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 평가부터 도입까지" 민간 첫 성공…SK '바로사' 14년 여정
연간 LNG 130만 톤·초경질유 110만 배럴 확보…20년간 국내 공급
기존 다윈 LNG와 연계해 개발 효율↑…SK 해외 자원개발 40년 결실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지난 2월 23일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는 아주 특별한 배 한 척이 입항했다. 출발지는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이었다. 국내 민간기업이 처음으로 해외 가스전 탐사부터 개발과 생산, 도입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완수하는 순간이었다.
불과 닷새 뒤 중동전쟁이 터지면서 바로사 가스전은 에너지 자립과 자원 안보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재평가받고 있다. 바로사에서는 앞으로 20년간 매년 130만 톤 규모의 LNG를 국내에 공급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096770) E&S가 2012년 계약 체결부터 도입까지 14년의 여정을 짚어봤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로사-깔디따(Barossa-Caldita) 가스전은 호주 북부 다윈에서 약 300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약 1300제곱킬로미터(㎢)로 서울시의 2배가량이다. 2012년 SK이노베이션 E&S가 지분을 확보할 당시 바로사와 남쪽의 깔디따 가스전을 함께 개발하는 구상이었지만 이후 1단계 개발은 바로사 가스전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깔디따는 추가 개발 대상으로 남겨졌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 6월 바로사-깔디따 개발사업 지분 37.5%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는 미국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60%, 호주 산토스(Santos)가 40%를 보유하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 E&S가 37.5%를 취득하면서 코노코필립스와 산토스의 지분은 각각 37.5%, 25%가 됐다. 이후 산토스가 코노코필립스의 호주 북부 자산을 인수하고 일본 제라(JERA)가 지분 12.5%를 확보하면서 현재 지분 구조는 산토스 50%, SK이노베이션 E&S 37.5%, 제라 12.5%로 바뀌었다.
2015년에는 3개의 평가정이 시추됐으며 그 결과 상당한 규모의 천연가스 자원이 확인됐다. 바로사는 2018년 호주 해양석유·환경 규제기관(NOPSEMA)으로부터 25년 사업 기간을 전제로 한 개발계획(Offshore Project Proposal)을 승인받으며 본격적인 개발 인허가 단계에 들어갔다. 그해 4월 기본설계(FEED)에 들어갔으며, 이 단계에서 해상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해저 생산시설, 가스 수출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시작됐다.
바로사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는 FPSO에서 처리한 뒤 약 260㎞ 가스 수출관을 거쳐 새 배관망과 연결돼 거쳐 다윈 LNG 플랜트에서 액화된다. 액화된 LNG는 전용 운반선을 통해 국내 수송되며 약 10일 정도 걸린다.
당초 가스 수출관을 기존 바유운단(Bayu-Undan)~다윈 배관에 연결하는 방식이 검토됐으나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다윈 구간에 배관을 추가로 건설하는 '다윈 파이프라인 복제'(Darwin Pipeline Duplication) 방식으로 확정됐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20년 다윈 LNG 플랜트와 바유운단 가스전 지분 25%를 인수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2021년 4월 거래를 완료했다. 지분 투자를 통해 바로사에서 생산한 가스를 기존 다윈 LNG 플랜트에서 처리·액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2022년 호주 연방법원이 바로사 시추·완결 작업의 환경계획 승인을 뒤집으면서 시추 작업이 중단됐다. 티위(Tiwi) 지역 전통 원주민과 추가 협의를 거쳐 새로운 환경계획을 제출했고 2023년 12월 규제기관의 승인을 다시 받았다.
바로사 FPSO는 2025년 9월 첫 가스를 공급받기 시작했고 같은 해 10월 다윈 LNG 플랜트에도 바로사 가스가 유입됐다. 이후 LNG 생산·선적을 거쳐 2026년 2월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 E&S가 확보하는 연간 130만 톤은 한국의 연간 LNG 수입량의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다. 향후 20년간 공급받을 예정이다.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함께 나오는 초경질유(Condensate)도 연간 110만 배럴을 확보하게 됐다. 바로사 전체 초경질유 생산량은 연간 약 300만 배럴이다. 초경질유는 천연가스와 함께 생산되는 가벼운 액체 탄화수소다. 바로사 FPSO는 초경질유를 분리·저장한 뒤 별도의 선박으로 출하한다. 지난 8월 첫 물량 30만 배럴이 인천항을 통해 국내 처음 들어왔고 SK인천석유화학 초경질유 전용 설비에 투입됐다.
SK이노베이션 E&S의 바로사 프로젝트는 SK그룹이 1980년대부터 이어온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연장선이다.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은 이른바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품고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SK그룹은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원유를 발견했고, 1987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 유전에서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2012년 SK이노베이션 E&S는 바로사에서 가스를 생산하면 이를 LNG로 전환해 국내에 들여온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당시 페루·예멘·카타르·오만 등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바로사 투자를 통해 LNG 사업의 원료인 천연가스 자체를 확보하는 업스트림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려 했다.
바로사 개발의 핵심 사업성은 생산이 종료돼 가는 바유운단 가스를 대체해 기존 다윈 LNG 플랜트를 계속 가동하는 '백필(backfill)' 프로젝트에 있었다. 신규 LNG 액화플랜트를 처음부터 건설하지 않고 지분 투자 방식으로 기존 다윈 LNG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비와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바로사 가스전 투자 당시 이미 상당한 규모의 천연가스가 발견돼 있었다는 점도 사업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탐사를 통해 가스 매장 여부부터 확인해야 하는 단계가 아니었던 만큼 자원량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상업 개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다.
바로사 프로젝트는 단순한 LNG 물량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직접 확보해 국내로 들여오는 공급 기반을 갖추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안보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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