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 '변신 중'…덩치 키우고 장거리·고급화로 승부

통합 진에어, 기단 60대 업계 1위…이스타·프레미아 공동운항 맞불
유럽 뜨는 트리니티, 서비스 고급화…美취항 파라타, 비즈니스석 승부

이스타항공 B737-8(왼쪽)과 에어프레미아 B787-9(오른쪽) 항공기의 모습(각 사 제공 사진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합성). 2026.9.26.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장거리 노선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진에어(272450)·에어부산(298690)·에어서울을 합친 한진그룹 내 초대형 LCC 출범을 앞두고 단거리·저가 운임에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도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추진하면서 단거리와 장거리를 아우르는 새로운 항공그룹의 등장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 LCC는 압도적인 기단 규모를 바탕으로 운영 효율을 높이고, 독립계 LCC는 장거리 노선과 서비스 고급화 또는 기단 현대화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스타 '단거리'·프레미아 '美노선' 결합…회사 별도 경영·30대 공동운항에 무게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AP홀딩스와 타이어뱅크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지분 7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며 거래 규모는 3000억 원대로 거론된다.

VIG파트너스는 인수를 마무리한 뒤에도 두 항공사를 별도로 경영하되 코드셰어(공동운항) 등을 통해 노선과 판매망을 연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합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한 지붕 두 항공사’ 체제를 구축하는 셈이다.

두 회사의 사업 지역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스타항공은 소형기인 보잉 B737을 중심으로 일본·중국·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을 운항한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의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에서 인천~샤먼을 비롯한 중국 노선 11개를 확보해 중국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았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유 항공기 9대를 모두 중대형기인 B787-9으로 통일하고 로스앤젤레스(LA)·뉴욕·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워싱턴DC 등 미국 노선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 이코노미석보다 좌석 간격과 서비스를 높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주력으로 운영한다.

인수가 성사되면 VIG 산하 항공사의 기단은 이스타항공 21대와 에어프레미아 9대 등 총 30대로 늘어난다. 이스타항공의 단거리 노선망에 에어프레미아의 미주 장거리 노선과 프리미엄 서비스가 더해져 외형과 서비스 수준을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

티웨이항공에서 명칭이 변경된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이 본격적으로 운항을 시작한 10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트리니티항공 여객기가 이동하고 있다. 2026.9.10 ⓒ 뉴스1 공항사진기자단
통합 진에어, '저가·단거리' LCC 유지…트리니티·파라타 '고급화·장거리' 脫LCC

LCC들의 몸집 불리기는 내년 3월 출범하는 통합 진에어가 주도하고 있다. 진에어 33대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를 단순 합산하면 기단은 총 60대로 제주항공(44대)을 제치고 단숨에 국내 LCC 가운데 최대 규모로 올라선다.

통합 진에어는 일본·중국·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과 이코노미석 단일 좌석 체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장거리 운항과 고급 서비스는 모회사인 통합 대한항공이 담당하는 만큼 계열사 간 판매 간섭을 감수하면서까지 ‘탈(脫)LCC’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중복 노선과 운항 시간을 조정하고 정비·부품·유류 구매를 일원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독립계 LCC들은 장거리 노선과 서비스 고급화로 맞서고 있다. 티웨이항공에서 이름을 바꾼 트리니티항공(091810)은 지난 10일부터 새 브랜드로 운항을 시작하고 '선택적 서비스 항공사'(SSC)를 표방했다.

단거리에서는 기존 LCC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되 유럽·호주·캐나다 등 장거리에서는 프리미엄 체크인과 코스 기내식,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항공사(FSC)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연말부터 A330-900네오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향후 공항 라운지와 마일리지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상업 운항을 시작한 파라타항공도 장거리 노선과 비즈니스석을 앞세워 서비스 고급화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비즈니스석 18석을 갖춘 A330-200을 처음 도입해 인천~도쿄·다낭·하노이·삿포로 노선에서 운항 경험을 쌓았다. 지난 7월 같은 기종을 추가로 들여오면서 보유한 A330-200은 3대로 늘어났다.

파라타항공은 내년 5월 A330-200을 투입해 인천~LA 노선을 주 7회 이상 운항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미국 교통부의 외국 항공사 운항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지난 8월 국토교통부의 국내 허가도 확보했다. 취항에 성공하면 미국 노선에서 비즈니스석을 운영하는 최초의 국적 LCC가 된다.

파라타항공의 3호기로 에어버스 대형 여객기 A330-200이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도입된 모습(자료사진. 파라타항공 제공). 2025.10.18.
제주항공, 기단 현대화·비핵심 사업 정리…에어로케이 '청주' 거점으로 中 공략

서비스를 고급화하는 기존 LCC 모델의 내실을 기하는 독립계 항공사들도 있다. 제주항공(089590)이 대표적이다. 제주항공은 기존 B737-800NG를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항공기 B737-8로 순차 교체하고 있다. 2023년 B737-8 2대를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올해 4대를 들여 13호까지 도입을 완료했다. 현재 전체 여객기 42대 중 B737-8은 13대로 신형기 비중이 31.0%까지 상승했다.

연말까지 B737-8 2대를 추가로 도입하면 전체 여객기는 44대, 신형기는 15대로 늘어난다. 신형기 비중도 34.1%로 높아질 전망이다. B737-8은 기존 B737-800NG보다 연료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14% 줄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도입한 신형기 전량은 LCC 업계 유일 리스기가 아닌 구매기로 계약 종료 시 항공기 반납을 위한 대규모 원상복구 정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비핵심 사업은 정리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6월 정보기술(IT) 자회사 AKIS 지분 100%를 모기업 AK홀딩스에 넘긴 데 이어 호텔 사업도 지난달 20일 그룹 계열사 애경타운에 영업 양도를 마쳤다. AKIS 지분 매각과 호텔 사업 출자금 회수로 제주항공이 확보한 자금은 960억 원에 달한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한 중국 노선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았다. 오는 11월 청주~청두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청주~베이징 노선에 취항한다. 에어로케이가 중국 정기편을 운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부터는 여객기 하부 화물칸을 활용한 벨리카고 사업을 시작했다. 계열사인 로젠택배와의 화물 운송 시너지를 통해 여객 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자료사진. 제주항공 제공).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