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포메라니안이 갑자기 '털썩'…MRI서 찾은 원인은

본동물의료센터, 강아지 척수공동증 증례

엎드려 있는 강아지(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평소 잘 걷던 강아지가 갑자기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고 일어서지 못한다면 보호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디스크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척수 내부에 액체가 차는 '척수공동증'도 원인이 될 수 있다.

29일 경기 수원 24시 본동물의료센터는 최근 갑작스러운 기립불능과 신경 이상으로 내원한 7살 포메라니안을 검사한 결과 척수공동증과 키아리 유사 기형을 진단하고 치료한 사례를 소개했다.

잘 걷던 강아지가 하루아침에 '기립불능'

본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강아지 보니(가명)는 평소 특별한 신경학적 증상 없이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혼자 일어서지 못하는 상태로 발견됐다.

내원 당시 앞다리와 뒷다리를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체중을 지탱하지 못했다. 앞발의 발등을 바닥에 딛는 '너클링(knuckling)' 증상도 나타났다. 신경계 검사에서는 사지의 신경 반사 저하와 흉요추 부위의 경미한 통증이 확인됐다.

보니는 내원 당시 척수공동증으로 일어서지 못하고 너클링 증상도 보였다(본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의료진은 방사선검사에서 일부 추간판 이상을 확인한 뒤 척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척수 여러 부위에 걸쳐 광범위한 '척수공동증'과 뇌 뒤쪽 공간이 좁아진 '키아리 유사 기형'이 확인됐다.

수의계에 따르면 척수공동증은 척수 안에 액체가 차 비정상적인 공간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른바 척수 안에 '물주머니' 같은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신경 조직에 영향을 주면 통증과 보행·감각 이상, 근력 저하를 일으키고 심하면 기립불능이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키아리 유사 기형은 두개골(머리뼈) 뒤쪽 공간과 뇌 구조의 불균형으로 뇌척수액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구조적 이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척수공동증 발생과 연관될 수 있다.

MRI에 디스크도 보였는데…원인은 따로 있었다

이번 검사에서는 여러 부위의 추간판 질환도 함께 발견됐다.

하지만 의료진은 MRI에서 보이는 모든 이상을 곧바로 현재 증상의 원인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디스크 병변은 비교적 경미한 반면 척수공동증은 여러 부위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계 검사 결과와 증상이 나타난 양상, 병변의 위치와 정도를 종합한 결과 의료진은 척수공동증을 갑작스러운 기립불능과 사지의 신경 이상을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판단했다.

정민영 본동물의료센터 외과 과장은 "MRI에서 여러 척추·신경계 병변이 함께 확인됐지만 신경계 검사와 MRI 소견을 종합해 실제 기립불능의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에서 병변이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병변이 현재 나타나는 증상과 실제로 연결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일 만에 스스로 일어서…3주 뒤에는 자발 보행
치료 3주 뒤 스스로 일어서 걸을 수 있게 된 보니(본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의료진은 신경 증상과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치료와 함께 저하된 감각 및 근육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를 진행했다.

갑자기 일어서지 못하게 된 만큼 초기에는 입원해 치료 반응과 신경학적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했다.

치료 후 상태는 빠르게 호전됐다. 입원 5일째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해 퇴원했다. 이후 보호자가 투약과 관리 지침을 따르며 치료를 이어간 결과 3주 뒤 재진에서는 스스로 걸을 수 있었고 활력도 뚜렷하게 좋아졌다.

정민영 본동물의료센터 외과 과장은 "척수공동증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환견)에게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증상의 정도와 원인 등에 따라 약물과 재활치료를 먼저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약물로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해서 신경 증상을 유발한다면 환자 상태와 원인에 따라 감압술 등 수술적 치료를 검토할 수 있다.

정 과장은 "척수공동증은 약물치료에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경학적 상태가 빠르게 변할 수 있어 초기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며 "강아지가 갑자기 일어서지 못하거나 발등을 끌고 걷고, 앞다리와 뒷다리에 동시에 이상이 나타난다면 빠르게 신경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해피펫]

정민영 본동물의료센터 외과 과장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