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끝나는 수출은 없다…K방산, 현지화·AX로 체질 바꾼다

[K방산 대전환]①방산 4사, 현지화·AX·DX 박차 수주 확대
루마니아·폴란드 등 거점…초장기 금융·절충교역 협상력 과제도

편집자주 ...빠른 납기와 검증된 성능으로 세계 시장에 안착한 K-방산이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현지화와 기술 이전 요구가 커지고, 인공지능·디지털 전환(AX·DX)이 방산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뉴스1은 'K-방산 대전환: 현지화부터 AX·DX까지'를 통해 주요 방산 기업의 현주소와 전략, 그리고 필요한 지원책을 짚어본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K방산이 수출 호황을 넘어 구조 전환의 갈림길에 섰다. 완제품을 실어 보내던 수출 모델이 지금은 현지로 부품을 보내 조립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업체에서 부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설계·생산·정비를 데이터로 잇는 인공지능·디지털 전환(AX·DX)의 필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파느냐보다 남의 땅에서 생산하면서도 품질을 유지하고 국내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초장기 수출금융의 상시화, 핵심기술을 지키는 절충교역 협상력, 협력사의 해외 공급망 진입을 뒷받침할 자금력이 과제로 꼽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방산 수출 수주액은 2022년 173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96억 달러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154억 달러로 반등했다. 방위사업청은 2030년까지 '연간 방산 수출 2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산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에서 운영된 통합한국관. /ⓒ 뉴스1(방위사업청 제공)
호실적 속 수주 잔고 쌓이는 K방산

주요 업체 실적도 대체로 호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15조 439억 원, 영업이익은 2조 44억 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27.5%, 44.1% 늘었다. 방산 사업 수주 잔고는 상반기 말 기준 38조 3073억 원에 달했다.

현대로템(064350)은 상반기 매출 3조 63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1%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66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수주 잔고는 30조 4046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로 집계됐다. 부문별 수주 잔고는 △항공·방산·로봇·수소(AD&RH) 부문 9조 8197억 원 △철도시스템(RS) 부문 19조 8670억 원 등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의 상반기 매출은 2조 26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0%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156억 원으로 12.4% 감소했다. 수주 잔고는 25조 7502억 원이다. KAI는 KF-21 양산 전환과 수출 사업 확대를 통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079550)는 상반기 매출 2조 2780억 원, 영업이익 2768억 원으로 각각 22.9%, 44.8% 늘었다. 수주 잔고는 24조 5781억 원이다.

K9A1 자주포가 목표 지점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11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구매국 요구 변화…완제품 대신 '현지 생산'

구매국의 요구는 '가성비 좋은 완제품'에서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을 묶은 절충교역으로 옮겨 갔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직접 거점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월 루마니아 듬보비차주 페트레슈티에서 현지 생산 공장인 'H-ACE 유럽'을 짓기 시작했다.

약 18만㎡ 규모로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의 조립·시험부터 정비까지 맡는 거점이다. 특히 루마니아 현지 산업 생태계와 협력해 현지화율을 최대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폴란드에서는 WB그룹과 세운 합작법인이 약 20억 즈워티를 들여 천무 유도탄 공장을 짓고 있다. 호주 질롱 공장은 2월 AS9 자주포를 처음 출하했으며, AS10 탄약운반차도 생산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기술이전과 공동생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4월 폴란드 국영 PGZ 산하 부마르 와벤디와 K2PL 및 구난 전차의 현지 생산·정비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65억 달러 규모 2차 계약 물량 180대 중 61대를 폴란드에서 만든다. 일부 장비에는 폴란드산을 쓰는 '폴리시 설루션'도 적용한다.

다만 현지화의 그늘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방산 수출의 생산유발효과를 46조 4000억 원, 고용유발효과를 10만1000명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지 생산이 늘수록 이 효과는 해외로 새어 나간다.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의 발사를 준비하기 위해 작전요원들이 출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뉴스1
일손 공백 AX·DX로 메운다

현지화가 '공간의 전환'이라면 AX·DX는 '공정과 전장의 전환'으로 평가된다. 수주 물량 폭증으로 일손이 달리는데, 기업들이 데이터와 AX·DX로 이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KAI는 KF-21 개발 성공의 핵심으로 DX를 꼽는다. 단일 소스·단일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플랫폼 환경을 구축하고 가상현실(VR)·기능 디지털 목업(FDMU)을 적용했다.

더불어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강화학습 기반 AI를 적용한 전술개발·훈련용 모의비행체계를 개발해 납품했고 유무인 복합 공중전투체계의 두뇌가 될 항공·방산 특화 AI '카일럿(KAiLOT)'을 개발하고 있다.

구미에서는 LIG D&A와 한화시스템이 산업통상부 AI 팩토리 시스템 개발 공모 사업에 각각 선정돼 방위·위성부품과 첨단 방어무기체계용 통신 및 레이더 모듈 생산 수작업 공정을 AI 기반 자율제조로 바꾸고 있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001호기가 경남 사천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박지혜 기자
초장기 수출 금융 상시화 등 필요

정부 지원은 확대되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는 올해 방위력개선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이 역대 최대인 5조 83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4% 확대됐다.

금융 분야에서는 정부 800억 원과 민간 800억 원을 합쳐 1600억 원 규모로 조성하는 모자 펀드인 'K-방산수출펀드'가 가동에 들어갔다. 1호 자펀드는 6월에 결성됐고, 2호는 연내, 3호는 내년에 조성될 계획이다.

산업협력 분야에서는 산업통상부가 방산수출 민간산업협력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구매국의 현지 생산·기술이전 요구에 패키지로 대응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로템 폴란드 2차 계약 선수금 약 21억 달러를 뒷받침한 초장기 수출 금융의 상시화를 요구했다.

또한 기술이전·현지생산·금융지원을 한꺼번에 내주는 '3종 세트'는 제3국 시장에서 경쟁자를 키울 수 있어 핵심기술 블랙박스화와 유지·보수·정비(MRO), 부품 공급망 장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펀드와 수출금융이 중소 협력사의 해외 공급망 진입까지 이어져야 현지화의 과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와 납기 압박, 현지 생산 이관을 버틸 원가·기술 체력이 K방산 대전환의 진짜 시험대"라며 "초장기 수출 금융 상시화, 절충교역 협상력 확보 등을 통해 수주 가능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