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기술이전, 기업에만 맡겨선 안돼"…정부 가이드라인 필요

현대로템 "K2 현지생산·MRO 확대…기술보호 기준 표준화해야"
한국형 G2G·방산금융 강화 요구…중견·중소기업 동반진출 지원 필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방산 발전 세미나'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첫째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6.9.26 / 뉴스1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K방산 수출이 완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생산과 유지·보수·정비(MRO), 기술이전으로 확대되면서 정부가 기술보호 기준을 표준화하고 정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준모 현대로템(064350) 전무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방산 발전 세미나'에서 "정부 주도의 협정에 기반한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보호 방안을 확보하고, 실효성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유용원 의원과 밀리테크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 같은 요구는 한국 방위산업의 특수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국내 무기체계는 정부 주도로 개발된 경우가 많아 관련 기술과 데이터 상당 부분을 국가가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제도 역시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는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어 기업이 수출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기술이전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완제품 수출에서 현지생산과 MRO까지 구매국 요구가 확대되면서 기존 기술보호 체계가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로템의 폴란드 K2 전차 사업이 대표적이다. 1차 사업에서는 한국에서 생산한 전차를 공급했지만 2차 사업부터 현지 조립생산과 핵심부품 생산, MRO 등을 위한 기술이전이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적용되는 국내 기술보호대책은 119개 항목에 달한다. 현대로템은 모든 항목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현지 업체의 시설 투자와 행정·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K2 사업에 맞춰 37개 항목으로 통합·조정했다. MRO 기술만 이전받는 업체에는 필요한 보호조치를 구분해 28개 항목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서 전무는 "국가와 무기체계, 이전 기술의 범위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마련하면 향후 기술이전 협상을 단축하고 MRO 사업도 보다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RO를 위한 정부 간 정보 공유 필요성도 제기됐다. 폴란드에 인도된 일부 K2 전차는 보증기간이 끝나고 있지만 현지 MRO 체계는 아직 구축 단계다. 서 전무는 "폴란드 정부가 장비를 운용하면서 한국군의 실적 운영 데이터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보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 간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 후속군수지원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건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기업 지원을 넘어 정부가 직접 역할을 맡는 '한국형 G2G 수출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간 신뢰와 계약 이행관리, 장기 군수지원 등을 제도화해 기업이 떠안고 있는 기술이전과 수출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과 중견·중소기업 지원 확대 요구도 나왔다. 서 전무는 "유럽안보행동(SAFE), 캐나다가 추진하는 글로벌 국방은행 '국방·안보·회복력 은행'(DSRB) 등 경쟁국들이 국방금융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방산금융 지원 특별기금을 확대하고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는 SAFE를 통해 최대 1500억 유로 규모의 방산투자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 성과를 중견·중소기업까지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수출이 결정된 뒤 이행 단계에서 중소기업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협상 초기부터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입국의 현지생산과 기술이전 요구에 대응하려면 실제 부품과 기술을 담당하는 중견·중소기업이 초기 가격과 사업 조건 협의부터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희준 한국카본(017960) 본부장은 "K방산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공급망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며 "인증·시험, 현지 파트너 발굴, 금융, 현지생산 등을 따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수출 프로젝트 단위로 묶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