 이어 △3000여 종의 연필을 소장한 국내 최초 '연필뮤지엄' △동쪽바다중앙시장과 청년몰 '싱싱스' △묵호의 대표 관광지 '논골담길' △묵호등대 등이 이어진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라면 먹을래요?"가 탄생한 '삼본아파트'도 필수 방문 코스다. 마지막은 ‘문화팩토리 덕장’에서 문어·묵호태 보푸라기 등 해산물 토핑이 랜덤 제공되는 라면으로 마무리한다.
묵호에서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스카이워크·스카이사이클, 해랑전망대도 즐길 수 있으며, 거동탕수육과 오뚜기칼국수 등 로컬 먹거리도 인기가 높다.
예산군 대흥면 봉수산을 병풍 삼은 고샅길에는 어린 시절 땅따먹기, 고무줄놀이를 하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걷다 볏단을 손끝으로 스쳐보고 고목 아래 놓인 수백 년의 세월을 더듬어볼 수 있는 곳이다.
첫 목적지는 예산 대흥 '의좋은 형제마을'이다.
예산 대흥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이자 중부권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으로 휘영청 밝은 가을밤 서로에게 볏단을 얹어주다 마주쳐 울었다는 이성만·이순 형제 이야기의 실존 인물이 살던 마을이다.
슬로시티 대흥을 제대로 즐기려면 '느린 꼬부랑길'을 걷는 것이 가장 좋다. 방문자센터를 출발해 '옛 이야기길·느림길·사랑길' 등 마을의 역사·전통문화·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길이 이어진다.
1코스 옛 이야기길에는 1000년 넘은 느티나무 '배맨나무'와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담겨 있고 2코스 느림길은 예산군 유일의 옛 관아 건물인 대흥동헌, 달팽이 미술관, 대흥향교까지 물길과 숲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3코스 사랑길에서는 봉수산 자락과 어우러진 교촌리의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대흥 슬로시티의 원칙은 '자연환경 보존, 전통문화 계승, 주민 주도 운영' 세 가지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손바닥 정원'이다.
달팽이 조형물을 발견했다면 그대로 집 앞마당처럼 드나들어 구경할 수 있다. 주민들이 집 마당에 직접 가꾼 작은 정원으로, 돌담과 나무는 마을 고양이들의 쉼터 역할까지 한다.
전남 고흥군이 운영하는 '두 지역 살아보기 주말愛 고흥愛 고흥스테이'는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일정 기간 고흥에 머물며 지역의 여행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총 12세대가 참여하며 숙박과 공동시설 요금 등 주거비가 지원된다.
참가자들이 3개월 동안 머무는 공간은 옛 한전 사택을 리모델링한 고흥읍 주거시설로 가전제품·가구가 모두 갖춰져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숙소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에 있는 110년 역사의 고흥전통시장은 숯불생선구이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고흥스테이에서 머무는 동안 수령 840년 남계리 느티나무, 1871년 조성된 옥하리 홍교, 존심당 역사문화공원 등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명소들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풍양면 한동리에서는 '제5회 고흥유자축제'가 열렸다. 국내 최대 유자 생산지답게 대형 유자 조형물, 포토존, 야간 루미너리쇼, 드론쇼 등이 마련되며 지역 대표 향토문화를 만날 수 있다.
공간이 바뀌면 삶의 속도도 달라지는 법이다. '느려도 괜찮다'는 위로가 필요한 날,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로 향해보자.
세 개의 개울이 마을을 가로지른다고 해 '삼지내' 혹은 '삼지천'이라 불리는 이곳은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이름난 마을이다. 고가와 토석담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이루며, 돌·흙으로 쌓은 담장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고재환가옥, 고재선가옥 등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을 비롯해 민박·카페로 활용되는 한옥, 오래된 고가, 평범한 살림집 등 다양한 풍경이 이어진다. 한옥으로 지어진 창평면사무소 뒤에는 이층 한옥을 품은 작은 뜰도 자리해 산책하기 좋다.
마을 안에서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나 한옥 카페, 음식점을 이용하며 느긋하게 머무는 것이 삼지내마을 여행의 정수다. 창평국밥, 창평쌀엿, 한과, 석탄주 등 지역 먹거리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하룻밤 묵고 싶은 여행객을 위해 100여 년 된 고택부터 소규모 민박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운영되며, 술빵 만들기, 인문학 강좌 등 지역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친척집 방문하듯 재방문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담양에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죽녹원과 관방제림이 있다. 죽녹원에서는 대숲을 따라 산책로를 즐기고, 족욕 체험이나 사운드 워킹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강 건너편 관방제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인공 숲으로,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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