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버거 룸서비스 시킨 트럼프…APEC 정상들이 머문 호텔은?

450만원 스위트·135평 한실·임해전 모티브까지
방탄유리 설치한 시진핑, 온돌 스위트 묵은 다카이치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2025 APEC 정상회의의 주인공들은 본회의장 밖에서도 주목받았다. 각국 정상들이 머문 경주 호텔이 공개되면서 누가 어디에 묵었는지, 그 객실의 규모와 서비스까지 관심이 쏠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힐튼경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오롱호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각각 숙박했다.

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 기간 경주 주요 특급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PRS) 객실이 모두 정상단 전용으로 가동됐다. 호텔들은 수개월 전부터 보안 점검과 리모델링을 마쳤고 객실마다 정상급 응대 시스템과 식단, 의전 서비스를 새로 구성했다.

로열이규제큐티브 스위트(힐튼경주 제공)
'트럼프 치즈버거'로 화제인 힐튼경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룸서비스로 '치즈버거'를 주문해 화제가 된 호텔이 바로 힐튼경주다. 보문호변에 자리한 힐튼경주는 1991년 개관한 리조트형 특급호텔로

330여 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트럼프는 30일 오후 도착해 1박 2일간 이곳에서 머물렀다.

다만, 일반적으로 정상 전용으로 알려진 프레지덴셜 스위트(PRS) 대신 그 맞은편에 있는 별도의 특별객실이 트럼프의 숙소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특별객실은 평소 호텔 고위 관계자의 집무실로 쓰이던 공간으로 보안상 일반 고객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곳이다. 공간은 PRS보다 절반가량 작지만, 출입 동선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경호상 유리했다는 평가다.

트럼프가 묵지 않은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면적 230㎡(약 70평)로 수행원과 보좌진이 투숙했다. 해당 객실은 거실·다이닝룸·회의실·대형 발코니가 연결된 구조로 킹사이즈 침대, 49인치 LED TV, 에스프레소 머신, 사우나 이용이 포함된 최고등급 객실이다.

현재 같은 등급의 객실은 1박 450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도착 직후 룸서비스로 치즈버거를 주문했다. 보좌진은 "야채는 따로, 케첩은 넉넉히"를 요청했고 호텔 주방은 아메리칸 치즈와 소고기 패티를 즉석에서 구워 제공했다.

코오롱호텔 최상위 객실인 자미원(코오롱호텔 제공)
숲에 둘러싸인 시진핑의 숙소, 코오롱호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머문 곳은 토함산 자락에 자리한 코오롱호텔이다. 경주 보문단지보다 한층 높은 지대에 위치해 외부 접근이 어렵고 호텔 자체가 숲에 둘러싸여 있어 보안상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꼽힌다.

1978년 개관한 코오롱호텔은 약 305개 객실을 보유한 4성급 리조트형 숙소로 시 주석은 30일 전용기편으로 도착해 2박 3일간 이곳에 머물렀다.

숙소는 호텔 내 최고등급 객실로 면적이 446㎡(약 135평)인 '자미원 스위트'일 가능성이 높다.

자미원은 넓은 거실과 다도실, 게스트룸, 화장실 3개를 갖춘 한실형(온돌로 된 방) 특실로 대형 창을 통해 토함산 숲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임페리얼 스위트 2(코오롱호텔 제공) ⓒ News1

이보다 한 단계 아래 등급인 '임페리얼 스위트 2' 역시 중국 대표단 숙소 후보로 함께 거론됐다. 면적 105㎡(약 32평)의 이 객실은 더블 침대 2개와 응접실, 욕실 2개로 구성했다.

자미원 스위트의 공식 요금은 1박 약 500만 원, 임페리얼 스위트는 약 300만 원대로 알려졌다.

APEC을 앞두고 시 주석 숙소에는 특별 보안 조치가 적용됐다. 중국 측 요청으로 방탄유리를 교체하고 리모델링은 제한한 채 보안 장비를 보강했다. 숙소가 있는 층 전체는 외부인 출입이 통제됐으며 호텔 내부 동선도 일반 투숙객과 완전히 분리됐다.

라한셀렉트경주 프레지덴셜 스위트 이스트 거실 이미지. (라한셀렉트경주 제공)
일본 총리·인니 대통령이 선택한 '라한셀렉트'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와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머문 곳은 라한셀렉트 경주였다. APEC 공식 만찬장이기도 한 이 호텔은 보문호를 마주한 입지와 철저한 보안, 의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라한의 PRS는 총 두 곳이다. 최상위 이스트(290.4㎡)와 웨스트(182.5㎡)로 나뉘며 이번 회의 기간 다카이치 총리는 웨스트 객실에 투숙했다.

독립형 구조로 구성한 침실·거실·다이닝룸·집무실·욕실 전 공간에서는 통창 너머로 보문호수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테리어는 신라 별궁 '임해전'을 모티브로 해 전통미와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뤘다.

라한셀렉트경주에 묵는 정상들을 위한 선물. (라한셀렉트경주 제공)

환영 선물은 지역색을 살렸다. 광주요 자기 세트에 담긴 경주 나정명차 티와 다온한과 조청유과를 제공했으며 의전 식단은 요청에 따라 할랄·비건 메뉴로도 대응했다.

참고로 라한은 행사 전, PRS 객실을 일반 고객에게 패키지 상품으로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프레지덴셜 스위트 이스트 객실은 1박 102만 원부터 시작했다.

공식 만찬이 열린 곳은 대표 연회장 '컨벤션홀'로 면적이 1500㎡(약 453평)로 입구의 리셉션 전실(640㎡)과 인접한 베가홀을 연계해 다국적 대표단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호텔 관계자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도 라한에 머물렀으며 평소 수영을 좋아해 숙소 내 수영장을 자주 이용하셨다"며 "정상회의 일정이 끝난 30일 낮 12시 30분에는 호텔 정원을 산책하며 영문판 한옥 관련 서적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고 후문을 전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