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 E&S, 바로사 가스전 상업화…'글로벌 LNG 플레이어' 도약

미국·호주서 가스전 개발부터 액화·운송·발전까지 밸류체인 구축
장기 공급원, 아시아·유럽 수요처 확대…AI·반도체 전력 수요 공략

호주 다윈(Darwin) 북부 해상에 위치한 바로사(Barossa) 가스전. 홈페이지 갈무리

(다윈=뉴스1) 정윤미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 E&S(SKI E&S)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 상업화를 계기로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플레이어'로 도약을 추진한다. 미국과 호주에서 가스전 개발부터 LNG 액화·운송·발전까지 밸류체인 전반의 자산과 사업 역량을 확보한 SKI E&S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토대로 향후 아시아·유럽 등 해외 수요처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강륜권 SKI E&S 경영기획실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북부 노던테리토리주 다윈에서 열린 'SKI E&S 바로사-DLNG 사업 설명회'에서 "소싱(업스트림)이나 운송(미드스트림), 발전(다운스트림)과 같은 자산을 여러 옵션으로 가지고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며 "글로벌 LNG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방향"이라고 밝혔다.

바로사 가스전 상업화…20년 LNG 밸류체인 결실

SKI E&S는 지난 20년간 LNG 밸류체인을 통합하며 핵심 자산을 확보해 왔다.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 사업과 미국 우드퍼드(Woodford) 가스전 사업은 SKI E&S가 해외 가스전에 직접 투자해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액화해 국내로 도입하는 업스트림의 대표 사례다.

바로사 가스전은 다윈에서 약 300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약 500제곱킬로미터(㎢)로 서울시 면적과 비슷하다. 운영사인 호주 산토스(50%)와 SKI E&S(37.5%), 일본 제라(12.5%)가 공동 개발했다. SKI E&S의 총투자 비용은 약 16억 달러에 달한다.

바로사에서 생산된 가스 액화에는 기존 바유운단(Bayu-Undan) 가스 액화에 사용됐던 다윈 LNG 플랜트를 활용하고 있다. 2012년 초기 투자 당시 이미 가스가 발견된 상태였지만 상업 생산을 위해서는 추가 매장량 평가와 설계·인허가, 최종투자결정(FID), 생산시설과 수출배관 건설 등을 거쳐야 했다. 바로사 가스는 마침내 2026년 2월 말 국내 처음 들어왔다. 연간 130만 톤씩 향후 20년간 공급받게 됐다.

SKI E&S는 2014년 미국 콘티넨털리소스(Continental Resources)와 손잡고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 셰일가스전 지분 49.9%를 확보해 북미 셰일가스 사업에 진출했다. 2013년 미국 프리포트(Freeport) LNG와 연간 220만 톤 규모의 액화 설비 이용계약을 체결해 2020년부터 미국산 LNG를 직도입하고 있다.

SKI E&S는 호주와 미국에서 구축한 업스트림을 바탕으로 LNG 운송·저장 인프라를 확보하는 미드스트림 사업도 키웠다. 싱가포르에 LNG 트레이딩 법인 프리즘 에너지 인터내셔널(PRISM Energy International)을 두고 북미·호주산 LNG를 FOB(본선인도가격조건)·장기계약·현물시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판매하고 운송까지 연계한다.

2020년부터 LNG 전용선 4척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보령 LNG 터미널을 운영하고 광양 LNG 터미널과 한국가스공사(KOGAS) 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에선 2027년부터 깐위 LNG 터미널을 임차해 사용할 예정이다.

다운스트림에 해당하는 수요처도 발전소와 산업체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광양·파주·여주 LNG 복합화력발전소와 위례·하남 집단에너지 사업을 운영 중이며 용인·왕숙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에너지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산업체에도 공급을 개시했다. 2024년에는 국내 최초로 글로벌 LNG 판매망을 구축해 해외 수요처로 판매 영역을 넓혔다.

현물시장 변동성 대응…글로벌 LNG 판매망 확대

SKI E&S의 LNG 밸류체인 가치는 최근 글로벌 LNG 시장 상황과 맞물려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LNG 공급이 제한되면서 국제 현물시장에서 LNG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된 유럽이 올 겨울용 재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LNG 현물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이 높은 가격으로 LNG 현물을 확보하면 아시아의 조달 역시 막대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큰 단기 현물 조달보다는 장기 공급원과 운송 경로를 확보한 LNG 자산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SKI E&S의 LNG 밸류체인이 재조명되는 이유다. 특히 호주는 정치·지정학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안정적인 LNG 공급망의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호르무즈 리스크와 유럽발 LNG 확보 경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현물 조달만으로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장기 물량을 확보한 바로사 프로젝트 같은 비중동권 LNG 자산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향후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중심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력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LNG 발전의 필요성 및 LNG 공급 안정성도 대두되고 있다. 강 실장은 "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존과 다른 대형 전력 수요처로서 LNG 사업의 기회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