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또 한 번 '뜻밖의 축복'…관광은 준비돼 있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불러온 인바운드 수요 놓치지 않으려면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 관광을 흔들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는 아니지만, 반응은 뜨겁다.
애니 속에 등장한 서울의 목욕탕, 분식집, 한복 체험장, 국밥집 등을 팬들이 실제 방문하며 '성지순례'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콘텐츠 공개 직후 외국인의 한복 체험 예약은 전월 대비 1400% 급증했고, 콘서트 셔틀 예약은 133% 늘었다. 찜닭·삼계탕·간장게장 같은 음식 관련 콘텐츠 소비도 함께 증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숍에서는 '까치호랑이'와 '갓'을 활용한 굿즈가 연일 품절되며 하루 방문객이 26만 명을 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명백한 관광 소비 행동이다.
그러나, 한국의 관광 시스템은 이번에도 그 흐름을 대비하지 못한 모습이다.
팬들은 콘텐츠를 따라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을 이어줄 체계적인 경험 설계는 부재하다. 외국어 안내는 부족하고, 예약과 결제는 여전히 불편하다. 정보 접근성은 낮고 팬들이 직접 만든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대응 부족은 처음이 아니다. K-드라마나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장소는 '인증샷 명소'로만 소비되고 끝나기 일쑤였다. 이를 체류관광으로 이끌지 못한 채 팬심은 반복해서 단발성 소비로 흩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인프라다. K-팝 팬이 원하는 여행의 종착지는 '무대'지만, 정작 공연장은 부족하다. 케데헌 속 사자보이즈가 공연을 펼친 대형 아레나는 서울 남산을 배경으로 했지만, 현실엔 그런 공간이 없다. 서울에서도 대형 공연장은 늘 부족하고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열풍은 서울에서 시작됐지만, 콘텐츠의 파급력은 전국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방 지자체는 팬 소비 흐름을 분석하거나 이를 관광 경험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조차 드물다. 콘텐츠는 전 세계를 잇고 있지만, 한국 관광은 여전히 지역 단절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미비는 관광수지 적자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외국인이 몰려도 체류일수는 짧고 소비 동선은 협소하다. 콘텐츠가 열어준 기회를 관광이 받아내지 못하면 '뜻밖의 축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는 반복을 멈춰야 한다. 콘텐츠가 공개되자마자 관광 코스를 설계하고 팬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며, 예약·결제·안내·굿즈 수령까지 연동된 디지털 기반 체험 동선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기회가 일회성으로 사라지지 않고,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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