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철도 넘어 항공우주로…현대로템, 종합 방산社로 체급 키운다
[K방산 대전환]②공대공 유도무기·극초음속 비행체 추진기관 개발…재사용 발사체 엔진도
2034년까지 3천억 들여 생산거점 구축…항공우주 매출 2030년 이후 본격화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로템(064350)이 지상 방산과 철도로 거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판 삼아 항공우주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거리 공대공 유도무기와 극초음속 비행체 추진기관은 물론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엔진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항공우주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연구개발과 시험·생산시설 투자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전차·장갑차 등 지상 무기체계에 항공우주 추진기관 기술을 더해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29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조8390억 원, 영업이익 1조 5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3.4%, 영업이익은 120.3%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이며,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성장을 이끈 것은 지상 방산과 철도다. 폴란드 K2 전차 수출과 국내외 철도차량 생산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방산 매출은 3조 2153억 원, 철도 매출은 2조 89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55.1%, 35.8%를 차지했다. 두 사업을 합하면 91%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외형 성장은 이어졌다. 매출은 3조 6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66억 원으로 0.8% 줄었다. 국내 육군에 납품하는 K2 전차 4차 양산 물량이 생산에 포함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항공우주를 중장기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출발점은 30년간 쌓아 온 추진기관 기술이다. 1990년대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로켓부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까지 관련 사업에 참여해 왔다.
누리호 프로젝트에서는 추진기관시스템과 추진공급계 시험설비를 구축하고 각종 성능시험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유도무기 엔진과 우주발사체 엔진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가장 힘을 싣는 분야는 장거리 공대공 유도무기의 추진기관이다. 장거리 공대공 유도무기는 전투기가 적 항공기를 원거리에서 탐지·추적해 격추하는 무기체계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7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공대공 유도무기 시제품 개발 과제를 수주하며 핵심 구성품인 덕티드 램제트 엔진 사업을 본격화했다.
램제트 엔진은 압축기나 가스터빈 없이, 비행체가 빠르게 날면서 압축되는 공기로 연료를 태워 추진력을 얻는다. 덕티드 램제트 엔진은 내부 공기 통로인 덕트로 공기 흐름을 제어해 효율을 높인 방식이다. 장거리 비행과 기동성 유지, 표적에 접근하는 마지막 단계의 타격력 확보에 유리하다.
극초음속 비행을 위한 이중 램제트 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18년부터 ADD 주도의 한국형 극초음속 비행체 '하이코어'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소기 조립체와 관련 구성품·부수 장비의 설계·제작·조립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개발 목표치를 초과하는 속도를 달성했다.
우주 분야에서는 재사용 발사체용 메탄엔진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메탄엔진 기술 개발 과제를 수주했다. 메탄엔진은 연소 과정에서 그을음이 적어 정비가 쉽고, 추진제 비용이 적어 재사용 발사체에 적합하다. 현대로템은 2006년 국내 최초로 메탄엔진 연소시험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엔진 개발을 뒷받침할 시험·생산 인프라도 확충한다. 현대로템은 충남 서산의 액체로켓엔진 시험장과 공기흡입식 시험실에서 덕티드 램제트 엔진의 성능과 설계, 제조공정 등을 검증하고 있다.
고속 비행 속도에서도 엔진의 연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반복 시험과 성능 검증이 필수다. 서산 시험장은 극초음속 엔진과 우주발사체 엔진 시험까지 시행하는 항공우주 추진시험장으로 쓰이고 있다.
생산거점은 전북 무주에 마련한다. 현대로템은 지난 3월 전북특별자치도·무주군과 항공우주 생산기지 조성 투자협약을 맺었다. 2034년까지 약 3000억 원을 투입해 덕티드 램제트 엔진과 이중램제트 엔진 등의 연구개발·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생산 공정에는 현대자동차의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적용한다. 이를 위해 최근 현대차와 생산 현장 자동화 관련 포괄적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력사와의 산업 생태계 조성도 병행한다. 연구개발과 부품 국산화를 지원하고, 상생성과공유제, 동반성장펀드 확대 등으로 협력사의 사업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로템은 세계 각국의 차세대 항공무기 수요 확대와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개막에 힘입어 항공우주 투자 성과가 2030년 이후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십 년간 축적한 항공우주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역량을 고도화해 국내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기술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균형 잡힌 시장 경쟁 속에서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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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빠른 납기와 검증된 성능으로 세계 시장에 안착한 K-방산이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현지화와 기술 이전 요구가 커지고, 인공지능·디지털 전환(AX·DX)이 방산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뉴스1은 'K-방산 대전환: 현지화부터 AX·DX까지'를 통해 주요 방산 기업의 현주소와 전략, 그리고 필요한 지원책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