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국세 깎자 국가관광기금 '텅텅'…1년 만에 1350억 원 증발
외래객 역대급인데 관광기금 2030년 적자 1조 원 전망
관광공사 예산 10% 줄고 인프라 확충 사업 80% 삭감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를 향하고 있지만, 관광산업의 돈줄인 관광진흥기금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7월 출국세(출국납부금)를 1만 원에서 7000원으로 낮춘 지 1년여 만에 기금 재정이 눈에 띄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치는 총선을 불과 2주 앞둔 지난해 3월 윤 정부가 발표한 '부담금 대폭 폐지 방안'에 따른 결과다. 출국세 인하로 관광진흥기금의 주요 재원인 출국납부금 수입도 함께 줄었다.
13일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국납부금 인하 이후 관광기금 재원은 연간 약 1350억 원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출국세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30년 관광기금 적자가 1조 139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시기 관광기금은 운영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약 2조 3800억 원을 빌렸다. 이 돈의 상환이 2030년부터 시작되지만, 출국세 인하로 수입이 줄면서 현재 구조로는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광기금의 지출도 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문체부 전체 예산은 36.8% 증가했지만, 관광기금 지출은 6.5%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외래객 유치와 중소 관광업체 융자, 숙박·교통 인프라 확충 등 주요 사업이 축소되고 있다.
민간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병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사무처장은 "관광기금이 줄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 예산을 늘리기 어렵고 국내 관광 활성화 정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3000만 원이 넘는 해외여행 상품도 팔리는데 출국세 1만 원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다"며 "출국세로 조성된 기금은 오히려 해외여행이 어려운 국민, 장애인·고령층의 국내여행 지원 등 사회 환원형 사업으로 쓰인다"고 덧붙였다.
문체부에 따르면 출국세를 1만 원으로 되돌릴 경우 연간 약 1350억 원, 1만 5000원으로 조정하면 3350억 원, 2만 원으로 인상 시 5300억 원의 추가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이 재원은 관광융자 확대, 근로자 휴가지원, 숙박시설 개선 등 내수 진작과 산업 지원 사업에 다시 투입할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의 출국세는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약 9400원으로 2025년 3만 원 가까이 인상을 추진 중이며 태국은 2만 8000원, 베트남은 1만 9000원, 홍콩과 대만은 2만 원 안팎을 부과하고 있다.
OECD 주요국 평균 출국세는 약 2만 9000원으로 한국의 현행 7000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조계원 의원은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평균 2만 9000원을 내는데 우리는 외래객에게 오히려 깎아주는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금 축소로 한국관광공사 예산은 10%가량 줄었고 관광진흥기반 확충 사업은 80%, 관광산업 활성화 사업은 13%, 국내관광 활성화 사업은 9%씩 감축됐다"며 "3000만 방한객 시대를 맞이하려면 기금의 재정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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