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결제액 역대 최대인데…'관광수지 적자' 구조는 여전
2분기 외국인 국내 카드결제 37억 9000만 달러
교통·배달앱 결제 장벽에 인프라 수도권 편중 과제로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우리 국민의 해외 카드 사용도 늘면서 관광수지 적자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교통·숙박·배달앱 등 일상 결제 과정에서 불편을 겪고, 결제 인프라가 수도권 중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비거주자(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은 37억 9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38.2% 증가했다.
방한 외국인 수가 88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늘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4.6% 증가한 점이 뒷받침했다.
거주자(내국인)의 해외 카드 사용액은 55억 2000만 달러로 전 분기(53억 5000만 달러)보다 3.3% 증가했다. 이는 역대 세 번째 규모로 내국인의 해외 여행·쇼핑 지출이 크게 늘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소비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내국인의 해외 소비액이 늘면서 관광수지가 여전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 결제는 여전히 편중 현상이 크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전체 방한 외국인 중 서울 중심 경로를 위해 인천·김포공항 입국 비중은 74.4%였으나, 제주 입국 비중은 8.2%에 불과했다.
게다가 체류형·고부가 소비로 연결되기보다는 단순 쇼핑·저가 숙박 위주로 머무르는 점은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결제 접근성 부족도 관광수지 개선의 걸림돌로 꼽힌다. 비자카드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방한 외국인이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로 한국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한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서울·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교통카드나 현금 구매를 여전히 요구하는 곳이 많고, 배달앱 역시 한국 휴대폰 번호와 국내 카드 결제를 기본 전제로 해 외국인 사용이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비자카드의 경우 올해 8월부터 제주시내버스에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을 적용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별도의 교통카드나 승차권을 사지 않아도 본국에서 쓰던 카드를 그대로 태그해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정부 차원의 보급 확대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간편결제진흥원 및 글로벌 결제사와 협력해 표준 QR 결제 인프라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북 7000곳, 대구 6000곳, 부산 5700곳, 청주 1000곳 등 총 2만여 개소에 QR 결제를 도입 중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결제 편의성 확대를 넘어 외국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숙박·레저 상품의 고급화가 병행해야 관광수지 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수청 퍼듀대학교 교수 겸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며 지출 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머릿수 늘리기'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관광대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저가 숙박 위주의 단순 지출에서 벗어나 가족 단위·고급형 상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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